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어내도 서사는 꽉 찼다…4시간에 펼친 '니벨룽의 반지'[객석에서]

기사등록 2026/08/10 10:21:31

최종수정 2026/08/10 10:50:24

구글에서 선호하는 매체로 추가

8일 서울 예술의전당서 '니벨룽의 반지' 하이라이트 공연

성악가 14명·오케스트라 100여명…스크린 해설로 이해 높여

콘서트 형식 넘어 무대 곳곳 활용…사무엘 윤 '명불허전'

[서울=뉴시스]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니벨룽의 반지' 하이라이트 공연 장면. (사진=아트앤아티스트 제공) 2026.08.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니벨룽의 반지' 하이라이트 공연 장면. (사진=아트앤아티스트 제공) 2026.08.1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15시간이 넘는 대작을 4시간으로 덜어냈지만, 이야기는 비어 있지 않았다.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리하르트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하이라이트 공연은 4부작의 방대한 서사를 약 4시간(인터미션 30분 포함)으로 압축했다. 작품의 상당 부분을 덜어내면서도 인물과 사건의 연결고리를 놓치지 않아 '반지'의 거대한 이야기를 한 호흡으로 따라갈 수 있게 했다.

'니벨룽의 반지'는 '라인의 황금', '발퀴레', '지그프리트', '신들의 황혼'으로 이어지는 4부작으로, 전막을 공연하면 15시간 이상이 걸린다. 절대적인 힘을 지닌 반지를 둘러싼 욕망과 배신, 사랑과 파멸을 통해 권력과 물욕이 불러오는 비극을 그린다. 올해는 4부작 전편이 초연된 지 150주년이 되는 해다.

이번 공연은 이 긴 이야기를 단순히 유명 장면만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축약하지 않았다. 성악가 14명과 100여명의 오케스트라가 음악의 골격을 세우고, 영상과 해설, 성악가들의 연기와 동선이 생략된 서사의 빈자리를 채웠다.

공연 시작 전에는 스크린을 통해 전체 줄거리를 설명했고, 공연 중에도 화면을 활용해 장면과 사건의 흐름을 쉽게 따라가도록 했다. 복잡한 인물 관계와 신화적 세계관을 처음 접하는 관객도 이야기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한 장치였다.

[서울=뉴시스]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니벨룽의 반지' 하이라이트 공연 장면. (사진=아트앤아티스트 제공) 2026.08.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니벨룽의 반지' 하이라이트 공연 장면. (사진=아트앤아티스트 제공) 2026.08.1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콘서트 형식이었지만 성악가들을 보면대 앞에 두지 않았다. 성악가들은 악보를 보면서도 무대 곳곳을 오가며 서로 시선을 주고받고 연기했다. 때로는 합창석까지 무대로 활용했다. 별도의 무대장치가 없는 콘서트홀이었지만 인물의 등장과 퇴장, 대립과 관계가 움직임을 통해 드러나면서 장면에 생동감을 더했다.

특히 알베리히와 하겐을 맡은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의 존재감이 두드러졌다. 악보를 보지 않은 채 표정과 시선,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두 인물의 욕망과 악의를 선명하게 드러냈다.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바그너 작품의 주역으로 활동해온 경험도 무대에 고스란히 묻어났다. 이번 공연을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아드리앙 페뤼숑과 함께 기획한 그는 공연 전체의 흐름을 잇는 중심축 역할을 했다.

공연 전 기자간담회에서 두 사람은 "장면 전환이 부자연스럽지 않고 하나의 거대한 서사처럼 이어지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무대에서도 하이라이트를 단순히 나열하기보다 인물과 사건의 관계를 따라가며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도록 구성한 의도가 드러났다.

[서울=뉴시스]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니벨룽의 반지' 하이라이트 공연 장면. (사진=아트앤아티스트 제공) 2026.08.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니벨룽의 반지' 하이라이트 공연 장면. (사진=아트앤아티스트 제공) 2026.08.1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압축된 서사에 밀도를 더한 것은 각 배역을 선명하게 살려낸 성악가들이었다.

독일 쾰른 극장 솔리스트로 활동하며 '반지' 전작(全作)에 참여한 바리톤 최인식은 보탄을 맡아 극의 무게를 잡았다. 베를린 필하모닉과 '라인의 황금'에서 도너를 연기했던 바리톤 김기훈은 이번에도 같은 역으로 무대에 올랐다.

바그너에 처음 도전한 성악가들도 눈에 띄었다. 지그프리트와 브륀힐데를 각각 맡은 테너 김재형과 소프라노 이명주는 첫 도전이 무색할 만큼 단단한 발성으로 고난도의 배역을 소화했다.

100여명의 연주자가 만들어내는 오케스트라의 힘도 '반지'의 세계를 지탱했다. 두텁고 웅장한 선율은 무대장치가 없는 공간을 채웠고, 특정 인물이나 사건을 상징하는 유도동기(라이트모티프·Leitmotif)는 생략된 장면 사이를 음악으로 이었다.

이번 공연은 무엇을 덜어낼 것인가만큼 덜어낸 자리를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에 공을 들였다. 영상과 해설은 이야기의 맥락을 잇고, 성악가들의 연기와 동선은 콘서트 형식의 정적인 한계를 넘어섰다. 여기에 오케스트라가 바그너의 음악적 서사를 붙들며 15시간 서사의 무게를 충분히 느끼게 한 무대였다

공연은 오는 14일 경기 부천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한 차례 더 열린다.

[서울=뉴시스]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니벨룽의 반지' 하이라이트 공연 장면. (사진=아트앤아티스트 제공) 2026.08.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니벨룽의 반지' 하이라이트 공연 장면. (사진=아트앤아티스트 제공) 2026.08.1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덜어내도 서사는 꽉 찼다…4시간에 펼친 '니벨룽의 반지'[객석에서]

기사등록 2026/08/10 10:21:31 최초수정 2026/08/10 10:50:24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