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게임스컴 첫 방문…"독일인 4000만명 이상 즐겨"
중독·극단주의·아동 범죄 경계…"게임의 긍정적 힘 현실로 가져와야"

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독일 쾰른에서 열린 '게임스컴 2026'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독일 연방대통령실 홈페이지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쾰른(독일)=뉴시스]오동현 기자 =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이 게임을 단순한 여가 활동이나 산업을 넘어 문화와 민주주의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매체로 규정했다. 게임이 공동체 형성과 시민 참여를 촉진할 수 있는 만큼 중독과 극단주의, 아동·청소년 대상 범죄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한 업계의 책임도 강조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독일 쾰른에서 열린 '게임스컴 콩그레스' 연설에서 "게임은 오늘날 우리 문화생활의 확고한 일부"라며 "디지털 게임은 전체적으로 문화와 관련돼 있고, 따라서 민주주의와도 관련돼 있다. 좋은 면에서도, 나쁜 면에서도 그렇다"고 밝혔다.
"게임, 사회 중심에 자리 잡아"…독일서 4000만명 이상 즐겨
그는 "독일에서만 4000만명 이상, 거의 두 명 중 한 명이 게임을 즐긴다"며 "남녀노소가 게임과 함께 성장했다. 게임은 오래전부터 우리 사회의 중심에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과거 어두운 방에서 정크푸드와 에너지음료를 곁에 두고 온종일 게임을 하는 청소년의 모습으로 게이머를 묘사했던 고정관념도 더 이상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게임산업의 경제·기술적 가치도 강조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게임산업이 수십억 유로 규모의 산업으로 성장했으며, 독일에 기반을 둔 개발사들이 게임뿐 아니라 의학 분야의 가상현실(VR), 자동차 디자인, 건축 등에서도 기술 발전을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임 자체의 표현력도 크게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오늘날 게임 속 인물은 영화와 거의 구분하기 어려운 세계를 탐험한다"며 "기술 발전과 함께 게임은 예술적으로 정교해지고 내용도 복잡해졌으며 사회적 영향력도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게임이 영화·방송·문학에 영향을 주고, e스포츠를 통해 세계적인 스타와 리그, 대회를 만들어냈다는 점을 언급하며 "게임은 여러 예술 형식을 결합하고 정치적 질문까지 다루는 젊고 역동적인 문화재"라고 평가했다.

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독일 쾰른에서 열린 '게임스컴 2026'을 찾았다. (사진=독일 연방대통령실 홈페이지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부작용에 대해서도 솔직하고 세밀하게 논의해야"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과거 독일 정치권이 폭력적인 게임을 이른바 '살인 게임'으로 규정하며 게임을 사회 문제의 원인으로 몰아간 논의는 과장된 측면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재즈와 로큰롤, 헤비메탈, 만화 등 새로운 문화가 등장할 때마다 사회적 일탈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것과 비슷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도 "게임에 대한 비판을 단순한 '도덕적 공황'으로만 볼 수는 없다"며 "게임이 일상에 널리 퍼진 만큼 부작용에 대해서도 과거와 달리 사실에 근거해 솔직하고 세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 세계보건기구(WHO)가 질병으로 인정한 것은 게임 자체가 아니라 '게임이용장애'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게임이용장애가 당사자에게 심각한 심리적·사회적·경제적 피해를 줄 수 있는 만큼 예방과 보호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일부 게임에서 청소년이 잔혹한 폭력과 성차별, 인종차별, 인간 존엄을 훼손하는 사고방식이나 극단주의 이념에 노출되는 문제도 지적했다. 게임이 연결되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범죄자가 아동·청소년에게 접근해 성폭력을 가하거나 협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독일 연방범죄수사청의 분석도 언급했다.
그는 "연령 제한과 등급 분류는 도움이 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며 "폭력 미화와 극단주의·반민주적 콘텐츠의 확산을 막기 위한 명확한 규칙이 필요하고, 필요한 경우 법으로 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업계 종사자들의 자율적인 책임"이라며 이용자의 개인정보와 재산, 건강을 보호하고 게임을 통한 급진화를 막기 위해 업계가 합의된 기준을 지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게임의 공동체·민주주의 잠재력 현실 세계로"
그는 게임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어 외로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지 능력을 훈련하고 역사적 지식과 정치교육을 전달하거나, 다른 사람의 삶을 간접 경험하며 사회적·윤리적 문제와 규칙·공정성의 가치를 생각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베르텔스만재단의 연구를 인용해 스스로를 열정적인 게이머라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토론과 집회, 청원 등 사회 활동에 참여하려는 의지가 평균보다 높고 민주주의에 대한 소속감도 강하다고 소개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게임의 부작용은 막고, 게임이 가진 연결성과 창의성, 에너지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베이비붐 세대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이 힘을 현실 세계로 가져와 자원봉사와 시민사회 활동, 민주 정당에서 발휘해 달라"며 게이머들의 적극적인 사회 참여를 요청했다.
그는 연설을 마치며 "우리는 독일에 게임산업이 있기를 원하고, 이 산업이 경제적으로 강해지기를 원한다"며 "게임스컴은 다양성과 개방성, 민주주의를 위한 장"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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