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팀 한 전시장에 집중…‘확장의 논리’ 대신 ‘집중의 강도’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 릴케의 한 문장에서 출발
분자·신체·관계·풍경·우주까지…서로 다른 ‘변화의 속도’ 탐구
![[전남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호추니엔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이 제16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식이 열리는 4일 오전 전남광주 북구 운암동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거시기홀에서 열린 개막식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2026.09.04. leeyj2578@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9/04/NISI20260904_0021423408_web.jpg?rnd=20260904120546)
[전남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호추니엔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이 제16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식이 열리는 4일 오전 전남광주 북구 운암동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거시기홀에서 열린 개막식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2026.09.04.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폭발하듯 한순간에 일어나는 변화가 있는가 하면, 너무 느려 알아차리지 못하는 변화도 있다. 제16회 광주비엔날레는 그 서로 다른 ‘변화의 속도’를 따라간다.
올해는 몸집부터 줄였다. 43인(팀)의 작가를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한 곳에 모았다. 더 많은 작가, 더 많은 장소, 더 많은 작품으로 몸집을 불려온 국제 비엔날레의 ‘확장의 논리’ 대신 한 작가와 작품을 오래 바라보는 ‘집중의 강도’를 택했다.
제16회 광주비엔날레가 5일 개막한다.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You Must Change Your Life)’를 주제로 오는 11월15일까지 72일간 펼쳐진다.
호추니엔 예술감독은 4일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 열린 개막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전시의 출발점을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찾았다.
2024년 말 대형 프로젝트와 전시를 끝낸 그는 소진돼 있었다. 모든 것을 써버린 듯한 공허함이 밀려왔다. 무엇을 해야 할지도 알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작업실로 향하는 지하철에서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 ‘아폴로의 고대 토르소’를 읽었다.
머리가 사라진 고대 조각상을 마주한 화자의 시선은 부서진 몸통을 따라간다. 불완전한 조각은 점점 살아 움직이는 존재처럼 다가온다. 시는 강렬한 한 문장으로 끝난다.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
호추니엔은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내 안에서 무언가가 움직였다”고 회고했다. 완전히 소진된 상태였지만 자신의 가능성이 다시 확장되는 듯했고, “다시 꿈꿀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그가 주목한 것은 문장의 강력함만이 아니었다. 삶을 바꾸라고 요구하면서도 어떻게, 무엇으로 바뀌어야 하는지는 말하지 않는 ‘프로그램 없는 요구(demand without a programme)’라는 점이었다.
이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은 광주에 도착하면서 집단의 질문으로 확장됐다.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4일 호추니엔 예술감독이 광주비엔날레 전시 설명을 하고 있다.2026.09.04. hyu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9/04/NISI20260904_0002230313_web.jpg?rnd=20260904114426)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4일 호추니엔 예술감독이 광주비엔날레 전시 설명을 하고 있다.2026.09.0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호추니엔은 “빛의 도시이자 민주주의와 변화의 도시인 광주에 이 문장을 심으면 개인적인 경험이 집단적인 차원으로 열리게 된다”며 나의 변화가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집단적 변화와 연대의 역사 속에서 우리가 공유하는 것은 무엇인지 묻게 됐다고 설명했다.
개인의 내면에서 시작한 변화는 전시장에 놓인 제주 화산암을 만나 시간의 문제로 확장된다.
하나의 화산암에는 지하에서 축적된 긴 시간과 순간적인 폭발, 다시 오랜 냉각과 풍화의 시간이 함께 들어 있다.
호추니엔은 “변화에는 하나의 속도만 있는 것이 아니다”며 “변화는 폭발적일 수도 있지만 우리가 거의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느리고 지속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변화의 크기도 하나가 아니다. 분자에서 신체로, 인간관계에서 정치공동체로, 풍경에서 우주까지 서로 다른 규모에서 변화는 동시에 일어난다.
전시는 이 변화의 스케일을 따라 5개 전시실로 이어진다. ‘분자와 나’, ‘신체와 관계’, ‘풍경과 배움’, ‘우주와 변화’, ‘공기와 발화’다.
작은 분자에서 몸으로, 몸에서 관계와 사회로, 다시 풍경과 우주로 시야가 확대된다. 그러나 단순한 ‘줌아웃’은 아니다. 서로 다른 규모는 끊임없이 포개진다. 멀리 있는 우주가 다시 인간의 몸 안으로 들어오고, 거대한 사회와 역사는 한 사람의 삶으로 돌아온다.
![[전남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호추니엔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이 제16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식이 열리는 4일 오전 전남광주 북구 운암동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거시기홀에서 열린 개막식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2026.09.04. leeyj2578@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9/04/NISI20260904_0021423409_web.jpg?rnd=20260904120546)
[전남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호추니엔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이 제16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식이 열리는 4일 오전 전남광주 북구 운암동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거시기홀에서 열린 개막식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2026.09.04. [email protected]
박가희 큐레이터는 ‘풍경과 배움’을 설명하며 “우리가 풍경이라고 부르는 것을 실제로 누가, 무엇이 만들어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는 정치와 역사만 있는 것이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힘과 인과, 여러 세대에 걸쳐 축적된 시간, 그곳에서 살아간 사람들의 경험과 지식이 겹쳐 있다. 시선을 줌인하고 줌아웃할 때 하나의 풍경을 함께 만들어온 서로 다른 시간과 관계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번 비엔날레를 관통하는 또 다른 키워드는 ‘실천(practice)’이다.
변화는 혁명이나 재난, 위기처럼 극적인 사건으로만 일어나지 않는다. 운동과 노동, 훈련과 반복처럼 매일 되풀이하는 행위 속에서도 일어난다. 같은 행동을 반복해도 몸과 기술, 환경이 달라지면서 차이는 쌓인다.
이 때문에 호추니엔은 개별 작품 하나보다 작가가 수년에서 수십 년 동안 이어온 작업의 궤적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한 작가가 여러 전시실에 반복해 등장하는 이유다.
그는 일반적인 전시가 작가와 작품을 하나의 ‘점(point)’으로 제시한다면 이번 전시는 작가의 오랜 실천을 ‘선(line)’으로 따라가려 했다고 설명했다.
변화 역시 한 번의 극적인 사건이 아니라 오랜 시간 축적되는 하나의 궤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4일 최경화 광주비엔날레 공동 감독이 전시 설명을 하고 있다. 2026.09.04. hyu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9/04/NISI20260904_0002230322_web.jpg?rnd=20260904115852)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4일 최경화 광주비엔날레 공동 감독이 전시 설명을 하고 있다. 2026.09.0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전남광주=뉴시스] 광주비엔날레재단은 4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11월15일까지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전시를 연다고 밝혔다. 사진은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제1전시실 전경. (사진 = 광주비엔날레 재단 제공) 2026.09.04. photo@newiss.com](https://img1.newsis.com/2026/09/04/NISI20260904_0002230224_web.jpg?rnd=20260904110113)
[전남광주=뉴시스] 광주비엔날레재단은 4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11월15일까지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전시를 연다고 밝혔다. 사진은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제1전시실 전경. (사진 = 광주비엔날레 재단 제공) 2026.09.04. [email protected]
이러한 생각은 비엔날레의 규모 자체도 바꿨다.
올해 참여 작가는 43인(팀). 전시장도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한 곳에 집중했다.
호추니엔은 “비엔날레는 종종 더 많은 작가, 더 많은 장소, 더 많은 작품이라는 확장의 논리와 연결돼 왔다”며 “우리는 다른 종류의 강도, 즉 주의와 집중의 강도를 탐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날 뉴시스가 “이러한 선택이 오늘날 국제 비엔날레의 거대화와 규모 경쟁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느냐”고 묻자 그는 기존 대형 비엔날레들이 세계화 과정에서 수행한 역할과 성과를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자신 역시 수많은 비엔날레를 다니며 모든 작품을 봐야 한다는 일종의 ‘불안(anxiety)’을 경험했다고 털어놨다. 이번에는 한 장소에 집중해 작가와 작품에 충분한 시간을 내어주고, 관객의 지속적인 주의를 가능하게 하는 다른 모델을 시도했다는 취지다.
![[전남광주=뉴시스] 광주비엔날레재단은 4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11월15일까지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전시를 연다고 밝혔다. 사진은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제5전시실 전경. (사진 = 광주비엔날레 재단 제공) 2026.09.04. photo@newiss.com](https://img1.newsis.com/2026/09/04/NISI20260904_0002230215_web.jpg?rnd=20260904105929)
[전남광주=뉴시스] 광주비엔날레재단은 4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11월15일까지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전시를 연다고 밝혔다. 사진은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제5전시실 전경. (사진 = 광주비엔날레 재단 제공) 2026.09.04. [email protected]
![[전남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윤범모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가 제16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식이 열리는 4일 오전 전남광주 북구 운암동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거시기홀에서 열린 개막식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2026.09.04. leeyj2578@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9/04/NISI20260904_0021423405_web.jpg?rnd=20260904120546)
[전남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윤범모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가 제16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식이 열리는 4일 오전 전남광주 북구 운암동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거시기홀에서 열린 개막식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2026.09.04. [email protected]
공교롭게도 ‘변화’를 내건 이번 비엔날레는 개막 직전부터 현실 정치의 격랑과 맞닥뜨렸다.
대만관 명칭을 둘러싼 갈등이 중국관 철수로 번지면서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관련 질문이 쏟아졌다. 대만 측은 앞서 ‘Taiwan’ 명칭을 삭제한 것을 정치적 검열이라고 비판했다. 반대로 중국 측은 ‘Taiwan Pavilion’ 명칭 사용을 문제 삼으며 결국 전시에서 철수했다.
윤범모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는 중국관 철수까지 이어진 데 대해 “송구하고 안타깝다”고 밝혔다.
윤 대표는 재단과 국립대만미술관이 국가가 아닌 기관 대 기관으로 협약을 체결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파빌리온 제도도 대폭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파빌리온 자체를 폐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전남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제16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식이 열리는 4일 오전 전남광주 북구 운암동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거시기홀에서 개막식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2026.09.04. leeyj2578@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9/04/NISI20260904_0021423404_web.jpg?rnd=20260904115852)
[전남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제16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식이 열리는 4일 오전 전남광주 북구 운암동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거시기홀에서 개막식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2026.09.04. [email protected]
호추니엔은 파빌리온 문제와 본전시는 구분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정치적 공방에 직접 뛰어들지는 않았다.
대신 정치와 예술이 작동하는 서로 다른 시간을 이야기했다.
“정치의 세계 앞에서 예술의 힘은 약하고 무력해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예술에 힘이 있다고 믿습니다.”
그가 말하는 예술의 힘은 즉각적인 것이 아니다. 긴 시간에 걸쳐 작동하고 인간의 짧은 주의 집중 시간을 넘어서는 힘이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와 『일리아스』를 통해 고대 그리스를 떠올리고, 미켈란젤로의 작품을 통해 르네상스를 기억하듯 예술은 인간에게 느리고 깊게, 오래 지속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설명이다.
호추니엔은 “우리는 오늘 예술 때문에 이 자리에 모였다”며 이번 비엔날레 역시 관객의 주의를 늦추고 예술에 대한 감각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는 정치·검열 논란으로까지 번진 광주비엔날레에도 묵직한 질문으로 남았다. 제16회 광주비엔날레는 5일부터 11월15일까지 72일간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 열린다.
제16회 광주비엔날레에는 22개국 43인(팀)의 작가가 참여해 3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는 5일부터 11월15일까지 72일간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 열린다.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4일 제16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을 앞둔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전경. 올해 비엔날레는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You Must Change Your Life)’를 주제로 5일부터 11월 15일까지 열린다.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9/04/NISI20260904_0002230257_web.jpg?rnd=20260904112105)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4일 제16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을 앞둔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전경. 올해 비엔날레는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You Must Change Your Life)’를 주제로 5일부터 11월 15일까지 열린다. *재판매 및 DB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