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BB&M서 한국 두번째 개인전

Alex Dodge. Dreamer, 2026. Oil, acrylic and crushed glass on canvas, 130 x 97 x 3.5 c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디지털로 설계했는데 손맛이 난다.
털실로 한 땀 한 땀 짠 것 같은 인형이 화면에 웅크리고 앉아 있다. 노랑과 분홍, 파랑이 뒤엉킨 몸은 폭신해 보인다. 그런데 뜨개질이 아니다. 회화다.
뉴욕과 교토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알렉스 도지(Alex Dodge)의 작품이다.
서울 성북동 BB&M이 22일부터 알렉스 도지의 개인전 ‘Dream Weaver’를 연다. 2023년에 이어 BB&M에서 여는 두 번째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에서 도지는 컴퓨테이셔널 프로세스와 손으로 만드는 전통적인 회화 방식을 결합한다.
출발은 디지털이다. 3D 디자인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을 이용해 이미지를 설계한다. 이후 스텐실과 물감을 이용해 캔버스 위에 다시 옮긴다. 일본에서 생활하며 익힌 전통 수공예 판화기법도 작업에 스며들었다.
그래서 그의 그림에는 묘한 역설이 생긴다. 차가운 코드에서 태어났는데 따뜻하다.

Alex Dodge, Digital Twin, 2026. Oil and acrylic on canvas, 112 x 162 x 3.5 cm.
*재판매 및 DB 금지
평면인데 만져질 것 같다. 이번 전시의 핵심은 ‘짜임’이다. 하나의 실이 반복돼 직물이 되듯, 디지털 이미지 역시 비트와 코드의 반복으로 만들어진다. 도지는 서로 멀어 보이는 두 구조를 회화 안에서 겹친다.
신작 ‘Dreamer’(2026)가 대표적이다. 분홍색 털모자를 눌러쓴 듯한 형상이 노란 뜨개옷 속에 몸을 감추고 있다. 까만 두 눈만 빼꼼히 드러난다. 귀엽지만 어딘가 외롭다. 작품에는 유화와 아크릴뿐 아니라 분쇄 유리도 사용됐다.
도지의 화면에 등장하는 동물과 봉제 인형 같은 존재들은 표정과 의도를 명확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그런데 사람은 그 얼굴을 가만두지 못한다.
슬퍼 보인다고 생각하고, 외로워 보인다고 느낀다. 아무 감정도 말하지 않은 형상에 인간이 먼저 감정을 입힌다. 작가는 이를 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작동하는 인공지능에서조차 인격과 의도를 읽어내려는 인간의 오래된 ‘의인화 충동’과 연결한다.

알렉스 도지 개인전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알렉스 도지 개인전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 제목 ‘Dream Weaver’는 꿈과 기억을 엮는 존재를 뜻한다. 동시에 코드와 이미지의 조합으로 하나의 세계를 만들던 초기 디지털 환경의 감각을 불러낸다.
1977년생인 도지는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RISD)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뉴욕대에서 인터랙티브 텔레커뮤니케이션 석사 학위를 받았다. 작품은 뉴욕현대미술관(MoMA),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휘트니미술관, 보스턴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전시는 10월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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