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 150장에도 취업 못했다…中 졸업생 1270만명 쏟아졌다

기사등록 2026/07/14 07:00:00

최종수정 2026/07/14 07: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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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산업 중심 재편에 전공·일자리 불일치 확대

전공 1만2200개 폐지·모집중단…신흥분야 1만200개 신설

【우한(中 후베이성)=신화/뉴시스】 중국 후베이성 성도 우한(武漢)에서 14일 열린 취업박람회에 많은 구직자들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우한(中 후베이성)=신화/뉴시스】 중국 후베이성 성도 우한(武漢)에서 14일 열린 취업박람회에 많은 구직자들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중국에서 역대 최대인 1270만명의 대학 졸업자가 올해 취업시장에 나오면서 청년층의 구직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경제성장 둔화 속에 산업의 무게중심은 전기차·반도체·로봇 등 첨단 제조업으로 옮겨갔지만, 대학 졸업자가 갖춘 역량과 기업이 요구하는 역량 사이의 간극은 커졌고 AI 도입으로 일부 초급 업무까지 자동화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13일(현지시간) 중국 교육부 수치를 인용해 올해 중국의 대학 졸업자 수가 지난해보다 48만명 늘어난 1270만명으로 사상 최대라고 보도했다. 중국에서는 2022년 이후 해마다 1000만명 넘는 대학 졸업자가 배출됐다.

가디언은 상하이에서 회계학을 전공한 재스민(22)의 사례를 소개했다. 재스민은 졸업하면 곧바로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지난 한 달간 약 150곳에 이력서를 내고도 아직 취업하지 못했다. 그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렵다”며 “채용 공고가 적은 데다 주말에 쉴 수 있고 사회보험이 보장되는 일자리는 경쟁이 특히 치열하다”고 말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 도시 지역의 16∼24세 청년 실업률은 지난 5월 15.6%였다. 이 수치는 재학생을 제외해 산출한 것으로, 25∼29세 실업률 7.2%와 30∼59세 실업률 4.1%보다 훨씬 높았다.

중국이 최근 몇 년간 전국 단위 대학 졸업자 취업률을 공개하지 않아 실제 취업난의 규모는 확인하기 어렵다. 교육 컨설팅업체 차이나 에듀케이션 인터내셔널의 찰스 제프리 선 창립자는 과거 졸업자 중 아직 일자리를 찾는 사람과 미취업 대학원 졸업자, 귀국 유학생 등을 모두 합친 대졸 구직자 규모가 올해 1500만명을 넘을 수 있다고 추산했다.

취업난에는 경기 둔화도 겹쳤다. 중국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4.5∼5%로 제시했다. 가디언은 이를 199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대외 관세 압박과 내수 부진, 인구 감소와 고령화도 기업의 채용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

여기에 졸업생이 갖춘 역량과 기업이 요구하는 역량이 맞지 않는 구조적 문제도 겹쳤다. 가디언은 전기차·배터리·반도체·로봇 등 고부가가치 산업이 빠르게 성장한 반면 인문·예술·외국어 전공자가 진출할 일자리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청한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 소속 연구원은 AI가 초급 업무 일부를 자동화하면서 IT 서비스 분야에서도 일부 초급 업무가 AI로 대체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베이징=AP/뉴시스] 중국 내수시장이 심각한 소비부진을 겪는 가운데 중국 연중 최대 쇼핑축제인 '광군제(11월 11일)' 분위기가 냉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 4일 11월11일 조형물이 세워진 베이징의 쇼핑몰에서 두 고객이 걸어가는 모습. 2024.11.11
[베이징=AP/뉴시스] 중국 내수시장이 심각한 소비부진을 겪는 가운데 중국 연중 최대 쇼핑축제인 '광군제(11월 11일)' 분위기가 냉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 4일 11월11일 조형물이 세워진 베이징의 쇼핑몰에서 두 고객이 걸어가는 모습. 2024.11.11
중국 대학들은 이 같은 불일치를 줄이기 위해 전공 체계를 빠르게 바꾸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2021∼2025년 인문·예술 분야 등을 중심으로 학부 전공 과정 1만2200개를 폐지하거나 신입생 모집을 중단했고, 신흥 분야 전공 과정 1만200개를 새로 개설했다. 선 창립자는 중국 고등교육에 대한 중앙정부의 영향력이 강해 베이징이 전공 개편 방향을 정하면 수백 개 대학이 신속히 따른다고 설명했다.

구직자들의 불안은 소셜미디어에서도 드러났다. 중국 생활정보형 플랫폼 샤오훙수에서 지난달 2025년 졸업자 한 명이 실시한 비공식 설문에는 1만4000여명이 참여했고, 1만명 이상이 아직 취업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다만 자발적으로 참여한 온라인 설문이어서 전체 졸업자의 취업 상황을 대표하는 통계로 볼 수는 없다.

쓰촨대에서 인문학을 전공하고 지난달 졸업한 판(22)은 민간기업의 장시간 노동과 공무원의 낮은 급여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에 가면 해고될까 걱정되고 과중한 업무도 부담스럽다”며 “안정적인 공무원 일자리를 택하면 다른 사람보다 적게 벌까 걱정된다”고 했다.

중국 당국은 이달 6개월간의 전국 채용 확대 캠페인에 착수했다. 올해 도시 신규 일자리 1200만개 이상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AI·첨단산업 분야의 직업훈련과 인턴십도 확대하고 있다. 선 창립자는 졸업자 취업난이 단기적으로 더 나빠질 수 있지만 이 같은 구조적 조정의 효과가 나타나면 중기적으로 안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당장 취업하지 못한 대졸자들은 배달기사 등 단기·플랫폼 일자리로 향하고 있다. 가디언은 배달·플랫폼 노동자와 프리랜서 등 고정된 직장에 속하지 않고 일하는 사람이 중국에서 2억명을 넘는다고 전했다. EIU 연구원은 이런 일자리가 당장의 소득원은 되지만 장기적으로 전문기술 축적을 막고 임금 상승과 경력 개발을 제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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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서 150장에도 취업 못했다…中 졸업생 1270만명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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