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도밴드, 고전과 팝 횡단하는 얼터너티브 밴드…비로소 그려낸 완전한 '원'

기사등록 2026/08/1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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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첫 정규앨범 '원' 발매

판소리 '춘향가' 텍스트 해체와 재구성

JTBC '풍류대장' 우승팀…인디펜던트 뮤지션 길 택해

[서울=뉴시스] 서도밴드. (사진 = 밴드 제공) 2026.08.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서도밴드. (사진 = 밴드 제공) 2026.08.1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서양 음악의 뼈대가 한 치의 오차 없이 분절되는 메트로놈의 시간이라면, 한국 전통 음악의 피와 살은 연주자 간의 유기적인 호흡이다. 메트로놈이 기계의 심장 박동이라면, 호흡은 감정과 서사에 따라 수축하고 이완하는 생명체의 박동과도 같다.

최근 서울 충무로에서 마주한 '서도밴드'는 이 이질적인 두 세계를 어떻게 하나의 우주로 결합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뇌의 흔적을 지니고 있었다. 보컬 서도, 건반 김성현, 기타 연태희, 베이스 김태주, 드럼 정현빈 등 다섯 멤버가 처음으로 내놓는 정규 1집 '원'은 그 치열한 고민이 도달한 아름다운 결착지다. 이들이 주창해 온 조선팝은 단순한 물리적 결합을 넘어, 고전 텍스트와 현대적 리듬이 서로를 끌어안으며 완성되는 미학적 순환을 보여준다.

우연과 필연이 교차한 궤적…각자의 우주가 밴드로 결합하다

음악이라는 거대한 우주 안에서 각기 다른 궤도를 돌던 행성들이 서도밴드라는 하나의 태양계로 모여든 과정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에 가깝다. 성대결절이라는 가혹한 시련을 겪고 스물일곱의 늦은 나이에 다시 대학에 입학해 베이스를 잡은 김태주는, 서도와 굵직한 국악 대회에서 합을 맞추며 대상을 안겨준 '승리 요정'이자 밴드의 든든한 닻이 됐다. 정해진 빌드와 정답만을 추구하던 프로게이머 지망생 연태희는 기타를 통해 비로소 감정을 쏟아내고 자유로워지는 법을 깨달았고, 군대에서 서도를 만나 밴드의 선율에 주체적인 색채를 더했다.

어릴 적부터 정해진 악보를 자신만의 해석으로 비틀어 연주하길 즐겼던 건반 김성현은 작곡과 대학 동기로서 서도와 가장 먼저 첫발을 내디뎠다. 여기에 "악기를 연주하는 것을 넘어 음악 그 자체가 돼야 한다"는 재즈 드러머의 철학을 동경해 온 드럼 정현빈이 합류하며 비로소 서도밴드는 완벽한 원의 형태를 갖췄다.

정작 밴드 음악에 큰 뜻이 없었던 보컬 서도는 이 기하학적 만남과 시너지를 통해 진정한 음악의 뼈대를 세우는 법을 체득했다. 서도는 "처음 밴드를 시작할 땐 제로 베이스였지만, 이를 통해 음악을 구조적으로 어떻게 만들어 나가는지 그 근본적인 과정을 치열하게 배웠다"며 "각자의 소리를 내고 다시 하나로 모이는 호흡을 겪으며, 밴드야말로 내가 세상에 내뿜을 수 있는 음악의 가장 단단한 근간임을 깨달았다"고 회고했다.
[서울=뉴시스] 서도밴드. (사진 = 밴드 제공) 2026.08.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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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이라는 이름의 살아있는 리듬

서도밴드의 음악적 성취는 서양의 밴드 포맷 안에 전통의 호흡을 온전히 담아냈다는 데 있다. 정확한 박자에 맞추는 것이 미덕인 서양 악기 드럼과 베이스가, 연주자들의 눈빛과 기운으로 빚어내는 전통의 찰나적 호흡을 입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철저한 기계적 박자의 세계에 익숙했던 정현빈 역시 합류 초기에는 음악의 흐름에 따라 강약과 속도가 미묘하게 변하는 서도밴드 고유의 유기적인 리듬을 체화하기 위해 숱한 담금질의 시간을 거쳐야 했다.

서도는 "메트로놈 하나에 맞추고 코드가 돌아간다고 해서 우리 음악이 맞아질 수는 없다"며 "호흡이야말로 서도밴드 음악의 핵심"이라고 짚었다. 악보 위에 고정된 음표를 연주하는 것을 넘어, 무대 위에서 다섯 멤버의 숨결이 하나의 원처럼 이어질 때 비로소 조선팝의 리듬은 살아 숨 쉬기 시작한다.

고전 텍스트의 해체와 재구성…'춘향'의 시선을 복원하다

이번 앨범의 척추 역할을 하는 것은 판소리 '춘향가'다. 하지만 서도밴드는 이 고전 텍스트를 단순히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았다. 이몽룡의 영웅적 서사나 춘향의 맹목적인 절개라는 평면적 해석에서 벗어나, 옥방에 갇힌 춘향이 느꼈을 원망과 지침이라는 지극히 인간적인 감정에 주목했다. 더블 타이틀곡 '언제까지'는 변사도의 수청을 거부하고 하염없이 님을 기다리는 춘향의 심연을 서도밴드만의 상상력으로 길어 올린 곡이다.
[서울=뉴시스] 서도밴드. (사진 = 밴드 제공) 2026.08.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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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곡과 곡 사이의 이음새 역할을 하는 사설 '아니리'의 배치는 앨범 전체를 한 편의 서사극으로 격상시킨다. 각 멤버가 프로듀싱을 맡은 이 아니리 트랙들은 단순한 내레이션을 넘어, 청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한 편의 영화적 장면으로 기능한다. 인물이 겪는 희로애락의 파동이 아니리를 통해 서로 맞물리며, 앨범 '원'은 시작과 끝이 이어져 순환하는 우리 삶의 이치를 투영해 낸다.

스스로 지어 올린 '자신들만의 집'…완전한 인디펜던트

지난 2019년 보컬 서도의 솔로 프로젝트로 시작해 2020년 밴드 제체가 된 서도밴드의 첫 정규 앨범이라는 이정표 뒤에는 밴드의 굳건한 홀로서기가 있다. 이들은 JTBC '풍류대장'(2021) 우승 이후 몇 년 간 몸담았던 소속사를 나와 완전한 인디펜던트 뮤지션의 길을 택했다. 직접 대출을 받아 이번 앨범의 제작비를 충당했다는 이들의 고백에는, 거대 자본이나 시스템에 휘둘리지 않고 온전한 자신들만의 음악적 영토를 구축하겠다는 창작자의 결연한 의지가 묻어난다.

김태주는 이번 앨범을 두고 "지금까지 서도밴드의 시간들을 정리하는 것과 동시에 앞으로 나아가는 새로운 출발점"이라고 정의했다. 스스로 벽돌을 나르고 기둥을 세워 만든 앨범이라는 이 거대한 '집'은 서도밴드가 대중음악사에 남기는 가장 주체적인 기록이다.

그러므로 서도밴드를 향해 관습적으로 덧씌워지던 '국악 밴드'나 '크로스오버 밴드'라는 수식은 이들의 음악적 품을 다 담아내지 못하는 오해에 불과하다. 고전의 텍스트를 질료 삼아 동시대의 보편적인 사운드를 유려하게 직조해 낸 이번 정규 1집은, 이들이 장르의 경계를 횡단하는 확고한 '얼터너티브 팝 밴드'임을 대중의 뇌리에 명징하게 각인시키는 선언과도 같다. 돌고 도는 원처럼 전통은 현대의 팝 사운드와 만나 새롭게 태어났고, 긴 기다림 끝에 마침내 그들의 둥근 서사가 세상에 나왔다. 오는 16일에는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 콘서트홀에서 단독 콘서트 '원'을 연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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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밴드, 고전과 팝 횡단하는 얼터너티브 밴드…비로소 그려낸 완전한 '원'

기사등록 2026/08/14 06: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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