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다라인, 마침표를 향해 가고 우리 삶엔 쉼표가 남았네

기사등록 2026/08/13 08:41:58

최종수정 2026/08/13 10:21:50

구글에서 선호하는 매체로 추가

해체 앞두고 '페어웰 투어'…12일 오후 올림픽홀 내한공연 리뷰

수동적 '이별' 아닌, 삶을 긍정하며 나아가는 능동적 '작별'

"지난 오랜 세월 동안 저희를 지지해 주셔서 감사"

[서울=뉴시스] 코다라인 상하이 공연. (사진 = 라이브 네이션 코리아 제공) 2026.08.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코다라인 상하이 공연. (사진 = 라이브 네이션 코리아 제공) 2026.08.1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새로운 삶에 적응하느라 바쁘겠죠 / 너무 멀리 떨어진 곳에서 / 우리가 예전에 틀렸다고 했던 모든 말이 이제는 옳죠 / 시간은 어디로 갔을까요 / 혹시 외로움을 느낄 때면 / 혹시 우울할 때면 / 당신만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알아주세요 / 저도 지금 당신과 같은 마음이에요 (…) / 사랑이 당신을 자유롭게 해줄 거라는 걸 알잖아요" ('러브 윌 셋 유 프리(Love Will Set You Free)')

아일랜드 록 밴드 '코다라인(Kodaline)'이 해체 전 마지막 월드투어의 일환으로 3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이번 페어웰 투어(Farewell Tour)는 거창한 헤어짐의 의식이라기보다, 지난 10여 년간 밴드와 청자가 공유해 온 상실과 치유의 서사를 마무리하는 담백한 자리였다. 앞서 각국 매체와 관객들이 쏟아낸 리뷰는 이들의 음악이 고립된 개인의 심연을 어떻게 과장하지 않고 밖으로 끌어내 연대하는지를 보여준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제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헤어짐을 이별이라 하고, 제 힘으로 힘껏 갈라서는 헤어짐을 작별"이라고 특기했다. 즉 이별이 속절없이 찾아오는 상실이라면, 작별은 의연하게 안녕을 건네는 의지적 선택이다. 이를 빌려 다시 말하자면 코다라인의 이번 투어는 수동적인 이별이 아닌, 묵묵히 삶을 긍정하며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능동적인 작별이다.

티켓 예매사이트 놀(Nol) 티켓에 따르면 이날 1900명의 관객 중 2030 세대가 87.1%(그중 여성이 70.3%)를 차지했다. 음악감독 강승원이 짓고 가객 김광석이 부른 '서른 즈음에'의 노랫말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처럼, 이들은 무수한 헤어짐을 일상으로 겪어내며 살아가는 세대다. 김광석 시대의 2030보다 현재의 2030은 은유적 이별이 아닌, 생존에 가까운 현실적 이별을 많이 감내해야 한다. 코다라인은 그 가운데 이별이 아닌 작별을 하는 법을 일깨워준다. 매일 이별을 겪으면서도 상실에 매몰되지 않고 다시 삶을 살아내는 태도가 이들의 서정적 노래에 똬리를 틀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음에 끄덕이는 수용의 순간들로 가득한 이날 공연이 비장하거나 애통하기보다 산뜻했던 이유다. 헤어짐이 슬퍼서 서정적인 것이 아니라, 밴드가 빚어내는 서정적인 순간들이 관객들의 슬픈 감정을 다정하게 안아줬다.

'웨어에버 유 아(Wherever You Are)'로 조용한 떼창을 이끌며 시작된 무대는 '하이 홉스(High Hopes)'에서 관객들의 스마트폰 플래시 불빛과 함께 절정에 달했다. "이 세상이 어떻게 이토록 끊임없이 돌아가는지"라는 가사처럼, 상실 속에서도 거대한 세계는 아무 일 없다는 듯 궤도를 순환하며, 끝맺음은 곧 다시 시작할 용기를 준다는 사유가 공간을 채웠다. 프런트맨 스티븐 개리건은 다소 목 상태가 완벽하지 않았음에도 진성과 가성을 능수능란하게 오가는 내공으로 유려하게 무대를 이끌었다.
[서울=뉴시스] 코다라인 상하이 공연. (사진 = 라이브 네이션 코리아 제공) 2026.08.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코다라인 상하이 공연. (사진 = 라이브 네이션 코리아 제공) 2026.08.1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어쿠스틱 기타와 보컬만으로 꾸며진 '디 원(The One)'과 '위드아웃 유(Without You)'에서는 쏟아지는 '로맨틱 라이트'가 낭만을 더했다. 아일랜드 전통 하모니카와 벤조 연주가 어우러진 '더티 올드 타운(Dirty Old Town)'과 '러브 라이크 디스(Love Like This)'는 아이리시 특유의 정취를 뿜어냈다. 고별 투어임에도 밴드는 굳이 많은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대신 마크 프렌더개스트, 빈센트 메이, 제이슨 볼랜드 등 멤버들은 연주 사이사이 따뜻씁쓸한 미소를 교환하며 마지막 무대의 무게를 담담히 나눴다.

앙코르 무대에서 개리건은 현지 관객을 위해 'FC 서울' 유니폼을 입고 등장해 큰 환호를 받았다. 그는 최근 필리핀 마닐라 공연에서도 현지 여성 축구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나왔었다. 코다라인이 앙코르곡 '에브리싱 웍스 아웃 인 디 엔드(Everything Works Out in the End)'를 통해 건넨 메시지는 분명했다. 결국엔 모든 게 다 잘 될 것이라는 든든한 다독임이었다.

공연의 진짜 마지막 곡이자 밴드의 최대 히트곡 '올 아이 원트(All I Want)'를 부르기 전, 개리건은 비로소 마이크를 잡고 참아온 진심을 전했다.

"여러분 모두 오늘 충만하고 멋진 밤을 보내셨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 자리에 함께해 주셔서 깊이 감사드리며, 지난 오랜 세월 동안 저희를 지지해 주시고, 저희의 음악에 귀 기울여 주시며 공연을 즐겨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은 정말 경이로운 분들입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코다라인은 텅 빈 집으로 향하는 외로운 발걸음 속에서도 삶은 계속돼야 한다고 노래한다. 이들의 여정은 아름다운 마침표를 찍기 위해 나아가지만, 서로의 상처에 기대어 불렀던 벅찬 연대의 멜로디는 매일 작별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 속에 쉼표가 된다. 코다라인은 일본, 홍콩 등으로 남은 투어를 잇는다. 10월 마지막 앨범 '위 워 온리 영(We Were Only Young)'을 내놓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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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다라인, 마침표를 향해 가고 우리 삶엔 쉼표가 남았네

기사등록 2026/08/13 08:41:58 최초수정 2026/08/13 10: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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