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개포 이어 광교·해운대까지…'매도인 대출' 매물 잇따라

기사등록 2026/07/24 06:00:00

최종수정 2026/07/24 06:10:05

구글에서 선호하는 매체로 추가

대출 규제로 자금 조달 어려워지자 집주인 대출 매물 잇따라

[서울=뉴시스]이종성 기자, 윤도영 인턴기자 = 매도인이 매수자에게 주택 매매대금 일부를 빌려주는 이른바 '셀러 파이낸싱' 거래 방식이 주목 받고 있다. 최근 고강도 대출 규제로 금융권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서울과 경기 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매도인이 부족한 매매대금을 빌려주는 조건을 내건 매물이 잇따르고 있다.

24일 네이버 부동산에 따르면 부산 해운대구 우동 '해운대 아이파크' 전용면적 112㎡ 홍보글에는 '집주인 대출 가능'이라는 소개 문구가 적혔다. 서울 강남구 자곡동에서 올라온 전용 59㎡ 매물에도 '집주인 대출 6억'이라는 조건이 붙었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에도 '매도인 대출 찬스 갑니다'라는 소개 문구를 단 전용 84㎡ 매물이 지난 22일 등록됐다. 같은 날 올라온 서초구 개포동 디에이치아너힐스 전용 74㎡ 매물에도 '집주인 대출 가능'이란 문구가 적혔다.
 
경기권에서도 이 같은 매물이 시장에 나왔다. 최근 집값 상승세가 가팔랐던 경기 수원시 영통구 광교신도시에서는 호가 27억2500만원의 대형 평형 매물이 '매도인 대출 가능'이라는 안내가 붙었다. 경기 남양주시 다산동에서도 한 아파트 전용 84㎡(13억8000만원) 매물에 '집주인 대출 가능'이라는 문구가 적혔다. 서울 강남권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나타나던 개인 간 자금 조달 방식이 지역과 가격대를 가리지 않고 잇따르고 있는 셈이다.

일명 셀러 파이낸싱으로 불리는 이 매매 방식은 매도인이 매매대금 일부를 당장 받지 않고 매수인에게 사실상 빌려준 뒤 향후 돌려받는 방식이다. 매도인은 조건에 따라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고, 매수인은 금융권 대출만으로 부족한 매매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법적으로 금지된 거래 방식은 아니어서 자금 조달이 꼬이거나 잔금 마련이 어려운 경우 활용돼 왔다.

현재 규제지역의 경우 주택 가격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제한된다. 15억원 이하 주택은 최대 6억원,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주택은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최대 2억원까지다. 고가 주택일수록 매매가격과 금융권 대출 한도의 격차가 커지면서 부족한 자금을 메우기 위한 사적 금융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대출 규제가 강화되던 시기에도 강남권을 중심으로 개인이 근저당권자로 나서는 사례가 늘어났다. 특히 최근 이재명 대통령 부부의 분당 아파트 거래가 알려지면서 이 같은 방식이 다시 주목받았다. 이 대통령은 김혜경 여사와 공동명의로 보유해온 성남시 분당구 양지마을 아파트를 지난 14일 29억원에 매도했고, 16일 소유권 이전과 함께 이 대통령 부부를 근저당권자로 하는 채권최고액 17억7000만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됐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청와대는 해당 근저당이 대출 규제를 우회하기 위한 거래가 아니라 매수인의 사정에 따라 오는 10월 말까지 지급이 유예된 미지급 잔금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 부부가 유예 기간에 별도의 이자를 받지 않기로 했으며, 이에 따른 세금 문제는 관련 규정에 따라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 대통령 거래 자체와 별개로 이번 사례를 계기로 그동안 음성적으로 활용되거나 매수·매도자 간 개별 협상에 머물렀던 셀러 파이낸싱이 시장에 공개적으로 등장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실제 중개 매물 설명에 '매도인 대출'을 거래 조건으로 내거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대출 규제가 지속될 경우 매수자의 자금 부족을 메우는 하나의 협상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개인 간 금융 거래인 만큼 위험도 적지 않다. 매도인은 매수인의 상환 능력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을 경우 돈을 돌려받지 못해 경매 등 복잡한 채권 회수 절차를 밟아야 할 수 있다. 매수인 역시 금융권 대출과 달리 금리와 상환 조건이 표준화돼 있지 않은 만큼 계약 내용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셀러 파이낸싱은 당사자 간 사적 채권 거래이므로 정해진 단일 방식은 없다"며 "매도자는 매수인의 채무 상환 능력과 재정 상태를 확인해야 하고, 계약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경매를 통한 채권 회수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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