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었던 돈 다 날렸다"…'반려주식' 묻어두고 앱 지운 개미들 [변동성이 덮친 증시③]

기사등록 2026/07/19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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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사서 다행" 하락장서 'JOMO(조모)' 부상

분노 지나 해탈·체념한 '반려주식' 개미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463.81포인트(6.37%) 하락한 6820.60에 마감한 1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2026.07.16.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463.81포인트(6.37%) 하락한 6820.60에 마감한 1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2026.07.1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강수윤 기자 = "어차피 손실이 너무 커서 이제는 팔지도 못합니다. 죽을 때까지 평생 함께 들고 갈 '반려주식'이라 생각하고 마음을 비웠어요."

최근 코스피 시장의 기록적인 폭락을 지켜보는 개미 투자자들의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사상 최고치인 9000선까지 치솟았던 코스피 지수가 불과 두 달 만에 6000선으로 주저 앉으면서 투자자들의 실망감은 극에 달한 상태다.

상승장에서 올린 수익을 고스란히 토해내며 해외여행 계획을 국내로 돌리는가 하면, 하루에도 수십 번씩 요동치는 증시 변동성에 지쳐 아예 주식 창을 닫아버리는 이들이 속출하고 있다.

올해 들어 국내 증시가 극심한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자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한 안전장치가 연일 가동됐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매수·매도 사이드카가 총 57회나 발동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로 이전 최고치였던 2008년의 기록(코스피 26회·코스닥 19회)을 모두 넘어서며 역대 가장 불안정한 장세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이 일시 정지되는 '서킷브레이커' 역시 7차례나 발동돼 역대 최고치로 치솟았다. 역대 발동 사례의 절반 이상이 최근 상반기 사이에 집중된 것이다.

정부의 주주환원 유도와 밸류업 정책,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의 동반 상승장에 힘입어 주식을 사 모으던 투자자들은 대외 변동성에 모래성처럼 무너진 국내 증시의 기초체력에 깊은 배신감을 토로하는 분위기다.

특히 최근 증시 급락세가 이어지자 소외감 대신 안도감을 즐기는 이른바 '조모(JOMO·Joy of Missing Out)' 현상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상승장 끝자락에서 홀로 뒤처질까 불안해하던 '포모(FOMO)'와 달리 하락장에서는 차라리 시장에 참여하지 않고 현금을 지켜낸 것에 만족감을 느끼는 심리다.

실제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랠리에 동참하지 않았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결국 현금을 쥔 사람이 승자"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점에 물린 주변 투자자들을 위로하면서도 내심 "역시 안 사길 잘했다"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직접 수익을 내진 못했어도 남들이 잃을 때 내 자산을 지켰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는 일종의 '무손실 투자법'이 하락장 속 대안 심리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반면 시장에 남아있는 투자자들은 거래 중단이 일상화되는 역대급 변동 장세가 이어지자 분노를 넘어 해탈과 체념에 가까운 무덤덤한 반응마저 주를 이룬다.

직장인 유모(26)씨는 "처음에는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는 속보가 뜨면 당황했는데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 한다"며 "어차피 손실이 너무 커 팔지도 못할 상황이라 죽을 때까지 평생 함께 가는 '반려주식'으로 여기기로 마음을 비웠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463.81포인트(6.37%) 하락한 6820.60에 마감한 1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가가 표시되고 있다. 2026.07.16.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463.81포인트(6.37%) 하락한 6820.60에 마감한 1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가가 표시되고 있다. 2026.07.16. [email protected]
직장인 박모(29)씨는 "주변에 SK하이닉스를 안 가진 사람이 없어 서로 한숨 쉬며 위로하는 처지"라며 "올해 초 주가가 치솟을 때는 정말 행복했는데 최근 폭락으로 그동안 벌었던 수익을 전부 뱉어내 우울증이 올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박씨는 "주식 앱을 쳐다보기가 겁나 아예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를 삭제했다"며 "이번 여름 휴가로 계획했던 해외여행도 결국 온 가족 주식 평가액이 반토막 나는 바람에 겨우 국내여행으로 대체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특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한 개미들은 지수 급락의 직격탄을 정면으로 맞아 상실감이 더 크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시장의 변동성을 키운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정부가 기본예탁금 3000만원 상향, 매매 단위 20좌 확대 등 보완대책을 마련했지만 투자자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직장인 이모(29)씨는 "최근 변동성이 워낙 심해지면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단타를 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 나도 단일종목 ETF를 소액으로 사봤고 초반에는 재미를 봤다"면서도 "등락 폭이 너무 심해져 일희일비하다 보니 결국 덤덤해지더라. 언젠가는 오르겠지라는 희망 고문 속에 지쳐가고 있다"고 털어놨다.

포모 심리에 예·적금을 해지하거나 빚투(빚을 내 투자)에 뛰어든 신용거래 투자자들의 손실 위험도 커졌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공여 잔고는 연초 27조4207억원에서 지난 14일 34조7078억원으로 7조2871억원(26.6%) 늘어났다. 신용거래가 늘어난 만큼 주가 하락 시 강제 청산 위험에 노출된 투자자도 함께 증가하는 추세다. 같은 기간 반대매매 금액은 81억원에서 216억원으로 135억원(166.7%) 급증했다.

변동성이 심한 국장에 지친 투자자들은 '결국 우상향하는 시장은 미장 뿐'이라며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5일까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9억7935만 달러(약 1조4515억원)로 집계됐다. 11거래일간 1조5000억원에 육박하는 자금이 미국 주식시장으로 빠져나간 것이다. 서학개미들은 국내 증시를 지탱하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손실을 감수하고 발을 뺀 자금을 미국의 빅테크와 반도체 밸류체인 종목으로 갈아타고 있다.

다만 최근의 움직임을 완전한 '국장 엑소더스'로 단정 짓기에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증시 조정을 계기로 해외 주식 직구족이 늘어났지만 미국 기술주 역시 변동성이 극심하긴 마찬가지"라며 "양국 증시가 모두 흔들리는 상황인 만큼 단기적인 추이만 보고 추세가 완전히 돌아섰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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