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열돔에 최소 70명 숨졌다…밤에도 식지 않는 미국

기사등록 2026/07/27 11:11:08

최종수정 2026/07/27 11:4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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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7월 두 차례 폭염 사망자 최소 70명 확인

31개 기관 중 9곳 “집계에 수주~수개월”…2개주는 추적 안 해

심근경색·신부전만 사인으로 남으면 폭염 기여분 누락

[서멀=AP/뉴시스] 지난 19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서멀에서 한 남성이 기록적인 '겨울 폭염' 속 뜨거운 햇볕을 피하고 있다. 이날 서멀 지역 기온은 섭씨 40도를 웃돌았으며, 오는 20일에는 3월 역대 최고치인 43.3도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보됐다. 2026.03.20.
[서멀=AP/뉴시스] 지난 19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서멀에서 한 남성이 기록적인 '겨울 폭염' 속 뜨거운 햇볕을 피하고 있다. 이날 서멀 지역 기온은 섭씨 40도를 웃돌았으며, 오는 20일에는 3월 역대 최고치인 43.3도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보됐다. 2026.03.20.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미국을 덮친 7월 두 차례 폭염으로 최소 70명이 숨졌지만, 실제 희생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심근경색이나 신부전 등 직접 사인만 사망진단서에 남고 이를 촉발한 폭염은 빠지는 미국식 집계의 한계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26일 주 보건당국과 검시 기록, 지역 언론 보도를 조사한 결과 7월 초 폭염으로 최소 69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달 중순 몬태나주에서 위스콘신주까지 이어진 후속 폭염에서도 최소 1명이 사망했다.

7월 초 확인된 사망자 69명만 따져도 31명이 숨진 2025년 로스앤젤레스 산불의 2배가 넘고, 2017년 허리케인 하비의 직접 사망자 68명보다 많다. 하지만 이번 수치는 아직 잠정 집계여서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WP는 미시시피주 볼턴에 사는 마사 아이린 밴 에그먼드(83)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섭씨 32도를 넘는 날씨에 정원을 가꾸다 넘어졌다. 혼자 힘으로 일어나지 못한 채 몇 시간 동안 땅에 누워 있었고 결국 폭염으로 숨졌다고 현지 검시관은 밝혔다.

시카고 남부의 환기가 잘되지 않는 다락방 아파트에 살던 마이크 로드리게스(57)는 열사병으로 사망했다. 필라델피아 남쪽의 한 소도시에서는 68세 남성도 생울타리를 다듬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쓰러졌다. 검시관은 열탈진이 유발한 심근경색을 사인으로 판단했다.

WP는 미 국립기상청이 폭염경보를 발령한 지역의 보건당국 31곳에 사망자 자료를 요청했다. 이 가운데 9곳은 사망 기록을 분석하는 데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린다고 답했고 4곳은 보도 시점까지 응답하지 않았다. 오하이오주와 와이오밍주는 폭염 관련 사망자를 별도로 추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뉴저지주는 7월 초 폭염 기간 발생한 폭염 관련 의심 사망자를 29명으로 잠정 집계했다. 그러나 이 수치만으로 뉴저지의 폭염이 다른 지역보다 심했거나 대응이 부실했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주마다 조사 방식과 집계 속도가 달라 다른 지역의 사망자가 아직 포착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 20여개 주에서는 기온이 역대 최고치와 같거나 이를 넘어섰다. 수백만명이 며칠 연속 섭씨 38도가 넘는 더위에 노출됐다. 세계기상귀속연구단은 7월 초 나타난 열기와 습도의 결합이 인간이 초래한 온난화가 없던 기후에서는 사실상 발생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고 분석했다.

[서울=뉴시스] 사진은 미국 기상청(NWS) 샌프란시스코베이 지역지소가 27일(현지 시간) X(엑스·옛 트위터)에 공개한 'NWS 폭염 위험 예보' 갈무리. 미 동부와 서부의 온도차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2025.07.27.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사진은 미국 기상청(NWS) 샌프란시스코베이 지역지소가 27일(현지 시간) X(엑스·옛 트위터)에 공개한 'NWS 폭염 위험 예보' 갈무리. 미 동부와 서부의 온도차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2025.07.27. *재판매 및 DB 금지
폭염이 닥치면 인체는 피부 쪽으로 더 많은 혈액을 보내 열을 배출하기 위해 심장을 더 빠르게 움직인다. 땀으로 수분이 빠지면 신장은 체내 수분을 보존하려 한다. 체온을 정상 범위로 낮추지 못하면 여러 장기가 잇달아 손상돼 사망할 수 있다.

심혈관질환이나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에게는 더위가 심근경색이나 위험한 혈당 변화를 촉발할 수 있다. 호흡기·신장 질환도 악화할 수 있어 열사병으로 진단되지 않은 사망자 가운데 폭염이 영향을 미친 사례가 포함될 수 있다.

문제는 사망진단서를 작성하는 의사나 검시관이 심근경색·신부전 등 가장 직접적인 사인에 집중하면 폭염이라는 환경 요인이 기록에서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사망진단서만 이용한 폭염 사망 통계에는 만성질환 악화 등으로 숨진 사례가 누락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메릴랜드주는 7월 초 폭염 사망자를 최소 19명으로 집계했다. 현장 상황과 고인의 병력, 부검 결과를 함께 살펴 폭염의 영향을 판단한다. 물에 빠졌거나 허리케인 잔해로 외상을 입은 경우와 달리 폭염은 생리적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사망 원인을 확정하기가 더 어렵다는 게 주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워싱턴대의 크리스티 에비 역학 교수는 폭염을 수많은 인명을 앗아가는 재난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정확한 숫자가 드러나지 않으면 사람들이 폭염의 치명성을 체감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앞 영국 연구진은 6월 폭염으로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약 2200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인간이 초래한 온난화로 낮 최고기온이 섭씨 3~4도 높아졌으며, 이 추가 상승분이 사망자의 38%인 800명 이상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조앤 케이시 워싱턴대 환경역학 교수는 미국도 이런 분석을 실시간으로 수행할 기술적 능력이 있다며 폭염 피해를 제때 파악하기 위한 정책적 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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