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사후 첫 대규모 회고전
반도화랑 세우고 한국미술 알린 '색채의 마법사'
유화 120여 점·아카이브 등 70년 화업 조망

이대원, 〈농원(秋)〉, 1994, 캔버스에 유화 물감, 111 × 161cm, 한솔문화재단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과수원 화가'로 널리 알려진 이대원(1921~2005)이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부활했다.
국립현대미술관(MMCA)은 오는 6일부터 11월 8일까지 덕수궁관에서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화가 이대원의 첫 대규모 회고전 '이대원: 당신을 슬프게 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밝고 화려한 색채의 풍경화가라는 기존 이미지를 넘어, 한국적인 현대회화를 평생 탐구한 지식인 화가로서의 면모를 새롭게 조명한다.
전시는 1930년대 초기작부터 말년의 5미터 대형 '농원' 연작까지 유화 120여 점과 아카이브 100여 점, 작가가 수집한 고미술품 등을 통해 약 70년에 걸친 화업을 총망라한다. 특히 이 전에서는 이대원, 장욱진, 유영국을 가르친 사토 구니오의 희귀 회화 '설정(雪庭)'(연도미상)을 국내 최초로 공개한다.

화가 이대원.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대원은 누구?
하지만 그는 미대가 아닌 법대 출신 화가였다.
청운공립보통학교 시절 처음 유화를 접한 그는 1934년 경성제2고등보통학교에서 미술교사 사토 구니오(1897~1945)를 만나 서양미술과 조선 공예를 함께 배웠다. 조선미술전람회 서양화부와 공예부에 입선하며 일찍부터 재능을 인정받았지만, 부친의 반대로 미술대학 대신 1940년 경성제국대학 예과(문과)에 입학해 1945년 경성제대 법문학부를 졸업했다.
법학을 공부하면서도 작품 활동을 이어가며 독자적인 회화 세계를 구축했다.
그는 화가를 넘어 한국 미술계의 기반을 닦은 문화적 지식인이기도 했다. 1959년부터 약 8년간 한국 최초의 상업 화랑인 반도화랑을 운영하며 국내 화랑 문화의 기틀을 마련했고, 5개 국어에 능통한 당대의 대표적 지식인으로 박수근, 장욱진, 김환기, 유영국 등 한국 근현대미술 작가들을 해외에 소개하는 데 앞장섰다. 이어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초대 학장과 총장, 대한민국예술원 회장, 문화홍보대사 등을 맡아 미술교육과 문화외교에도 힘을 쏟았다.

덕수궁관 이대원 회고전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전시는 ▲배우되 갇히지 않다 ▲이어가되 휩쓸리지 않다 ▲쌓아 올리니 자유롭다 ▲사람을 슬프게 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등 4부로 구성됐다. 초기작부터 말년의 대형 '농원' 연작까지 약 70년에 걸친 화업을 조망하며, 반도화랑 운영과 전통 공예 연구 등 그동안 조명되지 않았던 이대원의 문화적·미술사적 성취도 함께 살펴본다.
전시와 연계한 국제학술대회는 9월 10일 열린다. 국내외 연구자들이 참여해 이대원의 회화 세계와 한국 현대미술사에서의 위상을 다각도로 조명할 예정이다. 홍선표 한국미술연구소장의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배원정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정무정 덕성여대 교수, 이민수 한국미술연구소 연구원, 이우치 가쓰에 홋카이도미기시 고타로 미술관 큐레이터, 최경현 천안시립미술관장 등이 발표에 나선다.

이대원 회고전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대원은 한국 미술을 전시하고 가르치며 세계에 알리는 기반을 다지는데 크게 기여한 문화적 지식인이자, 자신의 회화에서는 한국적인 현대 회화의 가능성을 평생에 걸쳐 탐구한 화가”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그간 충분히 조명되지 못했던 이대원의 미술가적 위상을 새롭게 자리매김하고, 한국 현대회화의 중요한 성취를 다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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