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영화제 13일 오후 폐막식 열려
이창동 '가능한 사랑' 수상 유력 후보군
현지 언론 작품 완성도 최고 수준 평점
정치·역사·시대·윤리적 층위서도 고평가
미국 베팅사이트 수상 확률 55% 예상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이창동 감독 새 영화 '가능한 사랑'은 황금사자상을 받을 수 있을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수상 가능성은 매우 높다. 황금사자상이 아니더라도 어떤 상을 받아도 이상하지 않다는 게 현지 언론 평가. 다만 '가능한 사랑' 못지 않게 빼어난 경쟁작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가능한 사랑' 수상 여부는 현지시각으로 오는 13일 오후, 우리시각으로 14일 새벽 열리는 폐막식에서 판가름 난다.
이탈리아 현지 언론과 그 밖에 외국 주요 매체는 현재 황금사자상 레이스에서 선두권을 형성한 영화로 5편 정도를 꼽고 있다. '가능한 사랑'과 함께 영국 마틴 맥도나 감독의 '와일드 호스 나인',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룩 백', 덴마크 메이 엘 투키 감독의 '우먼 언노운', 이스라엘 유발 아브라함-레이철 쇼르 감독의 '나자' 등이다.
우선 언론·비평가 점수로 줄을 세워볼 수 있다. 이 기준으로 보면 '가능한 사랑'은 '와일드 호스 나인' '룩 백'과 3강을 형성한다. 이탈리아 매체들이 '가능한 사랑'에 준 평점 평균은 5점 만점에 3.73점. '와일드 호스 나인'(4.29점) '룩 백'(4.04)에 이어 3위다. 이탈리아 매체를 제외한 할리우드리포터·스크린인터내셔널·가디언 등 외국 언론이 준 점수를 보면 상황이 조금 다르다. '가능한 사랑'이 4.61점으로 1위다. 순위가 어찌됐든 '가능한 사랑'이 83회 베네치아영화제에서 최고 수준의 완성도를 인정 받았다는 것은 사실이다. 작품성만 놓고 본다면 황금사자상을 받는 게 이상하지 않다는 게 중론이라는 것이다.

점수는 영화 완성도를 추측해보는 잣대일 뿐이다. 숫자와 상은 사실상 별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2018년 칸영화제다. 당시 이 감독의 '버닝'은 비평가 평가에서 경쟁작들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는데도 고레에다 감독의 '어느 가족'에 밀려 무관에 그쳤다. 비평가 평점은 비평가 평점일 뿐 심사위원장과 심사위원 성향, 영화제가 추구하는 방향 등이 오히려 수상 여부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 게 정설이다. 다시 말해 정치적·시대적 맥락에서 심사위원단과 영화제가 수긍할 만한 작품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주목할 건 '가능한 사랑'이 이 각도에서 볼 때도 수상 가능성이 가장 높은 영화로 평가 받고 있다는 점이다. 영화는 해고노동자와 그의 아내 그리고 다큐멘터리 감독과 그의 남편, 두 부부가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을 위해 만나 서로 다른 삶을 마주하고 숨겨졌던 욕망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 감독 이전 필모그래피가 그랬듯 '가능한 사랑' 역시 정치적·사회적·역사적 그리고 윤리적 층위가 촘촘히 쌓여 있는 영화로 추측되고, 실제로 이에 호응하는 평가가 속속 나오고 있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이 작품을 "경제적·정서적 불안을 파고드는 강렬한 성찰"이라며 "노동의 트라우마와 존엄성 상실, 계급적 선망을 절망과 희망이 공존하는 깊은 휴머니즘으로 엮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 관점에서 볼 때 '가능한 사랑'의 최대 경쟁작으로 꼽히는 건 '와일드 호스 나인'이나 '룩 백'이 아니라 '우먼 언노운'이다. 이 영화는 2차 대전 직후 덴마크를 배경으로 독일군과 관계를 의심 받는 과거를 가진 여성이 생존을 위해 타인을 희생시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여성의 몸, 계급, 성(性) 권력, 전후 덴마크의 집단 죄의식 등이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평론가 평점 평균은 3.5점 정도로 앞에 세 작품과 비교하면 크게 낮은 편이나 유럽 역사 권력과 약자로서 여성이 얽히고 설킨 작품이어서 일부 평론가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 올해 경쟁부문 유일한 여성감독 단독 연출작이라는 점도 심사위원단 호감을 살 수 있다는 애기도 있다.
같은 시각에서 다크호스로 평가 받는 작품이 '나자'다. 이 작품은 '노 아더 랜드'로 지난해 오스카 장편다큐멘터리상을 받은 아브라함-소르 감독 신작으로, 이스라엘 군과 정보기관이 어떤 방식으로 가자지구 민간인 학살을 시도했는지 다룬다. 아브라함-소르 감독의 엄격한 저널리즘에 절제된 연출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영화제 막바지였던 지난 10일 공개돼 비평가 점수가 거의 없는 상황이긴 하나 시급해 보이기까지 하는 동시대적 맥락 때문에 현지에선 '나자' 수상 가능성을 결코 낮게 보지 않는 분위기다. '와일드 호스 나인'은 각본상과 남우주연상(존 말코비치) 수상 가능성에 무게가 옮겨가 있고, '룩 백'은 정치적 맥락이 약한 영화라서 감독상 후보 정도로 점쳐진다.

종합해볼 때 '가능한 사랑'은 앞선 두 가지 기준 모두에서 고르게 최상위권에 올라 있어 황금사자상 수상 가능성이 가장 높은 영화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베팅 사이트 칼시(Kalshi)는 '가능한 사랑' 황금사자상 수상 확률을 55%로 보고 있다. 2위는 '와일드 호스 나인'으로 18%였다. '가능한 사랑'은 다관왕 가능성도 있다. 황금사자상·심사위원대상·감독상·심사위원특별상·각본상을 각기 다른 영화가 나눠 갖게 되기 때문에 다관왕이 되려면 연기상을 받아야 한다. 전도연은 유력 여우주연상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인디와이어는 전도연 연기를 "100년에 한 번 나올 법한 연기"라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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