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못 지켜 죄송"…이웃 주민 잔혹 살인에 유족 '울분'

기사등록 2026/09/10 11:2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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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혐의 구속 기소 80대 첫 재판서 유족 참석

"힘 없는 아버지 살해한 피고인, 약자 고른 범행"

"치매로 형 감경 주장, 유족들 두 번 죽이는 일"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사진은 법원 로고. 2024.12.23. km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사진은 법원 로고. 2024.12.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전주=뉴시스]강경호 기자 = "못난 아들이 아버지를 못 지켜드려 죄송하다 말했습니다. '형편만 넉넉했다면 좀 더 좋은 아파트에서 편하게 사셨을텐데'라는 마음 때문에 너무 슬프고 죄송했습니다."

전북 익산시에서 안면 하나 없는 이웃 주민에게 살해당한 피해자의 큰 아들이 깊은 슬픔을 억누르며 법정에서 읽어내려간 호소문이다.

10일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A(84)씨의 첫 공판이 전주지법 군산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백상빈) 심리로 진행됐다.

이날 재판에는 A씨의 범행으로 목숨을 잃은 이웃 주민 B(70대)씨의 큰아들 C씨가 유족 대표로 법정에서 재판을 들었다.

백상빈 부장판사가 "유족분들 중 한 분이 재판 중에서 이야기를 원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 법정에 오셨냐"고 묻자 C씨는 준비해온 종이 몇 장을 손에 든 채 말문을 열었다. C씨는 준비한 종이를 읽어내려가는 동안 한숨을 내쉬며 계속 울음을 참고 있었다.

그는 "스스로 몸을 지킬 힘도, 소리로 도움을 요청할 기력도 없는 아버지를 향한 잔인함을 총동원해 살인 범행을 저지른 것은 사회적 약자를 고른 선택적 범행이라 생각하고 있다"며 "아버지께 못난 아들이 아버지를 못 지켜드려 죄송하다고 했다. '가족 형편이 넉넉했다면 좋은 아파트에서 사셨을텐데'라는 마음 때문에 너무 슬프고 죄송했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A씨 측이 주장하는 치매 증상에 대해서도 형을 줄이려는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C씨는 "경찰과 동네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어봤는데, 피고인은 수년 동안 농사일을 하면서 힘이 장사고, 논 경작을 위해 매일 자전거를 탈 정도로 체력이 왕성했다고 한다"며 "수확물 계산도 현금으로 직접 계산할 정도로 인지력이 또렷하다는 내용을 들었는데, 치매가 있단 이유로 형 감경사유를 찾는 것은 유족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판장님, 무고한 약자가 피해받지 않는 세상이 됐으면 한다. 판결문 한 줄이 피해자 가족의 삶을 죽이기도, 살리기도 한다"며 "어떤 용서나 죄책감의 의사표시를 듣지 못하고 가족들은 아픔을 견디기만 하고 있다. 피고인을 엄벌해주시면 그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했다.

백 부장판사도 유족의 마음을 이해하는 듯한 말을 건넸다.

백 부장판사는 "피고인 상태가 어떠한지 객관적으로 확인할 필요성은 있다고 보이지만 범행 당시 피고인 상태를 판단하는 것이고, 설령 영향이 있다한들 형량에 반영하는 것은 재판부가 별도로 판단한다"며 "당시 피고인 상태와 또 그것이 얼마나 범행에 영향을 끼쳤는지, 그리고 오늘 들은 유족의 입장을 모두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또 "공소제기 당시에도 가족분들이 큰 상처를 입으셨겠지만, 살인미수로 공소가 제기돼 (피해자가 목숨을 잃지 않아)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며 "그런데 결과가 이렇게 돼 재판부로서는 마음 아프게 생각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날 재판에서 A씨 측은 모든 공소사실을 부인하면서 치매 진단을 받은 만큼 정신감정을 신청하겠단 의사를 보였다. A씨에 대한 다음 재판은 10월1일에 진행될 예정이다.

A씨는 지난 7월31일 오전 7시20분께 전북 익산시의 자택 앞에서 이웃 주민 B씨에게 흉기와 둔기를 휘둘러 그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아무런 안면이 없는 피해자가 길을 걷는 것을 목격하자 자택 마당으로 끌고온 뒤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사건 이후 계속해서 치료를 받아오다 지난 4일 끝내 숨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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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26/09/10 11:29:34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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