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서·논술형 도입 성급"…대입 개편 의견수렴부터 삐걱(종합2보)

기사등록 2026/08/13 22:10:10

최종수정 2026/08/13 22:18:23

구글에서 선호하는 매체로 추가

국교위, 13일 제8차 전체회의 개최

공론화 절차·의견 대표성 등으로 충돌

차정인 "계획대로 진행하는 것이 맞다"

학교시민교육 국가 기본원칙(안) 의결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차정인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위원회 2026년 제8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6.08.13.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차정인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위원회 2026년 제8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6.08.1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정예빈 기자 =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서·논술형 문항을 도입하는 등 대입 제도 개편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의견 수렴 및 숙의 계획을 보고하는 단계에서부터 암초에 부딪혔다. 대다수 위원은 현재 진행되는 공론화와 의견 수렴이 대표성이 부족한 일부 국민만을 대상으로 단편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또다시 대입 제도 개편이 좌초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위원은 의견 수렴 및 공론화 추진 절차의 하자를 지적하며 국교위 위원들이 심의·의결을 위한 '거수기'로 전락했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국교위는 1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2026년 제8차 회의'를 열고 '대입 제도 관련 의견 수렴 계획(안)'을 보고했다.

전체회의에서는 이달 중 인천·전남광주·대구에서 각 지역 학생·학부모·교사 등 100여 명을 대상으로 '미래 대입 제도 방향에 대한 현장 토론회'를 개최하고, 국민참여위원회 숙의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이 보고됐다. 국민참여위원 중 200명은 이달 29일부터 30일까지 '미래사회를 대비한 대입제도 개편 방향성'을 주제로 토의하며, '내신 서·논술형 평가 확대 및 수능 서·논술형 평가 도입'에 대한 공론조사도 함께 진행한다. 국민 누구나 의견을 낼 수 있도록 이달 14일부터 28일까지 국교위 국민의견플랫폼을 통한 온라인 의견 수렴도 병행된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는 대표성이 부족한 일부 국민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과 공론화를 진행하면서 대입 제도 개편을 밀어붙이는 것은 성급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연취현 위원(법률사무소 와이 대표 변호사)은 "소규모 토론회가 인천·전남광주·대구에서만 진행되는데 현장에 참여하지 못한 학부모나 지역의 의견은 어떻게 수렴할 것이냐"며 "국교위 온라인 의견 수렴 플랫폼이 활성화돼 있지 않고 국민참여위원회에서 1박2일 동안 숙의하는 것이 전부다. 이것이 정말 국민 대다수의 의견이 반영된 대입 제도 개편안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국민들이 대입 제도 개편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지에 대한 파악 없이 곧바로 미래사회 대입 제도 개편 방향성이라는 주제를 던진 것은 순서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건 위원(전 신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공동의장)은 "국교위 공론화 방식의 순서가 바뀌었다. 첫 번째 토의 의제가 미래 사회에 대비한 대입 제도 개편 방향성인데 그에 앞서 국교위는 '10년 후에도 수능을 이대로 진행해도 될까'처럼 '예' 또는 '아니오'로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을 먼저 했어야 한다"며 "그래야 여론이 형성되고 앞으로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서·논술형을 도입해야 하는지로 논의가 나아가 10년 단위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을 성공적으로 수립할 수 있다. 이렇게 돼버리면 월말 숙의 토론에서 반대 의견이 나와버릴 경우 모든 동력을 다 잃어버린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능에 서·논술형이 도입된다고 가정했을 때 대학 재정, 학생 선발 방식, 유·초·중·고 교육과정, 교사 처우 등 모든 것에 대해 논의해야 국민에게 설득력이 있다"며 "하반기에 여론의 파도에 휩쓸려서는 거대한 개혁의 계획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차정인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위원회 2026년 제8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6.08.13.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차정인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위원회 2026년 제8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6.08.13. [email protected]

국교위 위원들에 대한 사전 보고나 협의도 없이 의견 수렴 및 공론화 절차에 착수했다는 지적과 함께 위원들이 의결만 하는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현 위원(우리교육연구소 이사장)은 "300명을 현장토론회에 모아놔 이야기 듣고, 국민참여위원 200명의 목소리 듣고, 대표성 없는 온라인 의견을 들은 다음에 '국민 의견이 이렇다'고 하면 우리(국교위 위원)에게는 표결만 하라는 것인가"라며 "향후 국교위가 운영될 때는 위원들이 충분히 논의하고 논의한 것에 기초해 다음 절차들이 진행돼야 한다. 다른 곳에서 진행한 의견을 국교위 위원들이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나중에 이야기를 듣는 방법으로 진행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보미 위원(대구교사노동조합 위원장) 역시 "태스크포스(TF)나 특별위원회에서 논의가 다 이루어진 다음에야 위원들이 보고받거나 안건으로 올라오는 과정이 반복되다 보니 위원회의 효능감이 많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대입 제도 개편이 미치는 영향력이 큰 만큼 성급한 논의 진행을 경계해야 하며, 현재의 논의 방식이 오히려 교육 현장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전은영 위원(전국혁신교육학부모네트워크 대표)은 "논·서술형 도입은 진영을 막론하고 원하는 것이나 이 과정에서 선행돼야 할 조건이 너무 많다"며 "이는 교육 비전, 대학 체제, 그보다 훨씬 큰 거시적인 주제라 굉장히 입체적으로 다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중심의, 한 해에 학생 240명이 자살할 정도로 너무나 첨예한 과잉·살인경쟁 질서를 그대로 둔 채로 논·서술형을 하겠다면 시험을 치르기 위해 초등학생부터 논·서술 학원 등록을 안 하고는 버텨낼 재간이 없다"고 말했다.

이보미 위원은 서·논술형을 운영할 인프라가 부족한 점도 짚었다. 그는 "우리나라에 채점관 등 부분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르게 논의가 이뤄지는 감이 있어 이를 신중하게 검토해 국교위 본위원회 차원에서 계속적으로 검토해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현재 대입제도 개편 방향성과 서·논술형 평가 도입이라는 두 가지 의제가 동시에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둘 중 하나를 우선적으로 심도 있게 다루자는 절충안도 제시됐다. 반상진 위원(전북대 명예교수)은 "현재 대입 제도에 대한 의견 수렴 의제를 두 가지로 했는데, 이번에 '미래사회를 대비한 대입제도 개편 방향성'만으로 추진하는 것이 어떨까 제안한다"며 "위기를 관리하는 절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은 의견 수렴 절차가 전문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수립된 만큼 변경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차 국가교육위원장은 "전문위원회와 특별위원회가 구체적인 의제에 대해 전문성이 높다. 훨씬 많은 시간을 할애해 집중적으로 논의한다"며 "특별한 하자가 없다면 그것을 존중해서 운영하는 것이 맞는 운영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결정된 방안이 특별한 하자가 있는 것은 아니고 다른 대안이 더 확실히 우수하다고 말하기 어렵기 때문에 결정된 것을 계획대로 진행하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차정인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위원회 2026년 제8차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6.08.13.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차정인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위원회 2026년 제8차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6.08.13. [email protected]

'학교시민교육 국가 기본원칙' 의결…교육활동 보호·논쟁성 조항 쟁점

이날 전체회의에서는 학교민주시민교육 국가 기본원칙(안)도 심의·의결됐다. 다만 일부 자구 수정 등은 차 국가교육위원장과 김경회·이광호 상임위원, 고대혁 민주시민교육 특별위원장에게 위임하는 조건을 달았다.

학교민주시민교육 국가 기본원칙은 헌법과 법령, 국가교육과정에 따라 옳고 그름이 명확한 사안은 분명히 교육하되, 구체적 적용·입법·정책을 둘러싸고 사회적으로 견해가 나뉘는 사안에 대해서는 교사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면서도 다양한 관점을 소개해 그 논쟁 자체를 배움의 기회로 삼도록 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이 가운데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한 보호를 명시한 제5조와 논쟁성을 규정한 제12조 2항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교육자가 교육적 목적으로 수행한 정당한 학교시민교육 활동은 관련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민사상·형사상·행정상 책임에서 보호받아야 한다는 제5조를 두고 위원들 간 의견이 엇갈렸다. 면책 조항이 모호성을 낳는다며 삭제를 주장하는 위원이 있었지만, 오히려 보호 수위를 더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연취현 위원은 "최근 학교 활동이 마치 학부모와 교사 간의 다툼, 분쟁 양상처럼 되고 있다"면서  "교사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일부 과도한 학부모들이 계신 것도 인지하고 있다만 법은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의 최후단에 존재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본원칙이 법령상의 책임을 면책하는 조항으로 활용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기본원칙에 명시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지에 대해 의문이 있다"며 "학부모의 입장에서 학교 내에서 발생하는 상황에 대해 모든 법적 책임을 면제했을 때 우리 아이들의 보호를 어느 기관에 호소할 수 있을지,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형식의 면책 조항은 삭제돼야 한다는 의견을 드린다"고 주장했다.

김주성 위원(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은 "시민교육을 한다고 하면서 기본원칙에 교권에 대한 내용을 끼워팔기식으로 넣으니 어색하다"며 "깔끔하게 교권 문제는 따로 다루는 쪽이 더 깔끔하지 않겠냐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반면 전은영 위원은 "위안부 문제는 세계적으로 전쟁범죄로 규정됐음에도 선생님들이 역사적 사실이라고 설명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며 "제5조의 '교육자가 교육적 의사를 가지고'를 '교육자가 국가교육과정에 기반해"라는 식으로 수위를 더 높여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해당 조항의 내용이 '교사의 교육활동은 외부의 부당한 압력이나 간섭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제14조 2항과 연결되는 만큼, 제14조로 이동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박영환 위원(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은 "학교시민교육을 하는 데 있어서 교권을 명시하는 것이 현재 사회적 맥락상 더 뚜렷하게 드러나야 한다"며 "제5조의 내용이 제14조의 내용과 연결되므로 그 조항으로 이동해도 무방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사회적으로 견해가 나뉘는 사안은 일방적·편향적 주입이 되지 않도록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라는 제12조 2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영환 위원은 "'일방적·편향적 주입'과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표현이 오히려 논쟁적 수업을 가로막는 요소가 될 수 있다"며 "교사들이 정치적 자유가 전혀 없는 조건에서 이러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손발도 묶어놨는데 입까지 가로막아버릴 우려가 있어 과도하며 삭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위원들이 제시한 의견들을 자구 수정을 거쳐 반영될 계획이다. 합의를 통해 기본원칙이 의결된 직후 차 국가교육위원장은 "우리 공동체의 진영 간 대립 때문에 정치적 함의가 있는 사건은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우리 위원회는 학교시민교육에 대한 우리 사회의 상식적 기대와 학생들의 민주시민 역량과 품성, 인격적 성장을 바라는 열망으로 보수와 진보의 견해차를 모두 극복하고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며 "우리가 국가 공동체에 던지는 의미가 작지 않다. 앞으로 이 합의가 세계 선두 국가의 반열에 진입하는 대한민국에 걸맞은 K-시민교육의 규범이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중·고등학교 역사 관련 교육과정 수립·변경 계획(안)도 심의·의결됐다. 국교위는 지난달 16일 제7차 회의에서 중학교 역사 교과서의 근현대사 비중을 현행 20%에서 30%로 확대하고, 가칭 '역사콘텐츠 비평·분석' 선택과목을 사회 교과군 융합 선택과목 형태로 신설하는 국가교육과정 수립·변경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날 국교위가 해당 안건을 의결하면서 다음 달부터 교육과정 시안 개발을 위한 정책연구가 추진된다. 국교위는 내년 11월 행정예고(안)을 보고, 같은 해 12월 국가교육과정 수립·변경 고시, 2030년 3월 국가교육과정 수립·변경 사항 적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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