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과 정반대' 오세훈·민주당…보편적 복지 놓고 공수교대

기사등록 2026/09/14 10:29:53

최종수정 2026/09/14 11: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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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AI 사다리 예산 56억, 시의회 민주당이 삭감

보편적 복지 강조하던 민주당, 이번엔 적극 반대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11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제339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2026.09.11.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11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제339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2026.09.1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무상급식 사태 이후 15년 만에 정반대 처지에 놓였다. 오 시장이 보편적 복지에 해당하는 청년 인공지능(AI) 사다리 정책을 제시하자 민주당이 재정 부담을 이유로 해당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일이 벌어졌다.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7월 2일 청년 AI 활용 기회를 넓히기 위한 '청년 AI 사다리' 정책을 발표했다. 청년 AI 사다리는 서울 청년 누구나 소득·자격과 관계없이 생성형 AI 활용이 가능하도록 AI 이용권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서울시는 AI 활용 격차가 학습과 취업, 소득 기회의 격차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이 정책을 준비했다. 생성형 AI가 문서 작성과 정보 검색을 넘어 취업 준비, 업무, 코딩과 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지만 유료 구독 비용과 활용 경험의 차이로 인해 청년마다 AI를 사용하는 기회에 격차가 나타나고 있다는 게 서울시의 진단이다.

청년 AI 사다리를 통해 청년들이 비용 부담 없이 최신 AI 서비스를 활용하고 학습과 취업 준비, 창업, 자기 계발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가장 최신의 생성형 AI 모델'을 가장 낮은 가격으로 공급 받아 청년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의 보편적 복지 정책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책 발표 당시 "청년들이 주거난과 더불어서 취업난을 겪고 있는데 취업 전선에서 AI 활용 능력에 격차가 벌어지게 되면 그 격차는 아마 평생을 따라다닐 것"이라며 "최첨단 과학 기술 접근권이 경제력의 격차로 이어지는 것은 아마도 상당한 좌절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그러면서 "부모님의 경제력 격차, 청년들의 경제력 격차가 AI 활용 능력의 격차로 이어지는 일만큼은 원천 봉쇄해야 되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이런 약속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달 10일 발표한 2026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 학생과 취업 준비생 등 청년 50만명에게 생성형 AI 이용권을 1년간 지원하기 위한 시범 사업비 56억원을 반영했다.

이 사업에 수혜자인 청년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4학년 이재홍 학생은 지난달 18일 G3 서울 기획위원회 주재로 열린 청년 정책 간담회에서 "기업과 학교 모두 AI를 강조하지만 청년들은 활용 기회와 접근성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서울시가 AI 활용 기회를 기본권 차원에서 바라본 점이 인상적이다. 비용 부담 없이 배울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해당 사업은 서울시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여소야대 상황인 서울시의회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힘을 쓰지 못하는 사이 다수당인 야당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1일 본회의에서 추경안 중 청년 AI 사다리 예산 56억25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예산이 배정되지 않아 서울시는 사업에 착수할 수 없게 됐다.

민주당은 행정적 절차 미비와 재정 부담 문제를 삭감 이유로 들었다. 정교하지 않은 준비로 재정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다.

이영실 의원(중랑1)은 추경 심사에서 청년 AI 구독 지원 사업에 대해 "정책의 취지가 타당하더라도 시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필요한 절차를 충실히 거치고 실행 가능성과 사업 효과를 충분히 검증한 뒤 예산을 편성하는 것이 책임 있는 행정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9일 서울 마포구 DMC 산학협력연구센터에서 열린 AI·XR 신산업 분야 청년 인재 현장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7.09.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9일 서울 마포구 DMC 산학협력연구센터에서 열린 AI·XR 신산업 분야 청년 인재 현장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7.09. [email protected]
옥동준 의원(양천4)도 "당장 시급한 사업인지, 청년 대상층은 적절한지에 대한 기본 자료조차 주지 못하면서 청년만을 내세워 '시범 사업이니 통과시켜 달라'고 종용하는 것은 '답정너'식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예산 전액 삭감 후 파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오 시장과 민주당이 2010~2011년 당시 이른바 무상급식 사태와 정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상급식 사태 당시 보편적 복지를 주장한 쪽은 민주당이었다. 당시 서울시의회 민주당은 보육시설, 유치원, 초중고 등 모든 서울시 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을 제공하겠다는 조례를 제출했다. 당시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물리적 저지를 뚫고 날치기로 조례를 의결했다.

의결 과정에서 민주당은 선별적으로 무상급식을 하게 되면 학생들에게 '눈칫밥'을 먹이게 한다는 이유 등을 들어 보편주의적 무상급식을 주장한 반면 한나라당은 보편주의적 무상급식은 재원을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포퓰리즘이라고 주장하면서 선별주의적 무상급식이 돼야 한다고 반발했다.

당시 오세훈 시장은 "복지의 탈을 쓴 망국적 포퓰리즘을 거부한다"며 시의회 민주당과 곽노현 당시 서울시교육감을 비난했다. 오 시장은 조례 날치기 통과에 항의하며 시의회 출석을 거부했는데 그러자 시의회 민주당은 오 시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기에 이른다.

시의회 민주당은 오 시장이 거부권을 행사한 조례를 재의결하는 한편 무상급식 서울시 부담금 695억원이 포함된 2011회계연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격분한 오 시장이 조례 공포를 거부하자 시의회 민주당 소속 의장이 직권으로 조례를 공포했다.

15년 전 무상급식에 반대했던 오 시장이 올해는 청년들에게 무료로 생성형 AI 이용권을 나눠주려 하고, 무상급식을 추진했던 시의회 민주당이 올해는 청년에 대한 생성형 AI 무료 이용권 제공을 반대하는 어색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15년 만에 보편적 복지 정책을 놓고 공수를 교대한 오 시장과 민주당이 접점을 마련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양측 모두 2027년도 본예산에서 청년 AI 사다리 예산을 다시 편성할 여지를 뒀기 때문이다.

민주당 소속 박유진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지원 대상·지원 방식·교육 내용 등을 보다 정교하게 설계해 2027년도 본예산을 통해 안정적으로 추진하라"고 서울시에 당부했다.

오 시장도 "예산을 주저앉힌다고 해서 서울의 미래까지 주저앉힐 수는 없다. 저는 포기하지 않겠다"며 "백 번이고 다시 일어나 시민들의 뜻을 모으고 시의회를 설득해 서울의 내일을 열어가겠다"고 밝혔다. 시의회 국민의힘 역시 "삭감된 청년 AI 예산의 정상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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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과 정반대' 오세훈·민주당…보편적 복지 놓고 공수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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