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지 않고 조각한다”…김인배, 12년 만의 개인전 ‘잠자는 남자’

기사등록 2026/09/02 08: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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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리오갤러리 서울 10월 24일까지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김인배 '잠자는 남자'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김인배 '잠자는 남자'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보지 않고 조각하면 무엇이 만들어질까.

눈앞의 대상을 정확하게 재현하는 것이 조각이라면 김인배(48)는 거꾸로 간다. 시각을 차단한 채 손으로 더듬어 형상을 만들고, 멀어질수록 좁아지는 원근법을 손으로 만진다. 같은 것을 만들려 하지만 결과는 어긋난다.

서울 종로구 율곡로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 연 김인배 개인전 ‘잠자는 남자’는 신작 조각과 평면 작품 29점을 선보인다. 2014년 이후 12년 만에 아라리오갤러리에서 여는 개인전이다.

전시 제목은 프랑스 작가 조르주 페렉의 자전적 소설 『잠자는 남자』에서 가져왔다.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너’라는 2인칭으로 한 인물을 집요하게 좇는다. 하지만 아무리 구체적으로 지시해도 그 존재를 온전히 포착하지 못한다.

김인배가 주목한 것도 그 틈이다. 서로 닮아 같은 것으로 인식되지만 완전히 포개지지 않는 것. 존재한다고 여기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 것. 작가는 이를 ‘없음’의 감각으로 조각한다.

“없는 것을 본다는 것은 무엇인가. 없음은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는가.”

1층 전시장에는 내부가 보이지 않는 거대한 상자가 놓였다. 작가는 어두운 상자 안에 두 손만 집어넣고 오직 감각에 의존해 조각을 빚는 가상의 상황을 설정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토르소는 짓눌리고 목은 길게 비뚤어진다. 곱슬머리 두상도 엉뚱한 모습이다.

눈으로 보면 ‘오류’다. 그러나 김인배에게는 보이지 않는 대상을 향해 손을 뻗어 더듬고 만지고 헤맨 촉각의 기록이다. 흙을 강하게 쥐었다 편 순간을 형상화한 ‘쥐고 펴고’, 시각 없이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궤적을 담은 ‘움직이는 동안’ 등도 함께 선보인다.
김인배  어디에서 얼마나 기다리다 갔는지 Where, and How Long, It Waited Before Leaving, 2026, Epoxy clay, fiberglass, XPS foam board, urethane foam, 65 *재판매 및 DB 금지
김인배  어디에서 얼마나 기다리다 갔는지 Where, and How Long, It Waited Before Leaving, 2026, Epoxy clay, fiberglass, XPS foam board, urethane foam, 65 *재판매 및 DB 금지


지하에서는 ‘거리’를 만진다. ‘원근법 만지기’는 멀리서 보면 소실점을 향해 깊어지는 회화처럼 보인다. 실제로는 요철이 있는 바탕판에 종이를 밀착시켜 문질러낸 프로타주다. 화면에서는 멀어지는 공간이 펼쳐지지만 이를 만들기 위해 바탕판과 종이, 작가의 손은 빈틈없이 맞닿아야 한다. 거리를 만들기 위해 거리를 없앤 셈이다.

‘A형 사다리’는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사다리의 형태를 선형원근법의 소실점과 연결한다. 시각적으로는 끝없이 멀어지는 소실점의 끝을 실제로 잘라내, 추상적인 원근법을 물리적인 조각으로 바꿨다.
김인배 개인전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김인배 개인전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김인배는 선과 면을 3차원 공간으로 끌어내고, 보이지 않는 빈 공간을 조각하며 우리가 대상을 인식하는 방식을 흔들어왔다. 이번 전시에서도 완성된 형태보다 형태 사이의 틈, 정확한 재현보다 어긋나는 과정에 주목한다.

같다고 믿는 순간 차이가 생기고, 보려고 할수록 대상은 멀어진다. 김인배의 조각은 보이는 것을 만드는 대신 보이지 않는 것이 어떻게 존재하는지를 묻는다.

김인배는 1978년 서울에서 태어나 홍익대 조소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상하이, 페리지갤러리, 두산갤러리 뉴욕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2024년 제35회 김세중청년조각상을 수상했다. 작품은 서울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대구미술관, 아라리오컬렉션 등에 소장돼 있다.

전시는 10월24일까지. 3일 ‘삼청나잇’에는 오후 10시까지 연장 운영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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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지 않고 조각한다”…김인배, 12년 만의 개인전 ‘잠자는 남자’

기사등록 2026/09/02 08:45: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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