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두 달 새 화물선 약 50척 공격…우크라 곡물 수출길 사실상 막혔다

기사등록 2026/08/14 10:49:14

최종수정 2026/08/14 11: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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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유엔서 "6~7월 화물선 약 50척 공격·30명 넘게 사망"

오데사 해운 대부분 멈춰…수확철 곡물 수출 차질

[오데사=AP/뉴시스] 19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오데사 인근 흑해에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기니비사우 국적 곡물운반선 '골든 레오'(Golden Leo)호가 연기를 내뿜고 있다. 2026.07.20.
[오데사=AP/뉴시스] 19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오데사 인근 흑해에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기니비사우 국적 곡물운반선 '골든 레오'(Golden Leo)호가 연기를 내뿜고 있다. 2026.07.20.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 일대의 화물선을 잇달아 공격하면서 이 지역 해상 운송이 대부분 멈췄다. 수확철을 맞아 곡물이 항구에 묶이면 우크라이나 농가는 다음 파종 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워지고, 세계 식량 공급망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3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선박 공격으로 우크라이나의 핵심 대외 교역로인 오데사 항만의 선박 운항이 거의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가 지난달 2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밝힌 집계에 따르면 러시아는 6~7월 화물선 약 50척을 공격했고 이 과정에서 30명 넘게 숨졌다.

드미트로 바리노프 우크라이나항만협회 회장은 “러시아가 선박들을 추적해 공격하고 있다”며 민간 선박을 조직적으로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드론과 미사일 등 장거리 정밀타격 무기가 투입되면서 느리게 움직이는 화물선은 쉬운 표적이 됐다.

선박 운항 중단은 곧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차질로 이어진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밀 수출의 약 6%, 옥수수 수출의 약 11%를 차지한다. 우크라이나가 수출하는 이들 곡물의 약 90%가 흑해 항로를 거치는 만큼 항구 폐쇄가 길어지면 곡물 재고가 쌓이고 다음 파종에 쓸 자금까지 부족해질 수 있다.

6월 기준 오데사와 인근 2개 항구를 통해 수출된 상품은 21억달러(약 3조원)어치로, 우크라이나 전체 수출액 35억달러(약 5조원)의 60%에 달했다. 우크라이나 농업협의회는 수백만t의 곡물이 묶이면 농가와 관련 기업의 파산이 잇따를 수 있다며 긴급 대출과 국가 보증을 요청했다.

우크라이나 항만 봉쇄는 2022년 전면전 초기에도 세계 곡물 시장을 흔들었다. 당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항구를 봉쇄하자 국제 식량 가격이 뛰었고, 유엔과 튀르키예가 그해 7월 중재한 흑해곡물협정으로 수출이 재개됐다. 러시아가 이듬해 7월 협정 연장을 거부한 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군함을 흑해 북서부에서 밀어내고 자체 해상 통로를 마련해 수출을 이어갔다.

[오데사=AP/뉴시스] 16일(현지시각) 새벽 우크라이나 오데사 인근 다뉴브 항구에 있는 곡물 창고가 러시아군의 드론 공격으로 파괴돼 있다. 2023.08.16.
[오데사=AP/뉴시스] 16일(현지시각) 새벽 우크라이나 오데사 인근 다뉴브 항구에 있는 곡물 창고가 러시아군의 드론 공격으로 파괴돼 있다. 2023.08.16.
화물선 공격의 위험은 기니비사우 선적(船籍) 화물선 ‘골든 리오’ 피격에서 선명하게 드러났다. 이 배는 지난달 19일 초르노모르스크항에서 옥수수를 싣고 출항한 직후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가 순항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골든 리오의 인도인 2등 항해사 블레슨 세바스찬(28)은 선원들이 오데사 본항을 피해 초르노모르스크에 정박했다고 말했다. 정박 중이던 인근 선박이 드론 공격을 받아 선원 1명과 보안요원 1명이 숨지자 골든 리오 선원들은 철제 대피소에서 잠을 잤다. 지난달 19일 오후 배가 출항해 항구에서 약 6.4㎞ 떨어진 해상에 이르렀을 때 공습경보가 울렸다. 배를 항구 밖으로 안내하던 우크라이나인 도선사 볼로디미르 미하일로프는 선교가 표적이 될 수 있다며 세바스찬에게 아래층으로 내려가자고 했다.

두 사람이 계단을 내려가던 순간 미사일이 선체를 때렸다. 세바스찬은 “불덩이가 비처럼 쏟아졌다. 이제 끝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폭발 충격에 쓰러진 미하일로프는 세바스찬의 품에서 숨졌다. 생존자들은 도선 업무를 마친 미하일로프를 항구로 돌려보낼 예정이던 소형 보트에 올라 불길을 피했다. 선원 9명과 도선사 미하일로프 등 모두 10명이 숨졌고 8명이 구조됐으며, 골든 리오는 일주일 뒤 침몰했다.

러시아는 골든 리오가 군사목표였다는 구체적인 근거를 내놓지 않았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골든 리오를 직접 언급하지 않은 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로 탄약과 무기를 운반하는 선박을 계속 타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도 다른 선박들을 공격한 뒤 해당 선박들이 군수품을 운반했다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 독립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민간 상선은 원칙적으로 공격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다만 병력이나 군수품을 수송하는 등 군사목표에 해당하면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해양 위협 전문가 엘리자베스 브로는 러시아가 비군사 화물을 운송하는 상선을 무차별적이고 조직적으로 공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공격이 유엔해양법협약을 비롯한 국제규범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유즈노사할린스크=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2일(현지 시간) 러시아 사할린섬 유즈노사할린스크 인근 태평양함대 소속 미사일 순양함 바랴그호에서 군사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2026.08.13.
[유즈노사할린스크=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2일(현지 시간) 러시아 사할린섬 유즈노사할린스크 인근 태평양함대 소속 미사일 순양함 바랴그호에서 군사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2026.08.13.
우크라이나도 흑해와 아조우해에서 러시아와 연계된 유조선과 화물선을 공격해왔다. 우크라이나는 이 선박들이 제재를 피해 러시아산 에너지를 수출하고, 그 수익으로 전쟁 자금을 대는 데 쓰인다고 주장한다. NYT는 최근 러시아의 해상 공세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연계 선박 공격에 대한 맞대응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군은 12일 새벽에도 드론과 미사일, 해상 드론인 무인수상정으로 흑해 연안의 러시아 항구도시 노보로시스크를 공격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방공 진지와 부두, 항만 기반시설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당국은 크라스노다르주 일대에서 8세 아동을 포함해 3명이 숨지고 주거용 건물 수십 채가 파손됐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상대의 항구와 선박을 함께 노리면서 세계 교역을 떠받치는 민간 항로까지 전장으로 바뀌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흑해와 아조우해의 민간 상선 공격을 규탄하며 선원과 선박이 심각하고 급박한 위험에 놓였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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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두 달 새 화물선 약 50척 공격…우크라 곡물 수출길 사실상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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