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서울국제작가축제' 참가차 내한…2년 연속 내한
대만 동성혼 법제화 전후 담은 소설집 '하늘의 눈' 출간
"합법화로 전부 해결되지 않아…법 밖의 이야기 쓸 것"
AI 가속화에 "AI 경계하며 활용 방안 생각할 시점"
![[서울=뉴시스] 대만 작가 천쉐가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작가축제' 참가를 위해 내한했다. (사진=한국문학번역원 제공) 2026.09.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9/13/NISI20260913_0002237796_web.jpg?rnd=20260913174552)
[서울=뉴시스] 대만 작가 천쉐가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작가축제' 참가를 위해 내한했다. (사진=한국문학번역원 제공) 2026.09.1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독자분들과 대담도 가지며 교류해 보니까 그분들의 마음을 제가 대변해서 쓰고, 작품을 통해서 격려받아 제 작품을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예전보다 (동성애에 대한) 처우나 시선이 많이 개선된 것은 사실입니다. 제 작품을 통해서 그러한 상황을 많이 묘사해서 독자가 많은 격려를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대만 동지(同志) 문학(퀴어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천쉐(56)가 국내 독자에게 자신의 작품이 사랑 받는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천쉐는 지난 11일 개막한 '2026 서울국제작가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내한했다. 지난해 '2025 서울국제도서전'으로 첫 방한에 이어 2년 연속 한국을 찾아 국내 독자를 만났다.
작가 생활 30여년간 좀처럼 한국과의 인연이 적었던 그가 국내 주요 문학 축제에 참가하게 됐다. 그 사이 1995년 대만에 출간된 천쉐의 대표작 '악녀서'가 한국에 번역 출간된 것을 시작으로, 장편소설 '묘생묘세', 산문집 '사랑을 시작하는 우리에게' 등이 출간됐다.
지난 13일 만난 천쉐는 "한국은 늘 오고 싶었던 나라였다. 한국 영화도 좋아하고 K-컬처에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며 "대만과 한국은 역사적으로 비슷한 배경을 가진 부분도 있어 한국에서 대만 문학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반갑다"고 말했다.
천쉐가 2015~2024년까지 약 10년간 천착한 단편집 '하늘의 눈'(글항아리)가 최근 출간됐다. 여성으로서, 동성애자로서 자신의 성정체성과 성적 지향을 탐구하고 날것의 사랑을 그려온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서 법과 제도의 영역으로 시선을 넓혔다.
대만은 2019년 아시아 최초로 동성혼이 합법화된 국가다. 작가 역시 법제화 이후 파트너와 법적 혼인관계가 됐다. 이번 단편집 역시 동성혼 법제화 전후를 성소수자가 마주한 삶의 변화를 담아낸다.
작가는 "동성혼 법제화 이후 가장 큰 변화는 '행복해졌다'는 것"이라며 "결혼한 사람만이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를 동일하게 보장받을 수 있게 됐고, '합법'이란 말 자체가 가진 힘 덕분에 사람들이 퀴어를 바라보는 시선도 좋은 쪽으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제도가 마련됐음에도 여전히 성소수자가 마주해야 하는 현실 장벽이 있다. 총 13편의 단편이 실린 소설집은 이러한 현상에서 출발한다. 보조생식술을 통한 출산, 트랜스젠더의 성(性)과 사랑, 동성 커플의 육아 등 법제화 이후에도 성소수자들이 마주하는 또 다른 문제가 담겼다.
천쉐는 "현실이 좋아졌다고 해도 여전히 문제점이 있다. 동성혼 법제화가 되면 전부 해결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며 "입법적인 측면이나 현실적인 차원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작가로서 우리 사회가 맞닥뜨리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갖고, 이를 (작품에) 반영해 어떤 방식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를 제안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대만 작가 천쉐가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작가축제' 참가를 위해 내한했다. (사진=한국문학번역원 제공) 2026.09.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9/13/NISI20260913_0002237795_web.jpg?rnd=20260913174536)
[서울=뉴시스] 대만 작가 천쉐가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작가축제' 참가를 위해 내한했다. (사진=한국문학번역원 제공) 2026.09.1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다만 작가에게 문학은 문제의 해답을 직접 제시하는 수단은 아니다. 대신 사회가 외면하기 쉬운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역할을 한다.
천쉐는 "제가 해야 할 일은 이 문제를 깊게 연구하고, 취재를 해서 나름의 의견을 작품으로 쓰는 것"이라며 "법 밖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들려주고, 직접 보고 느끼고 판단하게 해 그들의 삶에서 어떤 공감대를 찾을 수 있게 하는 것이 더 맞다"고 했다. 방안을 마련하기보다 당사자의 입장을 경청해 스피커의 역할 해야 하겠다는 점이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천쉐는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현실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자신을 따라다니고, 때로는 규정하는 '퀴어문학'이란 수식어를 작가 생활 초기에는 없애고 싶었다.
30여 년간 다양한 소재와 인물을 써오면서 이제는 특정 장르나 정체성으로 자신을 규정하는 것보다 작품 자체로 바라봐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졌다.
최근에는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에 관심을 두고 있다. 대만 역시 한국처럼 주식시장이 과열됐다고 했다. 젊은 세대가 자산을 주식시장에 전부 투자하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다고 한다.
천쉐는 "한 번에 부자가 되고 싶어하는 젊은 세대의 심리를 소설로 쓰고 싶다"면서도 "대만 경제가 반도체, 인공지능(AI) 등으로 표면적으로 좋아보이고 경제적 여유가 있다는 허상을 남기지만 실제로는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30년간 다작(多作)한 천쉐에게 영감은 어디서 출발할까. 집필 시간 외에는 사회적 현상에 관찰하고 탐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는 천쉐는 "호기심을 갖고 지속해서 탐구해야 오래 집필 할 수 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대만 작가 천쉐가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작가축제' 참가를 위해 내한했다. (사진=한국문학번역원 제공) 2026.09.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9/13/NISI20260913_0002237797_web.jpg?rnd=20260913174630)
[서울=뉴시스] 대만 작가 천쉐가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작가축제' 참가를 위해 내한했다. (사진=한국문학번역원 제공) 2026.09.1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디지털 가속화로 대두되는 AI 시대에 작가로서 고민은 없을까. 천쉐는 "AI를 통해서 사람들이 더 나은 삶과 번영을 누리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AI를 경계해야 한다. 지금 이 시기는 인류가 스스로 반성하고 성찰하면서 AI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생각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기술이 인류를 대체한다는 전망이 다수 나타나는 가운데, 인간과 AI의 차이점에 '고통'과 '느림의 미학'을 꼽았다. 완벽하지 않고, 고통을 느끼는 존재가 인류라는 천쉐는 "이러한 점 때문에 계속해서 쓸 수 있는 것"이라며 작가는 대체 불가능한 영역이라고 못 박았다.
끝으로 지난 2년간 국내 번역 출간된 작품이 많아진 작가에게 국내 미출간작 중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을 물었다. 천쉐는 현지에 내년 2월 출간 예정인 자전소설 '집 짓는 소설'(蓋房子的人)을 꼽았다.
지난해 아버지, 여동생, 남동생이 모두 암에 걸리며 오래 거주해 온 집을 치료와 요양에 맞게 집을 개조하면서 집필한 작품이다. 천쉐는 "창작과정이 힘들었지만 고통을 직면하면서 새로운 나 자신을 찾고, 과거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찾게 됐다"며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에게 삶을 살아가는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