"깎아주세요"에서 "더 올릴게요"로…전세시장 달라진 세입자들

기사등록 2026/09/15 06:00:00

최종수정 2026/09/15 06: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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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갱신계약 51%…올해 처음 신규계약 추월

전셋값 1년 새 9.2%↑·매물 12.2%↓…이사보다 재계약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상승폭을 키우며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여름 장마와 휴가철이 겹친 7월에도 오름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전세 매물 부족과 수요 유입이 맞물리면서 올가을 이사철이 전세시장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급감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772건으로, 전년 동기(2만4180건)보다 14.1% 감소했다.  23일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아파트 매물 정보가 게시돼 있다. 2026.07.23. jini@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상승폭을 키우며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여름 장마와 휴가철이 겹친 7월에도 오름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전세 매물 부족과 수요 유입이 맞물리면서 올가을 이사철이 전세시장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급감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772건으로, 전년 동기(2만4180건)보다 14.1% 감소했다. 23일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아파트 매물 정보가 게시돼 있다. 2026.07.2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최근에는 세입자가 먼저 '임대료를 올려줄 테니 계약을 연장해달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아요."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 대표 단지로 꼽히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인근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주택 임대시장과 관련한 뉴시스 취재진의 질문에 "집주인이 임대료 인상을 말하기도 전에 세입자가 먼저 조건을 맞추려는 분위기"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예전에는 갱신계약을 하면서 전세 보증금이나 월세를 조금이라도 깎아달라는 문의가 많았다면 요즘에는 더 올리더라도 계약을 이어갈 수 있는지를 먼저 묻는다"며 "특히 직장이나 자녀 학교 때문에 이사를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세입자들이 이런 선택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서울 아파트 전·월세 시장에서 계약갱신이 신규 계약을 넘어섰다. 전세 매물이 급감한 데다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새 집을 구하기보다 기존 집에 눌러앉는 임차인이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전세 시장에서는 갱신계약 비중이 60%를 웃돌며 재계약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11일까지 신고된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 1만4238건 가운데 갱신계약은 7282건으로 51.1%를 차지했다. 신규 계약은 6718건이었다. 계약 구분이 표시되지 않은 238건을 제외하면 갱신계약 비중은 52%까지 올라간다.

갱신계약이 신규 계약을 넘어선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서울 아파트 전·월세 전체 계약에서 갱신계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1월 44.2%에서 2월 45.9%, 3월 45.1%를 기록했다. 4월에는 41.8%까지 떨어졌지만 5월 45.8%, 6월 44.4%, 7월 46.3%로 다시 높아졌고, 8월 들어 50%를 돌파했다.

전세만 놓고 보면 재계약 선호가 더욱 뚜렷하다. 8월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 7115건 중 갱신계약은 4209건으로 59.2%였다. 계약 구분이 없는 149건을 제외하면 갱신계약 비중은 60.4%에 달한다. 반면 월세는 전체 7123건 가운데 갱신계약이 3073건으로 43.1%에 그쳤다.

세입자들이 이사 대신 기존 집에 머무는 가장 큰 이유는 치솟은 전셋값 때문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8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7억1178만원으로 1년 전 6억5179만원보다 5999만원(9.2%) 상승했다.

게다가 전세 매물도 사라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년 새 12% 넘게 감소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357건으로 1년 전(2만3164건)보다 12.2% 줄었다.

자치구별로는 중랑구의 전세 매물이 71.6% 줄어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이어 동대문구(-68.3%), 구로구(-65.1%), 금천구(-57.7%), 노원구(-54.8%) 순으로 감소 폭이 컸다. 특히 중저가 전세 수요가 몰리는 서울 외곽 지역에서 매물 감소가 두드러지면서 실수요자들이 체감하는 전세 품귀 현상도 심해지고 있다.

계약갱신요구권을 활용할 경우 세입자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재계약 쏠림에 영향을 미친다. 2020년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면 임대료 인상률은 5% 이내로 제한된다. 반면 신규 계약에는 이 같은 상한이 적용되지 않는다. 전셋값이 오를수록 신규 계약과 갱신 계약의 보증금 차이가 벌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신규 계약과 재계약 사이의 전세보증금 격차도 확대되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동일 단지·동일 면적에서 신규 계약과 재계약이 모두 이뤄진 사례를 분석한 결과, 서울 아파트 전용면적 59㎡의 신규 계약과 재계약 간 전세보증금 중앙값 차이는 1월 3500만원에서 6월 7750만원으로 두 배 이상 커졌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전세 매물 부족과 재계약 쏠림이 이어지면 임대차 시장의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로 전셋집을 구하는 세입자는 높아진 보증금에 이사비와 중개보수까지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반면, 기존 세입자는 상대적으로 낮은 보증금으로 거주를 이어갈 수 있어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전세 매물 부족으로 전셋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계약갱신청구권을 활용해 기존 집에 머무는 세입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갱신계약이 늘어날수록 기존 세입자는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머물 수 있지만, 새로 시장에 진입하는 세입자는 오른 전셋값을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은 "재계약 비중이 높아질수록 전세시장에서 신규 계약을 위한 매물이 부족해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전세 매물 부족이 장기화하면 임대차 시장의 양극화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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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깎아주세요"에서 "더 올릴게요"로…전세시장 달라진 세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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