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살며 주식 산다…美 고소득 청년층이 다시 쓰는 '아메리칸 드림'

기사등록 2026/09/03 16:2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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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집값, 중위 가구소득의 5배…2019년 이후 48% 상승

50대 대도시권 모두 집 사는 비용이 월세보다 높아

고소득 세입자 10년간 120만 가구 증가

[먼로=AP/뉴시스] 2020년 4월1일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외곽 먼로에서 매매 절차가 진행 중인 주택 앞에 '매물(For Sale)'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2020.04.01.
[먼로=AP/뉴시스] 2020년 4월1일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외곽 먼로에서 매매 절차가 진행 중인 주택 앞에 '매물(For Sale)'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2020.04.01.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미국에서 오랫동안 중산층의 자산 축적 수단이던 주택 가격이 소득보다 빠르게 오르면서 젊은 고소득층조차 내 집 마련을 미루고 월세로 살며 주식에 투자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 마켓워치는 2일(현지시간) 주택 소유가 오랫동안 성공과 안정의 상징으로 여겨져 온 미국에서 일부 젊은 고소득층이 자산 축적 방식을 바꾸고 있다고 보도했다. 집을 산 뒤 주택담보대출을 갚으며 자산을 쌓는 대신 월세로 살면서 월세와 주택 매입 비용의 차액, 주택 구입에 쓰려던 목돈을 금융자산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이런 변화의 주요 배경에는 소득보다 가파르게 오른 집값이 있다. 하버드대 주택연구 공동센터에 따르면 2024년 미국 단독주택 중위가격은 중위 가구소득의 5배였다. 2019년에는 4.1배, 1990년대에는 3.2배였다. 2019~2024년 집값이 48% 오르는 동안 가구소득은 22% 증가하는 데 그쳤다.

높은 집값에 금리 상승까지 겹치면서 주요 도시에서는 집을 사는 것보다 빌리는 편이 당장의 주거비를 줄이는 선택이 됐다. 미국 부동산정보업체 리얼터닷컴의 2026년 7월 분석에서 미국 50대 대도시권 모두에서 침실이 따로 없는 원룸형부터 방 2개짜리까지 임대주택의 월세가 같은 규모의 집을 매입할 때 드는 월 비용보다 낮았다. 월세 중위가격은 1695달러(약 230만원), 집값의 10%를 자기자금으로 내고 30년 고정금리 대출로 매입했을 때 세금·보험·관리비 등을 포함한 월 비용은 2553달러(약 347만원)로 858달러(약 117만원) 차이가 났다.

이런 비용 구조와 맞물려 집을 사지 않고 세입자로 남는 고소득층도 늘고 있다. 이 센터가 마켓워치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가구 연소득 17만5000달러(약 2억3790만원) 이상인 세입자 가구는 미국 소득 상위 20%에 해당하며 지난 10년간 120만 가구 증가했다. 이들 가운데 25~34세가 가구주인 가구는 약 33%, 35~44세가 가구주인 가구는 26%였다. 과거 미국인들이 주로 생애 첫 주택을 사던 연령대다.

젊은 무주택층 전반에서도 주택 구입을 미루는 흐름이 나타났다. 갤럽이 2025~2026년 조사 결과를 합산해 분석한 결과, 18~34세 무주택자 가운데 가까운 장래에 집을 살 가능성이 낮다고 답한 비율은 30%로 2013·2015년의 13%보다 높아졌다. 반면 10년 안에는 집을 살 것으로 예상한 비율이 2013·2015년 27%에서 2025~2026년 41%로 늘었다. 갤럽은 이를 주택 구입을 완전히 포기했다기보다 시기를 늦추는 흐름으로 해석했다.

고소득 세입자가 실제로 주택 구입을 미룬 사례도 있다. 마켓워치는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사는 재무설계사 나탈리·댄 슬래글 부부의 사례를 소개했다. 부부는 월 소득의 20% 안팎을 주택담보대출 상환에 쓸 수 있다고 판단해 집을 찾아 나섰다. 그러나 두 차례 매수 제안을 냈지만 더 높은 가격을 부른 경쟁자에게 밀리자 주택 구입이 반드시 필요한지 다시 따져보고 매수 시도를 중단했다. 지금은 매달 4000달러(약 544만원)의 월세를 내면서 월세와 예상 대출 상환액의 차액인 약 2000달러(약 272만원)를 퇴직연금과 주식계좌에 넣고 재무설계 사업에도 투입하고 있다. 집을 살 때 쓰려던 초기 납입금은 딸의 대학 학자금 계좌에 추가로 넣고 새 가구를 사거나 보유 현금을 늘리는 데 썼다. 나탈리는 “평생 임대로 사는 것을 전제로 재무계획을 짰다”고 말했다.

[뉴욕=AP/뉴시스] 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거래장에서 트레이더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 증시로 향하는 한국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늘어나는 가운데 미국 금융권에서는 위험자산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2026.08.07.
[뉴욕=AP/뉴시스] 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거래장에서 트레이더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 증시로 향하는 한국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늘어나는 가운데 미국 금융권에서는 위험자산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2026.08.07.
주택을 대신해 자산을 축적할 수단으로는 주식이 거론된다.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애스워스 다모다란 교수의 계산에 따르면 배당금을 재투자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의 총수익률은 최근 10년·50년과 1928년 이후의 장기 구간에서 모두 부동산 수익률을 웃돌았다. 다만 이는 배당금을 재투자한 주식 수익률과 부동산 가격 흐름을 비교한 것이다. 주택이 제공하는 거주 가치와 주택담보대출 활용, 세금·유지비 차이까지 반영한 계산은 아니라고 마켓워치는 전했다.

그렇다고 월세와 주식의 조합이 주택 구입보다 언제나 유리하다는 뜻은 아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집값이 연 4% 오르고 주식 투자수익률이 연 8%라는 등의 가정을 적용해 35세부터 65세까지를 비교한 단순 모형에서는 집을 산 사람이 65세 때 약 110만달러(약 14억9500만원)짜리 주택을 보유하고, 월세 차액을 투자한 사람은 약 113만달러(약 15억3600만원)의 금융자산을 보유하는 것으로 계산됐다.

잔디는 실제 결과가 집값과 임대료, 주가 흐름에 따라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세입자가 주택을 산 경우와 비슷한 규모의 자산을 모으려면 30년간 차액을 빠짐없이 투자하고 주가가 떨어져도 투자금을 빼지 않아야 한다. 주택을 구입하면 장기 고정금리로 원리금 부담을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고 대출 상환을 통해 강제저축 효과를 얻는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선택은 모든 세입자에게 열려 있지 않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따르면 세입자의 23%는 2025년 중 한 번이라도 임대료가 밀린 적이 있었다. 가구소득 5만달러(약 6800만원) 미만에서는 이 비율이 약 33%였지만 10만달러(약 1억3600만원) 이상에서는 5%였다. 주거비로 소득의 상당 부분을 쓰는 저·중소득층은 월세를 내고 남은 돈을 투자한다는 전략 자체를 실행하기 어렵다.

마켓워치는 월세와 주식 투자를 결합하는 방식이 주택 소유를 대신할 보편적 해법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 방식은 안정적인 소득이 있고 주거비 차액을 장기간 꾸준히 투자할 수 있어야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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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살며 주식 산다…美 고소득 청년층이 다시 쓰는 '아메리칸 드림'

기사등록 2026/09/03 16:29:28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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