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상 작가들이 응시한 '막다른 곳에 내몰린 사람들'

기사등록 2026/08/31 13: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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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고운 '사랑은 하루도 사랑', 이희영 '이벤트'

제31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이승형 '아르고스'

[서울=뉴시스] '사랑은 하루도 사랑' (사진=문학동네 제공) 2026.08.3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사랑은 하루도 사랑' (사진=문학동네 제공) 2026.08.3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조기용 기자 = 남편이 남긴 빚을 떠안은채 조카까지 돌봐야하는 이, 번아웃으로 직장을 그만두고 지방을 택한 이, 잠까지 포기해야하는 노동자.

막다른 곳에 내몰린 사람들은 다시 삶을 어떻게 이어갈까. 문학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가들이 저마다 다른 사연으로 벼랑 끝에 선 인물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사랑은 하루도 사랑(문학동네)=서고운 지음

2022년 문학동네신인상을 받은 저자가 등단 4년 만에 펴내는 첫 소설집이다. 총 9편의 단편이 실린 소설집은 돌봄, 노동, 기후위기, 동성애 등 동시대의 문제를 다룬다.

표제작은 '나'의 집에 예고 없이 찾아온 동생 '규리'와 조카 '치치'의 이야기다. 규리의 남편은 빚을 가득 안긴 채 가족을 떠났고, 어린 치치는 '죽고싶다'는 말을 반복한다. '나' 또한 안정적인 일자리를 잃고 단기직을 전전하는 데다 동성 여자친구 다연과 이별한 상태다. 그러나 저자는 인물이 처한 일상의 균열을 절망으로만 대하기보다 산뜻하게 비춘다.

소설집은 표제작뿐 아니라 말을 떼지 못한 조카를 돌보게 된 이모, 유기견을 입양하려는 동성 연인, 기후 재난으로 사라진 생물을 기억하려는 사람 등 다양한 관계와 삶을 그린다.

이들의 삶은 누군가를 만난다고 단번에 나아지지 않는다. 경제적 어려움이나 경력 단절, 노동과 관계에서 생긴 상처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저자는 섣부른 구원이나 완전한 행복을 제시하는 대신 인물들이 서로에게 기대고 온기를 나누며 일상의 빈 곳을 조금씩 메워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서울=뉴시스] '이벤트' (사진=창비 제공) 2026.08.3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벤트' (사진=창비 제공) 2026.08.3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벤트(창비)=이희영 지음

장편 '페인트'로 제12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받은 저자의 신작 장편소설이다. 청소년의 흔들리는 마음을 포착해온 저자는 이번 소설에서 청소년과 성인 사이의 시간, '정상'으로 받아들여지는 흐름에서 벗어난 이의 마음을 사려 깊게 살핀다.

작품은 번아웃으로 직장을 그만두고 작은 도시의 한옥 호텔에 취직한 '슬목'이 호텔 홍보를 위한 이벤트를 기획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동료 '승아'와 함께 사연을 모집해 숙박과 맞춤형 행사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기획하지만 참여율은 저조하다. 그러던 중 결혼을 앞둔 연인을 위해 프러포즈를 준비한다는 사연이 도착하고 슬목과 승아는 이벤트로 손님을 맞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면서 위기를 맞는다.

슬목에게는 또다른 사건도 벌어진다. 집에서 누군가의 흔적을 발견하고 침입자를 잡기위해 카메라를 설치한다. 슬목은 카메라를 통해 깜짝 놀랄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슬목은 호텔을 찾은 사람들의 사연과 카메라에 찍힌 얼굴을 통해 막다른 곳인 것만 같던 상황도 결국 지나가고 성장하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내일로 나아갈 힘을 얻는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페인트'가 세상에 나온지 8년이 되었다. 교실과 늦은 밤 침대에서 책을 읽었던 친구들이 훌쩍 자라 어른이 되었다. 그들이 세상의 거친 파도를 호기롭게 타 넘는동안, 과연 나는 그들처럼 성장했는지 자문한다"며 "이 책은 지금까지 함께 했던 친구들에게 오랜만에 건네는 안부 인사이자, 앞으로도 내 이야기를 함께할 분들에게 보내는 응원이며, 부지런히 뒤쫓아가겠다는 약속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아르고스' (사진=한겨레출판 제공) 2026.08.3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아르고스' (사진=한겨레출판 제공) 2026.08.3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아르고스(한겨레출판)=이승형 지음

제31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이다. 인공지능(AI)과 인간의 자율성, 주체성 등을 연구해온 교육철학 연구자 이승형이 쓴 첫 장편소설이다.

작품은 경남 김해에 현존하는 스마트 물류센터와 고대 가야 고분군을 배경으로 잠과 감정을 잃어가는 노동자들과 결코 멈추지 않는 컨베이어 벨트의 이야기를 그린다.

주인공 '재일'은 강남에서 피부클리닉을 운영하다 실패한 뒤 막대한 빚을 지고 김해로 내려온다. 스마트 물류센터에서 야간 구급대원으로 일하며 교대 없이 밤새 일하는 노동자들을 마주한다.

노동자들은 더 많은 수입을 얻기 위해 스스로 잠들지 않기를 택한다. 피로를 느끼지 않고 잠도 필요하지 않게 되자 더 오래 일할 수 있지만, 그만큼 인간의 몸과 감정은 망가져간다. 재일조차 이들을 구하려 하기보다 불면 상태의 노동자들의 피를 이용해 돈을 벌 계획을 세운다.

그 배후에는 노동자를 측정하고 관리하며 물류센터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AI 관제 시스템 '아르고스'가 있다. 아르고스가 보는 것은 처리되는 상자의 수일 뿐 노동자의 고통과 생명은 계산되지 않는다.

작품이 겨누는 것은 AI만이 아니다. 더 많은 돈과 성공을 위해 스스로 잠을 포기하고 자신의 몸을 착취하는 노동자들과 다시 강남으로 돌아가 성공하려는 욕망을 버리지 못하는 재일을 통해 무한경쟁과 효율을 내면화한 현대인의 모습을 비춘다.

저자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은 어떻게 일하고 살아야 하는지, 효율과 경쟁의 끝에서 지켜야 할 인간의 가치는 무엇인지 묻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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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상 작가들이 응시한 '막다른 곳에 내몰린 사람들'

기사등록 2026/08/31 13:02:15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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