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맞은 비장애 형제자매 자조모임 '나는'
20~30대 청년 20명 모여 '대나무숲 티타임'
"'힘들다'고 말못해…모임서 위로받아 용기"
"자립기반 마련돼야…찾아가는 서비스 필요"
![[세종=뉴시스]정신적 장애를 가진 형제자매를 둔 20~30대 청년들의 모임 '나는'의 대표 이은아씨가 활동하고 있는 모습. (사진=이은아씨 제공) 2026.07.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7/18/NISI20260718_0002189365_web.jpg?rnd=20260718105326)
[세종=뉴시스]정신적 장애를 가진 형제자매를 둔 20~30대 청년들의 모임 '나는'의 대표 이은아씨가 활동하고 있는 모습. (사진=이은아씨 제공) 2026.07.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 강진아 기자 = "한 사람의 인생을 사는 게 아니라 최소 두 명 혹은 부모님까지 서너명의 인생을 떠안고 살아가야 하죠. '너는 그러면 안 되지', '너는 잘해야지' 그런 말이 한동안 저를 짓눌렀어요. 실패하면 안 되는 사람으로 사는 건 너무 어렵죠."
중증 발달장애를 가진 여동생을 둔 이은아씨는 자라면서 '힘들다'는 말을 쉽게 꺼낼 수 없었다. 동생 몫까지 더해 늘 착하고 잘하는 아이여야만 했다. 하지만 어린 나이부터 짊어진 삶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20대 후반쯤 상담을 통해 답답했던 마음의 정체를 깨달은 그는 같은 경험을 한 이들을 찾게 됐다.
"마음속에 곪아있었던 것 같아요. 가족에게 말하지 못한 마음이 많았던 거죠. 그게 폭발하면서 가족과 거리를 둔 시기도 있었어요. 그런데 저와 비슷한 이들을 만나 위로받고 다시 한번 살아갈 용기를 낼 수 있었어요. 다른 비장애 형제들도 저처럼 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많을 거라고 생각했죠."
비장애 형제자매의 모임인 '나는'은 그렇게 탄생했다. 자폐성 장애, 정신 장애, 지적 장애 등 정신적 장애가 있는 형제자매를 둔 20~30대 청년들의 자조모임이다. 2016년 시작해 어느새 10년을 맞았다.
지난 11일 전화로 만난 이씨는 "비장애 형제자매는 '나'보다는 장애인의 형제, 자매 혹은 착한 딸, 아들로 살아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곳에서만큼은 오로지 나를 기준으로 '나는' 누구인지 생각해 보자는 취지에서 이름을 붙였다"고 말했다.
모임에 나온 비장애 형제자매들이 조심스레 터놓는 속마음엔 알게 모르게 '죄책감'이란 단어가 자리 잡고 있었다. "스스로 '힘들다'고 말하지 못해요. 장애를 가진 형제자매가, 부모님이 힘든 걸 알고 있는데 내가 이런 말을 해도 될까 죄책감이 드는 거죠. 일상생활의 불편함도, 사회의 차별적인 시선도 경험하지만 그 점이 우리를 가장 어렵고 힘들게 하죠."
중증 발달장애를 가진 여동생을 둔 이은아씨는 자라면서 '힘들다'는 말을 쉽게 꺼낼 수 없었다. 동생 몫까지 더해 늘 착하고 잘하는 아이여야만 했다. 하지만 어린 나이부터 짊어진 삶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20대 후반쯤 상담을 통해 답답했던 마음의 정체를 깨달은 그는 같은 경험을 한 이들을 찾게 됐다.
"마음속에 곪아있었던 것 같아요. 가족에게 말하지 못한 마음이 많았던 거죠. 그게 폭발하면서 가족과 거리를 둔 시기도 있었어요. 그런데 저와 비슷한 이들을 만나 위로받고 다시 한번 살아갈 용기를 낼 수 있었어요. 다른 비장애 형제들도 저처럼 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많을 거라고 생각했죠."
비장애 형제자매의 모임인 '나는'은 그렇게 탄생했다. 자폐성 장애, 정신 장애, 지적 장애 등 정신적 장애가 있는 형제자매를 둔 20~30대 청년들의 자조모임이다. 2016년 시작해 어느새 10년을 맞았다.
지난 11일 전화로 만난 이씨는 "비장애 형제자매는 '나'보다는 장애인의 형제, 자매 혹은 착한 딸, 아들로 살아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곳에서만큼은 오로지 나를 기준으로 '나는' 누구인지 생각해 보자는 취지에서 이름을 붙였다"고 말했다.
모임에 나온 비장애 형제자매들이 조심스레 터놓는 속마음엔 알게 모르게 '죄책감'이란 단어가 자리 잡고 있었다. "스스로 '힘들다'고 말하지 못해요. 장애를 가진 형제자매가, 부모님이 힘든 걸 알고 있는데 내가 이런 말을 해도 될까 죄책감이 드는 거죠. 일상생활의 불편함도, 사회의 차별적인 시선도 경험하지만 그 점이 우리를 가장 어렵고 힘들게 하죠."
![[세종=뉴시스]정신적 장애를 가진 형제자매를 둔 2~30대 청년들의 모임 '나는'의 전시회. (사진=이은아씨 제공) 2026.07.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7/18/NISI20260718_0002189367_web.jpg?rnd=20260718105434)
[세종=뉴시스]정신적 장애를 가진 형제자매를 둔 2~30대 청년들의 모임 '나는'의 전시회. (사진=이은아씨 제공) 2026.07.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그 역시 기대감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죄책감이 있었다고 했다. "부모님이 했던 말을 저 스스로 화살을 돌리고 있었어요. 모임을 하면서 장애 형제와 별개로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보듬어줘야 한다는 걸 깨달았고 비로소 저와도, 가족과도 화해할 수 있었어요. 비장애 형제라는 정체성도 진심으로 받아들이게 됐죠."
모임은 한 달에 한 번 '대나무숲 티타임'으로 열린다. 15~20명 정도가 나오는데, 매번 새로운 비장애 형제자매가 꼭 있다고 했다. 이 자리에선 온전히 '나'에 집중한다. 나를 알아가는 시간부터 가족 내 위치와 타인과의 관계 그리고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 이야기를 나눈다. 10년의 역사 속에 책도 두 권을 냈고, 전시회도 했다.
현재 운영진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영아씨는 5년 전 모임의 문을 두드렸다. 다운증후군에 지적 장애를 가진 남동생을 둔 그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큰 위로가 됐다"며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눈빛만 봐도, 고개만 끄덕여도 내 마음을 알고 있다는 위안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자라면서 장애에 대한 폭력적인 말이 순간의 상처는 컸지만, 저를 계속 옥좼던 건 장애 형제를 대신한 과도한 기대나 관심이었던 것 같아요. '네가 아들 노릇해야지'라는 등 가족이나 가까운 친척, 친구를 통해 듣는 말이 은연중에 무거운 짐으로 쌓였어요. 아무래도 부모님은 아픈 형제에게 손이 더 많이 가기 때문에 저희는 방치 아닌 방치 경험을 하죠. 우리를 무대 뒤가 아닌 같이 무대에 서 있는 존재로 생각해줬으면 해요."
그는 사춘기 때 겪지 못했던 마음의 혼란이 서른 즈음에 찾아왔다. 당시 아버지 환갑을 앞두고 의논할 사람이 없다는 현실에 부모님이 떠난 후 동생과의 삶에 대한 고민이 피어났다.
모임은 한 달에 한 번 '대나무숲 티타임'으로 열린다. 15~20명 정도가 나오는데, 매번 새로운 비장애 형제자매가 꼭 있다고 했다. 이 자리에선 온전히 '나'에 집중한다. 나를 알아가는 시간부터 가족 내 위치와 타인과의 관계 그리고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 이야기를 나눈다. 10년의 역사 속에 책도 두 권을 냈고, 전시회도 했다.
현재 운영진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영아씨는 5년 전 모임의 문을 두드렸다. 다운증후군에 지적 장애를 가진 남동생을 둔 그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큰 위로가 됐다"며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눈빛만 봐도, 고개만 끄덕여도 내 마음을 알고 있다는 위안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자라면서 장애에 대한 폭력적인 말이 순간의 상처는 컸지만, 저를 계속 옥좼던 건 장애 형제를 대신한 과도한 기대나 관심이었던 것 같아요. '네가 아들 노릇해야지'라는 등 가족이나 가까운 친척, 친구를 통해 듣는 말이 은연중에 무거운 짐으로 쌓였어요. 아무래도 부모님은 아픈 형제에게 손이 더 많이 가기 때문에 저희는 방치 아닌 방치 경험을 하죠. 우리를 무대 뒤가 아닌 같이 무대에 서 있는 존재로 생각해줬으면 해요."
그는 사춘기 때 겪지 못했던 마음의 혼란이 서른 즈음에 찾아왔다. 당시 아버지 환갑을 앞두고 의논할 사람이 없다는 현실에 부모님이 떠난 후 동생과의 삶에 대한 고민이 피어났다.
![[세종=뉴시스]정신적 장애를 가진 형제자매를 둔 2~30대 청년들의 모임 '나는'의 운영진 정영아씨가 활동하고 있는 모습. (사진=이은아씨 제공) 2026.07.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7/18/NISI20260718_0002189366_web.jpg?rnd=20260718105356)
[세종=뉴시스]정신적 장애를 가진 형제자매를 둔 2~30대 청년들의 모임 '나는'의 운영진 정영아씨가 활동하고 있는 모습. (사진=이은아씨 제공) 2026.07.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학업, 직업, 결혼 등 장애 형제가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치지만, 부모님이 세상을 뜬 후에는 더욱 무거운 현실이 남는다. 장애 형제의 보호자 역할은 비장애 형제자매의 몫이 된다. 하지만 그들 역시 생계나 가정을 꾸려야 하는 상황에서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
정씨는 "가장 큰 고민은 거취 문제"라며 "최근 탈시설화가 이상적인 것처럼 돼버렸는데, 성인 장애인이 학교를 졸업하면 갈 곳이 없다. 가족들이 감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씨도 "장애 형제가 혼자 남았을 때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인지가 가장 고민"이라며 "비장애 형제에게 갑자기 사고가 날 수도 있고 100% 책임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장애 형제가 혼자서도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복지 서비스 등 사회가 점차 나은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현실과의 격차는 여전히 있다. 일례로 장애인이 스포츠 강좌를 이용할 수 있는 스포츠 바우처를 제공하지만, 실제 이용 기관을 찾기가 어렵다고 했다. 이씨는 "발달장애를 이해하고 운동을 시켜줄 기관이 없더라. 3개월 내로 써야 하는데, 결국 동생은 찾지 못하고 끝났다"고 토로했다.
정씨는 "가장 큰 고민은 거취 문제"라며 "최근 탈시설화가 이상적인 것처럼 돼버렸는데, 성인 장애인이 학교를 졸업하면 갈 곳이 없다. 가족들이 감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씨도 "장애 형제가 혼자 남았을 때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인지가 가장 고민"이라며 "비장애 형제에게 갑자기 사고가 날 수도 있고 100% 책임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장애 형제가 혼자서도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복지 서비스 등 사회가 점차 나은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현실과의 격차는 여전히 있다. 일례로 장애인이 스포츠 강좌를 이용할 수 있는 스포츠 바우처를 제공하지만, 실제 이용 기관을 찾기가 어렵다고 했다. 이씨는 "발달장애를 이해하고 운동을 시켜줄 기관이 없더라. 3개월 내로 써야 하는데, 결국 동생은 찾지 못하고 끝났다"고 토로했다.
![[세종=뉴시스]정신적 장애를 가진 형제자매를 둔 2~30대 청년들의 모임 '나는'의 활동 모습. (사진=이은아씨 제공) 2026.07.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7/18/NISI20260718_0002189368_web.jpg?rnd=20260718105459)
[세종=뉴시스]정신적 장애를 가진 형제자매를 둔 2~30대 청년들의 모임 '나는'의 활동 모습. (사진=이은아씨 제공) 2026.07.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정씨도 "복지 제도가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야 하는 시스템"이라며 "찾아가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모든 제도가 신청을 해야 받을 수 있어요. 지적 장애를 갖고 있거나 정보력이 낮은 부모님 세대에겐 어려운 일이죠. 정부가 갖고 있는 데이터를 활용해 안내해주고 신청해주는 제도가 필요해요. 모두에게 적용하기 어렵다면 지적 장애나 자폐성 장애 등 우선 필요한 이들에게 찾아가는 서비스가 필요해요."
두 사람은 아직 홀로 견디고 있을 어딘가의 비장애 형제에게 말을 남겼다. 마침 인터뷰를 한 이날은 '흑백요리사2'에 출연했던 셰프 프렌치 파파와 함께하는 요리 수업이 진행됐다. 프렌치 파파는 자폐 스펙트럼의 발달 장애가 있는 아들을 두고 있다.
"프렌치 파파가 해준 말이 감명 깊어서 전하고 싶어요. 장애와 함께 살아가면서 가족 안에서 외롭고 소외되고, 내가 더 부담을 갖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하지만 그 경험은 헛된 게 아니에요. 돌아보면 내가 누군가를 더 이해할 수 있는 더 큰 마음을 갖게 하는 경험이죠. 그것들이 모여서 빛을 발하는 시기가 올 수 있어요."
*이 기사는 한국장애인개발원과 공동 기획했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모든 제도가 신청을 해야 받을 수 있어요. 지적 장애를 갖고 있거나 정보력이 낮은 부모님 세대에겐 어려운 일이죠. 정부가 갖고 있는 데이터를 활용해 안내해주고 신청해주는 제도가 필요해요. 모두에게 적용하기 어렵다면 지적 장애나 자폐성 장애 등 우선 필요한 이들에게 찾아가는 서비스가 필요해요."
두 사람은 아직 홀로 견디고 있을 어딘가의 비장애 형제에게 말을 남겼다. 마침 인터뷰를 한 이날은 '흑백요리사2'에 출연했던 셰프 프렌치 파파와 함께하는 요리 수업이 진행됐다. 프렌치 파파는 자폐 스펙트럼의 발달 장애가 있는 아들을 두고 있다.
"프렌치 파파가 해준 말이 감명 깊어서 전하고 싶어요. 장애와 함께 살아가면서 가족 안에서 외롭고 소외되고, 내가 더 부담을 갖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하지만 그 경험은 헛된 게 아니에요. 돌아보면 내가 누군가를 더 이해할 수 있는 더 큰 마음을 갖게 하는 경험이죠. 그것들이 모여서 빛을 발하는 시기가 올 수 있어요."
*이 기사는 한국장애인개발원과 공동 기획했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