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원 자리 차지한 '가짜 독립유공자'…구멍 뚫린 국립묘지법

기사등록 2026/08/15 08:00:00

최종수정 2026/08/15 08:10:24

구글에서 선호하는 매체로 추가

'서훈 취소' 김정수씨 비석·봉분만 제거

유족 거부 시 강제 이장할 규정 없어

"시간 걸려도 잘못된 안장 바로잡아야"

[서울=뉴시스] 신유림 기자 = 광복 81주년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독립유공자묘역에 서훈이 취소된 '가짜 독립유공자' 김정수씨의 묘가 있던 자리를 알리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안내판에는 유가족이 이장에 응하지 않아 비석과 봉분을 철거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2026.08.14. spicy@newsis.com
[서울=뉴시스] 신유림 기자 = 광복 81주년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독립유공자묘역에 서훈이 취소된 '가짜 독립유공자' 김정수씨의 묘가 있던 자리를 알리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안내판에는 유가족이 이장에 응하지 않아 비석과 봉분을 철거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2026.08.1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신유림 기자 = 광복 81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푸른 잔디 위로 독립유공자들의 묘가 줄지어 자리한 묘역 한쪽에 봉분도, 비석도 없는 평평한 땅이 눈에 띄었다.

독립유공자묘역 181번. 독립운동 공적을 가로챈 사실이 드러나 서훈이 취소된 '가짜 독립유공자' 김정수씨가 묻힌 자리다.

봉분과 비석이 사라진 자리에는 "안장 이후 공적이 거짓임이 확인돼 서훈이 취소됐으나 유가족이 이장을 하지 않고 있어 비석과 봉분을 철거한 상태"라는 안내판만 덩그러니 세워져 있었다.

그 옆에는 조국 독립을 위해 싸우다 순국했지만 유해를 찾지 못했거나 후손이 없어 묘를 마련하지 못한 애국선열들의 위패를 모신 무후선열제단이 자리하고 있었다. 묘조차 남기지 못한 독립운동가들을 모신 곳 바로 곁에 '가짜 독립유공자'가 잠들어 있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신유림 기자 = 광복 81주년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무후선열제단에 유관순 열사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무후선열제단에는 조국 독립을 위해 싸우다 순국했지만 유해를 찾지 못했거나 후손이 없어 묘를 마련하지 못한 애국선열들의 위패가 봉안돼 있다. 2026.08.14. spicy@newsis.com
[서울=뉴시스] 신유림 기자 = 광복 81주년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무후선열제단에 유관순 열사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무후선열제단에는 조국 독립을 위해 싸우다 순국했지만 유해를 찾지 못했거나 후손이 없어 묘를 마련하지 못한 애국선열들의 위패가 봉안돼 있다. 2026.08.14. [email protected]

김씨는 1980년 서울현충원에 안장됐다. 하지만 다른 독립운동가의 공적을 가로챈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2018년 독립유공자 자격을 잃었다.

그러나 유해까지 현충원 밖으로 옮길 수는 없었다. 국가보훈부가 유족에게 수차례 이장을 요구했지만 유족 측의 거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2024년 12월 비석과 봉분을 철거하는 데 그쳤다.

현행 국립묘지법상 유족이 이장을 거부할 경우 강제로 유해를 옮길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12·12 군사반란과 5·18 유혈진압, 간첩조작 사건 등에 관여한 167명의 서훈 198건을 취소했다. 이 가운데 12·12 관련 서훈 취소자 119명 중 28명이 국립묘지에 안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시스] 신유림 기자 = 광복 81주년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서훈이 취소된 '가짜 독립유공자' 김정수씨의 묘가 있던 자리와 무후선열제단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김씨의 비석과 봉분은 철거됐지만 유해는 여전히 현충원에 남아 있다. 2026.08.14. spicy@newsis.com
[서울=뉴시스] 신유림 기자 = 광복 81주년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서훈이 취소된 '가짜 독립유공자' 김정수씨의 묘가 있던 자리와 무후선열제단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김씨의 비석과 봉분은 철거됐지만 유해는 여전히 현충원에 남아 있다. 2026.08.14. [email protected]

이들 역시 유족이 거부하면 강제로 묘를 옮길 수 없다. 관련 법 규정이 없어 서훈이 취소돼도 김씨처럼 국립묘지에 그대로 남을 수 있다는 뜻이다.

안장 자격을 잃은 사람을 국립묘지 밖으로 옮길 수 있도록 법을 고치려는 시도는 꾸준히 이어져 왔다. 특히 친일반민족행위자를 안장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이미 안장된 경우 이장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2024년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같은 취지의 국립묘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2년째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김 의원은 "역대 서훈 취소자 가운데 국립묘지에 안장된 인원이 얼마나 되는지 전수 조사해야한다"며 "국가 폭력 가해자 등 서훈 취소자에 대해서도 안장심의위원회 안건으로 부의하도록 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권오을 신임 국가보훈부 장관이 25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가보훈부에서 열린 '제3대 국가보훈부 장관 취임식'에 앞서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충열대와 무후선열제단에 헌화 참배를 하고 있다. (사진=국가보훈부 제공) 2025.07.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권오을 신임 국가보훈부 장관이 25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가보훈부에서 열린 '제3대 국가보훈부 장관 취임식'에 앞서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충열대와 무후선열제단에 헌화 참배를 하고 있다. (사진=국가보훈부 제공) 2025.07.2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현재 국가보훈부는 서훈 취소자 가운데 국립묘지에 안장된 인원 전수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독립유공자 후손 역시 잘못된 안장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독립유공자 김동삼·김대락 선생의 후손인 김원일씨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독립운동가 가운데 아직 알려지지 않은 분들도 많고 유해를 찾지 못해 묘조차 없는 분들도 있다"며 "그런 분들을 제대로 모시지도 못하면서 친일파나 가짜 유공자가 국립묘지에 누워 있는 것을 보면 후손으로서 화가 나고 울분을 토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서훈이 취소되고 잘못된 사실이 밝혀졌다면 파묘하고 이장하는 게 당연하다"며 "시간이 얼마가 걸리더라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신유림 기자 = 광복 81주년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무후선열제단에 애국선열들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무후선열제단에는 유해를 찾지 못했거나 후손이 없어 묘를 마련하지 못한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들의 위패가 봉안돼 있다. 2026.08.14. spicy@newsis.com
[서울=뉴시스] 신유림 기자 = 광복 81주년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무후선열제단에 애국선열들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무후선열제단에는 유해를 찾지 못했거나 후손이 없어 묘를 마련하지 못한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들의 위패가 봉안돼 있다. 2026.08.14.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현충원 자리 차지한 '가짜 독립유공자'…구멍 뚫린 국립묘지법

기사등록 2026/08/15 08:00:00 최초수정 2026/08/15 08:10:24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