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이 죽처럼 될 때까지 물 퍼붓는데…인니 땅속 불씨 안 꺼져

기사등록 2026/09/03 17:2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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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아래 뿌리 주변에 불씨…연기 나는 흙에 계속 살수

대원들 교대하며 숨 돌려…헬기는 수원지와 현장 왕복

비단뱀 타 죽고 새들은 갈 곳 잃은 듯 배회

[팔렘방=AP/뉴시스] 11일(현지 시간) 인도네시아 남수마트라주 팔렘방의 이탄지에서 소방관들이 산불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탄지는 나뭇잎 등 식물 잔해가 완전히 분해되지 못하고 퇴적된 습지이다. 건기와 엘니뇨 현상이 겹치면서 인도네시아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2026.08.12.
[팔렘방=AP/뉴시스] 11일(현지 시간) 인도네시아 남수마트라주 팔렘방의 이탄지에서 소방관들이 산불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탄지는 나뭇잎 등 식물 잔해가 완전히 분해되지 못하고 퇴적된 습지이다. 건기와 엘니뇨 현상이 겹치면서 인도네시아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2026.08.12.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인도네시아 산불 현장에서 진화대원들이 흙이 죽처럼 될 때까지 물을 퍼붓고 있지만 땅속 불씨는 좀처럼 꺼지지 않고 있어, 당국은 엘니뇨가 절정에 이를 9월을 산불 진압의 최대 고비로 보고 있다.

영국 BBC 뉴스는 3일(현지시간) 자사 취재진이 이날 아침 인도네시아의 한 산불 현장에 도착했을 때 주변이 짙은 연기로 뒤덮여 있었다고 보도했다.

대원들은 땅속 뿌리 부근의 불을 끄기 어려워 연기가 새어 나오는 땅에 계속 물을 뿌렸다. 지표 위의 불꽃을 잡은 뒤에도 흙이 죽처럼 될 만큼 땅을 흠뻑 적셔야 했다.

진화 작업은 교대로 진행됐다. 한 조가 물을 뿌리는 동안 다른 조는 비교적 공기가 맑은 곳으로 물러나 숨을 돌렸다. 헬리콥터들은 취재진이 현장에 머무는 동안 물을 뜨는 곳과 화재 지점을 수십 차례 오가며 진화용수를 쏟았다.

[잠비=AP/뉴시스] 24일(현지 시간) 인도네시아 잠비주 다나우 라모에서 소방 헬기 한 대가 이탄 지대를 태우며 번지는 산불을 끄기 위해 물을 투하하고 있다. 25일 팔렘방에서는 무슬림들이 모여 비를 내리게 해달라는 기도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2026.08.25.
[잠비=AP/뉴시스] 24일(현지 시간) 인도네시아 잠비주 다나우 라모에서 소방 헬기 한 대가 이탄 지대를 태우며 번지는 산불을 끄기 위해 물을 투하하고 있다. 25일 팔렘방에서는 무슬림들이 모여 비를 내리게 해달라는 기도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2026.08.25.
취재진은 여분의 마스크를 쓰고 휴지까지 덧댔지만 코와 목을 파고드는 연기를 막지 못했다. 화재 현장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눈이 따가워졌고, 연기를 들이마시자 어지럼증도 나타났다. 때로 몸을 낮춰야 했지만 그러면 등에 불이 붙는 듯한 열기가 느껴졌다.

연기는 땅과 나무에서 끊임없이 솟아올랐다. 취재진은 새까맣게 탄 비단뱀 사체를 목격했다. 불타는 나무 위에서는 작은 새들이 보금자리를 잃은 듯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이탄지 화재도 진화를 어렵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다. 보르네오섬에는 넓은 이탄지가 분포해 있으며 한번 불이 붙으면 지표 아래에서 수주 동안 서서히 탈 수 있다. 이탄은 완전히 분해되지 않은 식물성 유기물이 오랜 기간 쌓여 형성된 층이다.

[오간일리르=AP/뉴시스] 17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 남수마트라주 오간 일리르에서 소방관들이 이탄습지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매년 발생하는 산불과 화재로 인한 연기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남부 일부 지역을 유독성 연무로 뒤덮어 이웃 국가 간 문제가 되고 있다. 2023.08.18.
[오간일리르=AP/뉴시스] 17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 남수마트라주 오간 일리르에서 소방관들이 이탄습지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매년 발생하는 산불과 화재로 인한 연기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남부 일부 지역을 유독성 연무로 뒤덮어 이웃 국가 간 문제가 되고 있다. 2023.08.18.
인도네시아 산림부 집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산림과 토지 약 20만㏊가 불탔다. 7월 한 달에 불탄 면적만 약 9만5000㏊로, 앞선 1~6월 누적 면적 10만7465㏊에 거의 맞먹었다.

당국은 수마트라섬의 리아우·잠비·남수마트라주와 보르네오섬 인도네시아 지역의 서·중부·남부칼리만탄주 등 6개주에 인력과 장비를 집중하고 있다. 항공기 34대가 물 투하 작전에 투입됐지만, 짙은 연기로 시야가 가려지고 화재 현장 주변에서 물을 확보하기도 어려워 작전에 차질이 빚어졌다.

산불 연기는 주민 건강도 위협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난 7~8월 7개주에서 급성 호흡기 감염 사례가 5만건 넘게 발생했다. 연기가 바람을 타고 인접 지역으로 번지면서 화재 현장에서 떨어진 곳에서도 호흡기 감염 환자가 발생했다.

【수마트라섬 남부(인도네시아)=신화/뉴시스】인도네시아 군인 한 명이 12일 수마트라섬 남부 오간 코메링 이리르의 토탄 지대에서 산불을 끄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18년째 되풀이되는 수마트라 및 칼리만탄 섬에서의 대규모 산불 진화에 어려뭄을 겪고 있다. 2015.9.13
【수마트라섬 남부(인도네시아)=신화/뉴시스】인도네시아 군인 한 명이 12일 수마트라섬 남부 오간 코메링 이리르의 토탄 지대에서 산불을 끄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18년째 되풀이되는 수마트라 및 칼리만탄 섬에서의 대규모 산불 진화에 어려뭄을 겪고 있다. 2015.9.13
학교 수업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인도네시아 교육당국에 따르면 2일 현재 피해가 심한 6개주 1만2874개 학교가 원격수업으로 전환했으며 대상 학생은 약 143만명이다. 이 가운데 약 110만명은 피해가 가장 큰 서칼리만탄주 학생들이다.

피해가 확산하는 가운데 라자 줄리 안토니 인도네시아 산림부 장관은 이번 산불의 상당 부분이 사람의 행위로 발생했다고 말했다. 개인이나 기업이 농업과 다른 경제활동을 위해 불을 놓아 땅을 정리하는 관행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엘니뇨로 심해진 건조한 날씨가 화재를 키웠다는 설명이다.

라자 줄리 장관은 엘니뇨가 이달 절정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9월이 산불 진압의 가장 힘든 시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상과 공중에서 진화 작업이 이어지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지표 아래 남은 불씨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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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이 죽처럼 될 때까지 물 퍼붓는데…인니 땅속 불씨 안 꺼져

기사등록 2026/09/03 17:26:35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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