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순 달항아리 '백자백미'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흰색은 하나가 아니다.
우윳빛을 머금었다가 회색으로 가라앉고, 빛이 스치면 희미한 푸른 기운이 떠오른다. 둥글지만 완벽한 원도 아니다. 조금씩 기울고 흔들리는 선이 오히려 달항아리의 매력이다.
도예가 이용순의 달항아리를 한자리에서 만나는 '백자백미(白磁百美)'전이 서울 용산구 백해영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는 프리즈 서울 기간을 포함해 오는 9월 6일까지 이어진다.
1957년생인 이용순은 대학에서 도예를 전공하지 않고 고도자 수리와 복원으로 도자 세계에 들어선 작가다. 고교 졸업 뒤 골동 도자기를 수리·복원·재현하는 일을 하며 백자를 익혔고, 전국의 도요지와 백자 파편을 연구하다 1992년부터 전통 백자 작업에 본격적으로 매달렸다.
옛 도자기를 오랫동안 만지고 복원하며 익힌 경험은 그의 달항아리 작업으로 이어졌다. 전통 장작가마를 사용해 조선 달항아리의 형태와 흰빛을 오늘의 작업으로 되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주목하는 것은 달항아리의 ‘물질성’이다. 표면의 백색은 흰 안료를 덧입혀 만든 색이 아니라 백토와 투명유, 장작가마의 불이 상호작용하며 만들어낸 결과다. 투명한 유약 아래에서 백토의 물성이 드러나며 흙과 불, 시간이 응축된 깊이를 보여준다.

이용순 달항아리 '백자백미' *재판매 및 DB 금지
똑같은 달항아리는 만들어질 수 없다. 불길의 방향과 공기의 흐름, 재가 내려앉는 위치, 가마 내부의 미세한 온도 차이가 색과 표면을 바꾸기 때문이다. 도공이 형태를 만들지만 가마에 들어간 뒤에는 불과 자연이 작품의 완성에 참여한다.
관람자의 위치와 빛에 따라서도 항아리의 표정은 달라진다. 풍만한 곡선 위의 백색은 유백색과 회백색을 오가고 때로는 푸른 기운을 머금는다. 고정된 하나의 흰색이 아니라 빛과 물질이 함께 만들어내는 변화하는 백색이다.
이용순의 달항아리는 단색화 거장 박서보를 비롯해 재일 건축가 이타미 준, 벨기에의 디자이너이자 컬렉터 악셀 베르보르트 등이 소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해영갤러리에 따르면 박서보는 생전 이용순의 달항아리를 두고 “형식이나 테크닉을 뛰어넘은 경지가 느껴진다”고 평가했으며, 작품 7점을 소장했다.
전시는 예약제로 운영되며, 9월 1일 오후 5시 프리즈 한남 나이트에 이어 2일부터 6일까지 프리즈 퍼블릭 데이와 연계해 관람객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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