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이 안 보이더라도, 사진으로 추억은 남기세요"[당신 옆 장애인]

기사등록 2026/08/01 12:00:00

최종수정 2026/08/01 12: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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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사진작가 김태훈씨 인터뷰

"찍고 기억으로 간직하면 삶 풍족해져"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시각장애인 사진작가인 김태훈씨 2026.07.3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시각장애인 사진작가인 김태훈씨 2026.07.3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비장애인에게 사진은 놀이가 됐지만 장애인에게는 사진이 가진 본질, 기록과 추억이라는 가치가 더 크죠. 앞이 안 보인다고 해도 사진을 찍고 다시 추억할 수 있다면 삶이 더 풍요로워져요."

1일 뉴시스와 인터뷰를 나눈 시각장애인인 김태훈(51) 사진작가는 젊은 시절 소위 잘 나가는 벤처기업인이었다. 한 때 모 언론사에서 뽑았던 21세기를 이끌 젊은 벤처인으로 꼽혀 신문에 이름이 나가기도 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김 작가에게 사진이란 그저 취미이자 과시의 수단일 뿐이었다. 그는 "월남전을 다녀오신 아버님이 귀국을 하면서 갖고온 카메라가 있었다. 그 시절에는 카메라가 귀했는데 어릴 땐 카메라를 자랑하려고 사진을 찍었다. 내 사진은 그렇게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그런 그가 본격적으로 사진의 길로 들어선 건 장애 때문이다. 불의의 사고를 겪은 김 작가가 장애를 갖게 되자 그때까지 함께했던 친구, 지인, 도움을 줬던 사람 모두 등을 돌렸다.

세상으로부터 버림을 받았다는 생각에 극단적인 시도까지 했던 그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의사의 권유로 다시 사진기를 집어 들었다.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과 함께 모임을 갖고 사진을 가르친 것이다. 그는 "그 전까지는 취미이자 과시의 사진이었는데 그때부터 사진을 다시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본격적으로 사진에 들어선 김 작가는 주로 자신 또는 자신의 주변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미학적으로 예쁘거나 마음이 따뜻해지는 작품은 아니지만 누군가에게는 공감을 이끌어내는 힘을 가진 사진들이다. 그는 "지금도 사진전을 하면 마음이 편안한 사람들은 대부분 무섭다고 싫어하지만 상처를 받은 사람들은 굉장한 공감을 한다"며 "내 사진을 보고 울면서 '이 사진 때문에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김태훈 사진작가의 작품 (사진=김태훈작가 제공) 2026.07.3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뉴시스] 김태훈 사진작가의 작품 (사진=김태훈작가 제공) 2026.07.3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프로 사진작가이지만 시각장애인이기 때문에 활동에 어려움은 있다. 김 작가는 수직과 수평을 보지 못해 모든 선이 왜곡된다고 한다. 이 때문에 사진을 찍으면 포커싱이 맞지 않아 삐뚤거나 흔들린 사진이 나오기도 한다. 그는 "1000장을 찍어야 1~2장을 건지는데 사진전을 한다고 하면 보통 3만4000장에서 3만6000장은 찍는다"고 했다.

그는 다른 장애인에게도 사진을 권유한다고 한다. 앞에 아예 보이지 않는 전맹 장애인에게도 마찬가지다. 김 작가는 "장애인은 이동권이 제한돼있어서 내가 갔던 곳에 다시 갈 수 있다는 약속이 없다"며 "스마트폰으로 찍어도 되고 굳이 내가 셔터를 누를 필요없이 다른 사람에게 찍어달라고 해도 된다. 주변 사람들에게 사진을 보고 말해달라고 하면 다시 추억을 할 수 있다. 비장애인에게 사진은 놀이가 됐지만 장애인에게는 사진의 본질, 기억과 추억이라는 가치가 더 크다. 찍고 기록하고 기억으로 간직하면 내 삶이 좀 더 풍족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장애인도 보다 진취적으로 도전하길 당부했다. 김 작가는 "장애인이면 내 몸에 불편한 점이 있지만 할 수 있는 점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예를 들어 시각장애인이면 앞을 볼 수 없지만 성대와 폐가 멀쩡하면 가수로서 노래를 부르는 데 지장이 없다"며 "중요한 건 장애 유무가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노력하는 것, 그리고 그 일을 할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지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건강 등의 문제로 잠시 쉬었던 김 작가는 3분기 예술의전당 국제포토페스티벌을 통해 본격적으로 활동을 재개할 예정이다. 이번에는 과거 사진과 함께 보다 따뜻한 작품들도 선보일 계획이라고 한다.

향후에는 우리나라에 시각장애인사진작가협회를 만들고 싶다고 한다. 김 작가는 "사진은 언어로 봐야 한다. 아무리 많이 찍어도 나눌 사람이 없다면 가치가 사라진다"며 "작품성을 떠나서 평범한 참여자들이 사진을 배우고 찍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소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한국장애인개발원과 공동 기획했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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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이 안 보이더라도, 사진으로 추억은 남기세요"[당신 옆 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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