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m Taek Sang, Ice blossom 26-50, 2026, Water acrylic on canvas, 251 x 195 c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물과 물감이 얼고 녹기를 반복한다. 작가는 그 흐름을 통제하지 않는다. 영하의 기온이 물감을 얼리고 다시 녹이는 동안 캔버스 위에는 눈꽃 같은 결정이 스스로 피어난다.
30여 년간 물을 매개로 회화를 탐구해온 김택상(68)이 처음으로 '겨울'을 작업 안으로 끌어들였다.
조현화랑은 오는 26일부터 11월 8일까지 김택상의 개인전 '그대로 As It Is'를 부산 달맞이와 해운대, 서울 등 세 곳에서 동시에 개최한다. 신작 'Ice Blossom' 연작을 비롯해 영상과 대형 회화 등 50여 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의 핵심은 처음 공개하는 'Ice Blossom' 연작이다. 김택상은 1990년대 초부터 물과 물감을 이용해 색이 번지고 마르며 캔버스에 침전되는 과정을 회화로 만들어왔다.
'Breathing', 'Flows', 'Resonance'로 이어지는 기존 연작이 각각 봄과 여름, 가을의 시간성을 담았다면 'Ice Blossom'은 그동안 작업하지 못했던 겨울을 화면에 담아냈다.
이전 작업이 물의 흐름과 증발을 이용했다면 신작은 '냉각'이라는 물리적 변화에 주목했다. 영하의 기온에서 물과 물감이 얼고 녹기를 반복하며 만들어낸 결정의 흔적을 화면에 남겼다. 붓으로 형태를 그리는 대신 물과 온도, 중력과 시간이 그림을 만들어가도록 기다리는 방식이다.

Kim Taek Sang, Flows 26-70, 2026, Water acrylic on canvas, 173.5 x 119.5 cm *재판매 및 DB 금지
김택상은 바닥에 캔버스를 눕히고 극소량의 안료를 푼 물을 부은 뒤 말리는 과정을 수십 차례 반복한다. 겹겹이 쌓인 얇은 물감층 사이로 빛이 스며들고 산란하면서 화면에는 미세한 깊이와 색의 진동이 생겨난다. 작가는 자연이 스스로 그려낸 듯한 이 회화를 '맑을 담(淡)'자를 써 '담화(淡畵)'라고 부른다.
새로운 형식의 작업도 공개한다. 부산 달맞이 전시장에 선보이는 'There'는 김택상의 회화 표면을 초미세현미경으로 촬영해 겹쳐진 물감층 사이의 입자들을 무빙 이미지로 구현한 작품이다.
해운대에서는 낮은 기온으로 만들어진 흰색 결정의 선을 강조한 겨울 연작 'Non-linearity'를 선보인다. 세 전시장에는 회화를 10m 이상으로 확장한 대형 작품 5점도 설치된다.
김택상은 중앙대학교 회화과와 홍익대학교 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청주대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하다 2020년 정년 퇴임한 뒤 작업에 몰두해왔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금호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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