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걱대는 대미 투자 1호 발표…정부, 사업비 증액 요구에 고민↑

기사등록 2026/08/31 10:02:53

최종수정 2026/08/31 10:3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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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엔시날 투자금 25% 증액 요구…韓정부, 7조 증가에 '난색'

SPV 소유권과 프로젝트 수익배분 방식, 투자이자율 등 이견

[인천공항=뉴시스] 최동준 기자 = 미국 트럼프 정부 관계자들을 만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6.08.20. photocdj@newsis.com
[인천공항=뉴시스] 최동준 기자 = 미국 트럼프 정부 관계자들을 만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6.08.20.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김동현 기자 = 미국이 우리나라 대미 투자 1호 사업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텍사스 가스복합화력발전소 사업비를 198억 달러 수준에서 250억 달러로 25% 증액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만약 정부가 우리돈으로 7조원 안팎의 투자 금액을 상향 조정할 경우 향후 원전, 에너지, 반도체, 인프라 등 후속 프로젝트에서도 미국이 비슷한 방식으로 증액을 요구할 수 있는 만큼 '밑지는 선례'를 남기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들린다.

31일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미국 텍사스주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투자 비용과 관련해 198억 달러에서 250억 달러로 25% 늘어난다고 통보했고 우리 정부는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업은 당초 총 사업비로 198억 달러가 투입돼 가스터빈발전 1.4기가와트(GW), 가스복합발전 5GW 등 6.4GW 규모로 설립될 예정이었는데 미국은 발전소 용수 확보 문제 등을 거론하면서 50억 달러의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증액 근거로 발전소 용수 확보 문제를 제시했지만, 세부적으로 어떤 설비나 공사가 추가로 필요한지, 비용이 어떻게 산출됐는지에 대한 자료를 충분히 내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증액 요구에는 구조적인 요인이 자리한다는 분석이다.

현재 텍사스를 비롯한 미국 남부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단기간에 급증하고 있고, 이에 따라 발전소 건설 원가 자체도 뛰고 있는 만큼 인프라 건설 비용 증가분을 우리에게 요구했다고 볼 여지가 많다.

특히 미국 입장에서는 사업비가 커질수록 한국 자금이 미국 내에 더 많이 묶이는 효과가 있어, 투자 이행을 압박하는 지렛대로도 작용할 수는 만큼 투자비 증액과 함께 상호관세율 상향 조정을 압박 카드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선 우리 정부가 대미 투자와 관련해 투자금의 원금과 이자를 회수하고 적정한 수익을 확보해야 한다는 원칙을 정해놓고 있어 미국과의 협상 타결이 지연되고 있다고 의견을 내놓고 있다.

당장 미국이 텍사스 가스복합화력발전소 투자비 증액과 관련해 구체적인 설비와 공사 내용, 원가 산출 내역 등을 충분히 제시하지 않고 있는 만큼 상업적 투자 원칙에 따라 비용 산정이 적정한 지 여부를 따지는 것이 1차 난관이다.

첫 사업인 엔시날 발전소부터 사업비가 근거 없이 부풀려진다면 연간 200억 달러 한도로 자금을 집행하는 구조상 후속 사업에 투입할 수 있는 여력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 정부가 3500억 달러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이 커질 전망이다.

한미 양해각서(MOU)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 투자 3500억 달러 중 1500억 달러는 조선업 협력에, 나머지 2000억 달러는 에너지·반도체 등 전략 분야에 배정돼 있는 상황인데 개별 프로젝트의 증액 요구가 잇따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울러 상업적으로 타당한 사업에 우리나라 기업이 실질적인 지분과 의결권을 갖는 방식으로 투입될 수 있는 지 여부도 아직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한미 간 MOU는 전략투자를 관리할 특수목적회사(SPV)를 미국이 전적으로 소유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한국 기업이 미국에 설립한 현지법인의 지분 참여와 의결권에 대해 양국간 입장차가 첨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기업이 발전소의 지분을 갖는다면 이사회에 참여하고 주요 의사결정에 관여할 수 있는 만큼 향후 발전소 가치가 상승할 경우 자본이득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미국 측이 지분을 전적으로 갖고 한국은 자금을 제공한다면 우리나라 기업은 사업의 주주라기보다 자금 제공자 또는 사업 참여자로 분류될 수 있는 만큼 대규모 자금 투입 대비 투자 조건에 대한 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서울=뉴시스]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된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D.C. 백악관 캐비닛 룸에서 한국 측 협상단과 함께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운 채 기념촬영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지영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트럼프 대통령,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 대표,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 박정성 무역투자실장,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사진=백악관 페이스북 캡처) 2025.08.0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된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D.C. 백악관 캐비닛 룸에서 한국 측 협상단과 함께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운 채 기념촬영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지영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트럼프 대통령,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 대표,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 박정성 무역투자실장,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사진=백악관 페이스북 캡처) 2025.08.0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사업비 뿐 만 아니라 수익을 어떻게 나눌 지 여부도 따져봐야 할 문제다.

MOU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여러 프로젝트에서 나온 수익을 SPV에 한데 모아서 배분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 특정 사업에서 손실이 나도 다른 사업의 수익으로 메울 수 있는 구조를 전제로 투자를 지속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 측은 투자에 따른 수익을 사업별로 따로 나누는 방안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손실이 발생한 사업을 다른 우량 사업 수익으로 보전하기 어려워져 원금 회수 위험이 그만큼 커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예를 들어 엔시날 발전소의 수익성이 예상보다 떨어지더라도 다른 사업에서 높은 수익이 발생한다면 전체적인 원금 회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지만 프로젝트별 손익을 분리하면 특정 사업의 부실이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셈이다.

이외에도 투자금에 적용되는 이자율도 마찬가지다.

MOU에는 미국 국채 장기금리를 기준으로 가산금리를 붙이는 구조가 제시돼 있는데 구체적인 가산금리 수준이 확정되지 않은데다 사업별 가산금리를 정하면 한국이 부담하는 위험에 비해 보상이 부족할 수 있거나 투자금 회수 자체가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결국 이번 사업비 증액 요구는 단순히 한 발전소의 공사비 문제가 아니라 3500억 달러 대미 투자가 '한국에 실익이 돌아오는 상업적 투자'가 될지 '한국이 자금만 대고 위험은 떠안는 구조'가 될지를 가늠하는 시험대라는 평가가 나온다.

통상전문가들은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이지 말고 신중한 협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첫 사업부터 사업비가 25% 늘어나고 소유권과 수익 배분까지 합의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오히려 지금이 협상의 원칙을 세워야 할 시점이라는 조언이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1호 대미 투자 프로젝트를 결정하게 되면 후속 프로젝트에도 그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며 "미국 정부가 무역법 301조에 따른 과잉생산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는 만큼 1호 투자 결정을 빨리할 수록 불리할 수 있다"고 의견을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가 미국에 3500억 달러를 투자 하기로 한 것은 사실 무리가 되는 금액"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 이전에 성과를 낼려고 하기 때문에 시간에 쫒기는 건 미국으로 무리하게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박석재 우석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일본의 투자가 이뤄진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투자를 서둘러야 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미국의 요구에 따라 우리나라 국익이 손해를 보는 쪽으로 협상을 진행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이어 "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를 한다면 양국이 상호 윈윈이 되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며 "투자를 하는 나라가 갑이고 미국은 투자를 받아야 하는 입장인 만큼 투자국 입장에서 도움이 될 수록 주장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고 의견을 전했다.

백철우 덕성여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SPC 소유권부터 이익 분배를 어떻게 할지 등 실제 투자 단계에서 상세한 설계가 필요한 시점인 만큼 우리나라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투자를 한 뒤 바꿀 수 있는 상황이 아닌만큼 성의는 보이되 차분하게 접근하면서 끌려가면 안된다"고 조언했다.
[서울=뉴시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3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 메이프라워호텔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면담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부 제공) 2026.07.2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3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 메이프라워호텔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면담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부 제공) 2026.07.2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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