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에게도 '작별할 권리'가 있습니다"[당신 옆 장애인]

기사등록 2026/08/29 12:00:00

최종수정 2026/08/29 12: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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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엔딩커뮤니티 '다다르다' 김영아 대표

"발달장애인의 부모와의 사별·노후·죽음 준비 지원"

자조모임 통해 노후 상상…'엔딩캠프'·'테마카페' 등

"'웰다잉', 내 삶에 무엇이 중요한지 알게되는 과정"

[세종=뉴시스]발달장애인 엔딩커뮤니티 '다다르다'의 김영아 대표. (사진=본인 제공) 2026.08.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발달장애인 엔딩커뮤니티 '다다르다'의 김영아 대표. (사진=본인 제공) 2026.08.2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 강진아 기자 = "발달장애인을 보호의 대상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슬퍼할 권리', '작별할 권리', '자신의 삶과 죽음에 참여할 권리'가 있는 사람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발달장애인 엔딩커뮤니티 '다다르다'의 김영아 대표는 발달장애인의 사별과 죽음 준비에 대해 우리 사회가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최근 서면으로 만난 김 대표는 "가장 먼저 '모르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며 "이해하기 어렵다고 해서 설명하지 않는 것과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설명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8월 출범해 1년을 맞은 '다다르다'는 발달장애인의 자립과 노후, 부모와의 사별, 자신의 죽음까지 삶의 전 과정을 함께 준비하는 비영리 스타트업이다. 그 이름에는 '삶의 끝에 다다른 발달장애인의 다 다른 노후, 사별, 죽음 준비를 지원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김 대표는 24년 넘게 장애인재활상담사로 활동해 오며 현장에서 발달장애인들을 마주해왔다. 그 경험 속에 발달장애인에게 가족의 죽음을 알려주지 않거나 장례에서 배제하는 경우를 여러 번 봤다. 그는 발달장애인이 자신의 가족과 작별할 권리까지 잃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다다르다'를 설립했다.

"현장에서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도 그 사실을 제대로 전달받지 못하고 몇 년을 지낸 발달장애인을 만난 적이 있어요. 부모님의 장례기간에 장례식에 참여하지 못하고 단기보호시설에 맡겨진 분도 있었죠. 가족들은 당사자가 죽음을 이해하지 못할 거라 생각하거나 충격을 줄까 봐 보호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저는 남아서 살아가는 그분들을 보잖아요. 엄마, 아빠가 왜 없는지 모르고 살아가는 분들은 더 고통스럽고 막막해하죠."

하지만 발달장애인의 나이가 든 이후의 삶이나 부모의 죽음 이후 준비에 대한 지원은 부족했다. 국가 차원의 통합된 제도 역시 부재했다. 결국 답답한 사람이 직접 우물을 파게 됐다. 그가 먼저 웰다잉, 호스피스, 장례교육, 사별자모임운영 등 다양한 교육을 받은 뒤 당사자들의 눈높이와 언어로 전달하기 시작했다.
[세종=뉴시스]발달장애인 엔딩커뮤니티 '다다르다'의 김영아 대표. (사진=본인 제공) 2026.08.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발달장애인 엔딩커뮤니티 '다다르다'의 김영아 대표. (사진=본인 제공) 2026.08.2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제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더니 발달장애인분들이 질문을 하기 시작했어요. '선생님 저희 엄마 죽으면 저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예요?', '선생님, 제가 혼자 살다 죽었는데 아무도 모르면 어떻게 해요?'라고 말이죠. 이런 질문들이 저와 '다다르다'를 지금까지 끌고 왔어요."

'다다르다'는 발달장애인들과 자조모임을 통해 노후를 상상하고 경험을 나눈다. 먼저 '나는 어떤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고 싶은지', '앞으로 계속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등의 질문부터 출발해 그림과 사진, 음식카드, 미술활동 등을 활용해 삶을 돌아본다.

이후 부모와의 사별, 장례식, 추모, 병원 이용, 사전연명의료의향 등의 주제로 천천히 확장한다. 지난해에는 1박2일로 삶의 끝을 이야기하는 '엔딩캠프'를 진행했다. 올해 상반기엔 서울시공익활동지원사업을 통해 발달장애인들과 노후, 죽음을 이야기하는 1일 테마카페를 운영했다.

그는 "모든 기획과 운영은 자조모임 회원들이 주도했다"며 "서울시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 봉사나 추모활동처럼 지역사회에서 죽음을 직접 경험하고 이야기하는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최근 '엄마가 죽었을 때'라는 그림책도 냈다. 글을 최대한 덜어내고 그림만으로 상황과 감정을 따라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는 "책을 보는 발달장애인들에게 슬프거나 보고 싶거나 화가 나는 모든 감정이 자연스럽고, 혼자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당신도 슬퍼할 수 있고, 작별할 수 있다'는 당사자에게 전하는 메시지와 '발달장애인의 슬픔을 막는 것이 아닌, 함께 슬퍼하자'는 주변인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부모들은 그들이 세상을 떠난 후 남겨지는 장애인 자녀의 삶이 걱정이다. 김 대표는 발달장애인들에게 부모와 사별 후 혼자 살아가야 하는 의미의 독립을 강조하진 않는다고 했다. 그는 "오히려 부모 한 사람이 맡아온 역할을 여러 사람과 지역사회가 조금씩 나눠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세종=뉴시스]발달장애인 엔딩커뮤니티 '다다르다'의 김영아 대표. (사진=본인 제공) 2026.08.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발달장애인 엔딩커뮤니티 '다다르다'의 김영아 대표. (사진=본인 제공) 2026.08.2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누가 병원에 함께 갈지, 돈 관리는 어떻게 할지, 아플 때 누구에게 연락할지 등을 미리 기록하고 연결해요. 부모 사후 준비의 핵심은 집 한 채를 준비하는 게 아니라 당사자를 알고 있는 사람과 관계를 남기는 거라고 생각해요."

현재의 노후, 웰다잉 관련 제도는 대부분 비장애인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절차를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전연명의료의향, 장례, 상속, 의료와 같은 중요한 정보도 발달장애인이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설명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며 "쉬운 정보 제공과 의사결정 지원, 부모 사후 돌봄 전환계획을 복지서비스 안에서 공식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모가 고령이 된 뒤 급하게 준비하는 게 아니라 중년기 이전부터 당사자와 함께 계획할 수 있어야 해요. 최근 '피터팬재단' 이슈처럼 발달장애인들이 부모 사후에도 현재의 삶이 유지될 수 있는 지원망이 필요하죠. 돌봄통합지원법이 시행됐지만, 발달장애인 노후 준비와는 여전히 멀기만 합니다."

그는 장애인의 '웰다잉'에 대해 "단순히 '잘 죽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내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알고 선택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어디에서 살고 싶은지, 아플 때 누구와 함께 있고 싶은지, 어떤 방식으로 기억되고 싶은지를 이야기하는 건 결국 지금의 삶을 더 잘 살기 위한 질문이기도 해요.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이런 질문과 선택에서 제외돼서는 안 되죠."

*이 기사는 한국장애인개발원과 공동 기획했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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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에게도 '작별할 권리'가 있습니다"[당신 옆 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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