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다 경력직만 뽑으면 나 같은 신입은 어디서 경력을 쌓나."
이제는 식상한 말이 됐지만, 지난 2014년 한 코미디 프로그램의 대사는 수많은 청년들의 '웃픈' 공감을 받았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났다. 그때의 질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난제로 남아있다.
청년들이 마주한 취업문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 지난달 15~29세 청년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9만1000명 줄어 45개월 연속 감소했다. 청년 고용률도 44.2%로 1.6%포인트(p) 떨어지며 27개월째 하락했다. 전체 취업자가 10만8000명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청년 실업률도 6.8%로 7월 기준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노동시장 진입 단계에 있는 청년들이 마주한 현실은 더 혹독하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2026년 상반기 노동시장 평가와 하반기 노동시장 전망'을 보면 근속기간이 3개월 이하인 청년 신규 취업자는 지난해보다 크게 줄었다. 신규 졸업자의 고용률 하락폭도 청년층 전체보다 컸다. 취업이 늦어지면서 20대 초반에서는 학교로 돌아가는 통학 인구의 비중도 늘었다.
단순히 '요즘 애들이 배가 불렀다'고 치부할 문제는 아니다. 청년들이 가질 수 있는 첫 일자리 자체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신입을 뽑아 가르치기보다 당장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을 선호하면서 첫 일자리에 진입할 기회가 좁아지고 있다. 취업을 하려면 경력이 필요한데, 경력을 쌓으려면 취업부터 해야 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기업만 탓하기도 어렵다. 불확실한 경기 상황에서 비용을 들여 신입을 뽑고 교육하기보다 검증된 경력직을 채용하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는 효율적인 선택일 수 있다.
정부는 이러한 '미스매치'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 4월 발표한 '청년뉴딜' 정책을 통해 대기업 등이 직접 운영하는 'K-뉴딜 아카데미'를 신설하고 공공·민간 일경험 등을 포함해 약 10만명의 청년을 지원하기로 했다. 추가적인 '청년일자리 회복방안'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의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다만 청년들에게 교육과 경험을 제공하는 것만으로 충분한지는 따져봐야 한다. 몇 명이 교육을 받았고 몇 명이 일경험에 참여했는지보다 중요한 것은 그 경험이 실제 취업으로 얼마나 이어졌느냐다. 일경험을 마친 청년이 또 다른 일경험을 찾아다니고, '스펙'을 더 쌓은 뒤에도 결국 경력직 선호의 벽 앞에 서게 된다면 정책 효과를 체감하기는 어렵다.
중소기업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문제도 함께 풀어야 한다. 모든 청년이 대기업과 공공부문에 취업할 수는 없다. 한편에서는 청년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중소기업이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또다른 미스매치가 반복되고 있다. 이를 청년의 '눈높이'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임금과 복지, 근로환경의 격차를 줄여 중소기업도 청년들이 기꺼이 첫 경력을 시작할 만한 일자리로 만드는 것 역시 정부의 역할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신입 없는 경력은 없다"며 "국가가 청년들의 첫 경력을 책임지겠다"고 했다.
문제를 제대로 짚었다면 이제는 강력한 정책으로 답할 차례다. 청년들에게 또 다른 교육과 일경험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이 신입을 뽑을 유인을 만들고, 첫 일자리의 문을 넓히는 데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12년 전 던져진 질문이 더 이상 청년들의 현실이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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