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통합시-시의회 입장차, 투명하고 정교한 재정 로드맵 시급
"800조 반도체 클러스터 기반 확충" vs "기존 사업 재포장 반대"

[전남광주=뉴시스]송창헌 기자 = 정부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에 맞춰 공개 약속한 연간 5조원 4년간 20조 원 규모의 통합 재정지원금을 두고 중앙·지방정부와 통합시의회가 용처에 이견을 보이고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는 22일 제2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박원종(영광1) 의원 등 54명의 의원이 공동 발의한 '통합특별시 20조 원 재정지원 약속 이행 및 순증 재원 보장 촉구 건의안'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시의회는 건의문을 통해 "정부 지원금이 기존 국비 보조사업이나 기관 이관분, 이미 계획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합산한 형식적 총액으로 축소돼서는 안 된다"며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순수한 증가(순증) 재원으로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광역교통망 구축, 산업단지 조성, 기업 유치, 교육·의료·복지 기반 확충, 농어촌과 도시 간 균형발전 등 통합특별시 출범 초기 막대한 재정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선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순증 재원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연차별 지원계획과 세부 내용에 대한 투명한 공개도 촉구했다.
건의문은 대통령과 국회의장, 총리, 각 정당 대표, 관련 정부 부처에 전달됐다.
그러나 '20조 사용처'를 두고 정부와 통합특별시가 최근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와 맞물려 순증이 아닌 기반시설비로 사실상 돌려쓰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재정운영 방향에 대한 전면 재정비 또는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말 800조 원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 구상을 발표하면서 "(반도체 팹과 같은) 대규모 산업벨트에 필요한 막대한 기반 시설을 정부 재정 만으로 구축하기 어렵다"며 "지방정부와의 재정 분담"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이에 민형배 특별시장도 지체없이 "20조 통합지원금 가운데 최소 5조, 필요할 경우 전액을 반도체 투자 지원에 투입할 수 있다"고 화답하면서 '최대 20조'의 사용처는 반도체 기반구축비로 사실상 가닥이 잡힌 상태다.
민 시장이 시장 후보 시절부터 줄곧 강조해온 '8대 1대 1(기업유치 16조, 인재 육성 2조, 사회안전망 2조)' 공약의 긴급 수정안으로도 받아들여졌다.
문제는 반도체 단지 조성을 위한 전력·용수망과 도로·철도는 물론 주거·정주여건까지 직·간접적 대규모 기반·배후사업이 불가피하고 이럴 경우 기존 SOC나 국비 보조사업 형태로 추진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의회가 이날 기존 SOC 사업비 투입에 경계심을 드러낸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20조원은 특별시장의 쌈지돈이 아니다"는 날 선 비판도 나왔다.
결국 20조원이 실제 지원되기 전에 조건없는 순증 재원을 계속 관철시킬 것인지, 기존 사업에 대한 생색내기용 재포장과 반도체 허브 기반 구축에 대한 명확한 선긋기와 정교한 재정 전략이 절실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의회 관계자는 "통합지원금 일부가 첨단산업 기반 깔기에 투입되는 것을 원천 반대하는 것은 아니고 기존 SOC 사업에 20조원을 포함시켜선 안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라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최근 의회 답변 과정에서 "20조원을 반도체에 올인할 수도 있다는 발언은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강조한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