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노폐물 배출 구멍 첫 발견…치매 정복길 열리나

기사등록 2026/07/22 00:00:00

최종수정 2026/07/22 00: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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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S, 뇌척수액이 지주막 통과하는 '지주막 소창' 세계 최초 규명

노화로 좁아진 배출 경로, 비강 내 VEGF-C 투여로 젊은 생쥐 수준 회복

영장류서도 같은 구조 확인…연구 결과 국제학술지 '셀' 게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 연구단 고규영 단장 연구팀이 동물실험을 통해 뇌척수액이 뇌를 감싼 뇌막을 통과해 뇌막 림프관으로 흡수·배출되는 핵심 경로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22일 밝혔다. 사진은 후각망울 뇌막 림프관과 코 안 림프관의 3차원적 구조, 특징 및 연결. (사진=과기정통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 연구단 고규영 단장 연구팀이 동물실험을 통해 뇌척수액이 뇌를 감싼 뇌막을 통과해 뇌막 림프관으로 흡수·배출되는 핵심 경로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22일 밝혔다. 사진은 후각망울 뇌막 림프관과 코 안 림프관의 3차원적 구조, 특징 및 연결. (사진=과기정통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국내 연구진이 뇌에서 만들어진 노폐물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첫 관문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노화로 좁아진 노폐물 배출 경로를 코 안에 유전자를 투여하는 방식으로 회복시키는 데도 성공해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의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 연구단 고규영 단장 연구팀이 동물실험을 통해 뇌척수액이 뇌를 감싼 뇌막을 통과해 뇌막 림프관으로 흡수·배출되는 핵심 경로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기정통부의 IBS 기초과학연구단 지원사업을 통해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셀(Cell)'에 22일 0시 온라인 게재됐다.

뇌 노폐물 배출 경로의 '마지막 퍼즐'…난제였던 지주막 통과 경로

뇌척수액은 뇌를 보호하고 노폐물을 배출해 중추신경계의 기능과 항상성을 유지하는 액체다. 뇌에서 만들어진 노폐물은 뇌척수액에 실려 뇌 밖으로 배출된다.

이 같은 '뇌 청소' 과정이 원활하지 않으면 아밀로이드 베타 등 신경독성 단백질이 뇌에 쌓여 치매를 비롯한 퇴행성 뇌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IBS 연구팀은 앞서 2019년과 2024년 '네이처'에 발표한 연구를 통해 뇌척수액이 뇌 하부 뇌막 림프관과 비인두 림프관망을 거쳐 목 림프절로 배출되며, 노화에 따라 이 경로가 퇴화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2025년에는 눈과 코 주변 등 얼굴 피부 아래 림프관을 통한 새로운 배출 경로와 함께 미세한 기계적 자극으로 배출을 촉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네이처에 발표했다.

그러나 뇌척수액이 뇌를 둘러싼 뇌막 가운데 질긴 보호 장벽 역할을 하는 지주막을 어떻게 통과해 바깥층인 경막의 뇌막 림프관으로 유입되는지는 오랫동안 풀리지 않은 난제로 남아 있었다.

지주막은 뇌와 척수를 감싸는 연막·지주막·경막 등 세 겹의 뇌막 가운데 중간에 위치한 반투명 막이다. 지주막과 연막 사이에는 뇌척수액이 존재한다.
후각망울 뇌막 림프관에 흡수된 뇌척수액이 코 안 림프관으로 배출이동하는 모습. 지주막하강 내 주입된 뇌척수액 형광추적자가 후각망울 뇌막에 많은 양이 존재하고, 후각망울 뇌막 림프관에 흡수되어 코 안의 림프관으로 배출이동된다. (사진=과기정통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후각망울 뇌막 림프관에 흡수된 뇌척수액이 코 안 림프관으로 배출이동하는 모습. 지주막하강 내 주입된 뇌척수액 형광추적자가 후각망울 뇌막에 많은 양이 존재하고, 후각망울 뇌막 림프관에 흡수되어 코 안의 림프관으로 배출이동된다. (사진=과기정통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뇌척수액 배출 첫 관문 '지주막 소창' 발견…림프절까지 뇌척수액 흘러가

지난 10년간 뇌척수액 배출 연구를 진행해 온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뇌척수액이 지주막을 빠져나오는 첫 관문을 발견하고 이를 '지주막 소창'이라고 명명했다. 소창은 미세한 구멍을 뜻한다.

연구팀은 뇌척수액이 지주막 소창을 통과한 뒤 뇌막 림프관과 비강 림프관을 거쳐 목 림프절로 이동하는 전 과정을 확인했다. 뇌 속 노폐물 배출 경로의 마지막 퍼즐을 완성한 셈이다.

우선 연구팀은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미세 배출 경로를 관찰하기 위해 림프관을 형광 표지한 특수 생쥐와 첨단 3차원 입체영상 기술을 활용했다.

이를 통해 뇌 앞쪽에 있는 후각망울의 림프관과 비강 림프관이 뇌와 비강 사이의 얇은 뼈인 사골판을 사이에 두고 직접 연결된 모습을 포착했다.

연구팀은 이어 주사전자현미경 이미징 분석과 뇌척수액에 형광 물질을 넣어 흘려보내는 추적 실험을 진행했다.

형광 물질은 새로 발견된 지주막 소창을 빠져나온 뒤 뇌막 림프관에 흡수됐다. 이후 코 안쪽을 통과해 목에 있는 림프절까지 이어져 흘러가는 모습이 확인됐다.
생쥐(위쪽)와 영장류의 후각망울 주변 '지주막 소창' 의 모습. IBS 연구팀은 생쥐의 후각망울 지주막에 미세한 구멍들이 조밀하게 분포하는 것을 발견했으며, 이들을 ‘지주막 소창(Arachnoid fenestrations)’으로 명명했다. 생쥐에서 발견한 것과 유사한 지주막 소창이 원숭이에도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과기정통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생쥐(위쪽)와 영장류의 후각망울 주변 '지주막 소창' 의 모습. IBS 연구팀은 생쥐의 후각망울 지주막에 미세한 구멍들이 조밀하게 분포하는 것을 발견했으며, 이들을 ‘지주막 소창(Arachnoid fenestrations)’으로 명명했다. 생쥐에서 발견한 것과 유사한 지주막 소창이 원숭이에도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과기정통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노화로 좁아진 배출 통로, 유전자 투여로 회복

연구팀은 노화가 뇌척수액 배출 경로에 미치는 영향도 분석했다.

노화한 생쥐에서는 지주막 소창이 좁아지고 주변 뇌막 림프관이 감소했다. 림프관과 후각신경이 통과하는 사골판의 통로도 좁아져 뇌척수액 배출 기능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연구팀은 노화한 생쥐의 비강 점막에 림프관 생성을 촉진하는 유전자인 'VEGF-C'를 투여했다. 투여 결과 비강과 후각망울 주변 림프관의 재생이 촉진되면서 배출 경로가 다시 넓어졌다. 감소했던 뇌척수액 배출 기능도 젊은 생쥐 수준으로 회복됐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약물을 코 안에 투여하는 비침습적 방식으로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고규영 IBS 혈관 연구단장은 "이번 연구는 약 250년 전 뇌막 림프관이 처음 발견된 이후 오랜 난제였던 뇌척수액의 지주막 통과 경로를 명료하게 밝힌 이정표적 성과"라며 "이로써 뇌 노폐물 배출의 시작점부터 목 림프절에 이르는 연결 구조를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연구를 주도한 홍선표 연구위원은 "영장류에서도 동일한 지주막 소창 구조를 확인함으로써 사람의 뇌 청소 기전을 밝힐 핵심 단서를 확보했다"며 "앞으로 인체 조직을 이용한 연구로 확장하고, 다양한 퇴행성 뇌질환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전략을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성수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은 "이번 성과는 생명현상의 이해를 높이고 뇌질환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꿀 혁신적 성과"라며 "앞으로도 인류 난제에 도전하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기초·원천 연구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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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노폐물 배출 구멍 첫 발견…치매 정복길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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