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전재경 기자 = 미국 출신 방송인 타일러 라쉬(38)의 이름 앞에는 오랫동안 '똑똑한 외국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유창한 한국어와 명쾌한 입담으로 방송가를 누비던 그가 최근 새로운 변화를 택했다. 오랫동안 운영해온 유튜브 채널 '타일러 볼까요'를 국제 정세와 글로벌 이슈를 다루는 '원빅월드쇼(One Big World Show)'로 개편한 것이다.
12일 서울 양평동에서 만난 타일러는 채널 개편에 대해 "타일러라는 이미지에 얽매이지 않고, 더 풍부하고 많은 글로벌 이슈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개편 과정에서는 예상치 못한 해프닝도 있었다. "그동안 알던 타일러 볼까요가 끝난다"는 취지의 영상이 공개된 뒤 채널 운영 중단설이 불거졌고, 일각에서는 외압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당시 영상이 피터 틸 등이 만든 것으로 알려진 비공개 모임 '다이얼로그(Dialog)'를 다루고 있었던 점도 추측을 키웠다.
타일러는 "홍보 차원에서는 어떻게 보면 잘된 일이기도 하다"며 웃었다. 이어 "하필 아버지 칠순 때문에 해외에 나가 있어서 서울에 있다는 인증샷을 올릴 수도 없었다"며 "일주일 뒤 개편을 알리는 다음 영상이 올라가면서 오해가 풀렸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이슈에 빠진 타일러…"판단은 시청자가 하는 것"
"중립성은 이쪽을 좋아하느냐 저쪽을 좋아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현상이나 구조를 설명하지만 결론을 대신 지어드리지 않으려고 엄청 신경을 씁니다."
그는 자신의 역할을 미술관 안내원에 빗댔다. "미술관에서 '이런 작품이 있고요, 이런 작품이 있습니다'라고 설명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뭘 좋아하라고 하는 역할은 아니죠. 결론을 짓는 건 시청자의 역할입니다."
콘텐츠 제작에도 상당한 공을 들인다. 하나의 주제를 정한 뒤 대본을 잡고 촬영하기까지 통상 1~2주가 걸린다. 미국 국무부나 백악관 등 해외 기관의 원자료를 직접 찾아보고, 해외 자료의 맥락과 표현을 확인하는 작업에도 타일러가 직접 참여한다.
유튜브 콘텐츠 성격이 달라지면서 시청자층도 크게 변했다.
"원래 제 팬층은 80% 이상이 여성분들이었어요. 그런데 유튜브에서 제 전문 분야인 글로벌 이슈를 본격적으로 다루다 보니까 70% 이상이 남성분들이 됐어요. 팬층이 완전히 뒤집힌 거죠."
"편리한 한국, 편안한 미국"…15년 차 이방인의 깊이
"한국은 가끔 마음이 편하지는 않지만 생활은 굉장히 편리해요. 미국은 정반대예요. 마음은 정말 편한데 생활의 편리성이 없는 곳이죠."
특히 은행과 세금 업무 등 일상의 시스템을 예로 들며 한국의 편리함을 높이 평가했다. "한국은 생활 자체를 엄청 매끄럽게 만들어요. 대한민국의 유저 인터페이스(UI)가 굉장히 좋은 것 같아요."
그러나 한국 생활이 길어질수록 향수병의 의미도 새롭게 다가온다고 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향수병이 이런 거구나'를 느끼게 돼요. 한국은 되게 익숙하고 편한데, 어릴 적부터 쌓인 문화적인 부분은 여기에서는 어느 정도 설명해야 이해받을 수 있잖아요."
그럼에도 그의 일상은 좀처럼 멈추지 않는다. 한글 모양 과자를 만들어 브랜드로 발전시키는가 하면, 주말에는 2028년 100년을 맞는 미국 친척의 가업을 기록하기 위해 삼촌에게 질문지를 보내고 지역 신문 자료를 찾아보기도 한다.
연애와 결혼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자신의 가장 큰 문제로 '일'을 꼽았다.
"제가 너무 일만 하고 있어요. 일부러 쉬어야 되는데, 쉬고 있으면 또 '뭘 하면 어떻게 될까' 하는 데 흥미를 느끼다 보니까 자꾸 일을 벌여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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