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건 상정 놓고 2시간 30분 공방…안창호 "다음에 논의"
회의장 박차고 나온 인권위원 6인…"정당한 안건 거부" 반발
![[서울=뉴시스]이숙진·오영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상임위원과 소라미·오완호·조숙현·김민문정 위원이 13일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방어권 보장 권고안 폐기 및 대국민 사과 안건 상정 보류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7/13/NISI20260713_0002185659_web.jpg?rnd=20260713185829)
[서울=뉴시스]이숙진·오영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상임위원과 소라미·오완호·조숙현·김민문정 위원이 13일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방어권 보장 권고안 폐기 및 대국민 사과 안건 상정 보류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조성하 이태성 기자, 이소희 인턴기자 =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지난해 의결한 '윤석열 방어권 보장 권고안'을 폐기하고 대국민 사과를 하자는 안건이 안창호 위원장의 상정 거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안건을 발의한 진보 성향 인권위원 6명은 회의장에서 퇴장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안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인권위는 13일 오후 안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 11명이 전원 참석한 가운데 제13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윤석열 전 대통령 방어권 보장 권고안 폐기 및 대국민 사과' 안건의 상정 여부를 논의했다.
해당 안건은 이숙진·오영근 상임위원과 소라미·오완호·조숙현 비상임위원 등 5명이 발의했다. 지난해 2월 인권위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불구속 수사와 재판, 탄핵심판 과정에서의 방어권 보장 등을 권고한 결정을 폐기하고 국민에게 사과하자는 내용이다.
전원위는 회의 시작 이후 약 2시간30분 동안 안건 적격성과 상정 절차를 놓고 공방을 이어갔다.
안건 상정에 찬성한 진보 성향 위원들은 인권위 운영규칙에 따라 3명 이상의 위원이 의안을 발의한 만큼 우선 안건을 상정한 뒤 내용을 논의하고 표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숙현 위원은 "각자의 의견이 나왔고 결론을 낼 수 있는 단계"라며 "다수의 결론에 반대한다면 반대 의견을 쓰면 된다. 더 이상 상정 여부를 미루지 말고 상정 절차를 진행해달라"고 요구했다.
오영근 상임위원도 "인권위원들의 결정으로 아무 잘못 없는 사무처 직원들이 굉장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며 "결자해지 차원에서 (오늘 하루빨리 결론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보수 성향 위원 중심으로는 이미 의결된 안건을 폐기하는 것은 규정에도 명시되지 않고 전례가 없는 일인 만큼 상정 전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김학자 상임위원은 "안건 자체가 성립하는지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폐기인지 정책 변경인지 명확하지 않고, 충분히 검토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석훈 위원도 안건을 다음 전원위에 상정하자고 주장했다.
사무처는 인권위 운영규칙에 안건 제출 규정은 명시돼 있지만, 안건 상정에 대해선 명확한 규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전원회의실에서 열린 제14차 상임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2026.05.07. park7691@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5/07/NISI20260507_0021274656_web.jpg?rnd=20260507102721)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전원회의실에서 열린 제14차 상임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2026.05.07. [email protected]
안 위원장은 회의 재개 직후 '오늘 안건을 상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내 "인권위 규정이 명확히 없다"며 입장을 바꿨다.
안 위원장은 "이 안건을 상정하기는 하겠다"면서도 "다만 사안의 중대성과 법리적으로 검토할 사항이 있기 때문에 오늘은 상정하지 않겠다. 다음에 이야기하자"고 말했다.
이에 이숙진 상임위원은 "상정하지 않겠다고 하면 더 이상 이 회의에 참여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며 "안건 상정 자체를 거부하는 안 위원장에게 유감을 표한다"고 말한 뒤 회의 도중 퇴장했다.
소라미 위원도 "(인권위 간부들의 보직 반납은) 윤석열 방어권 보장 의결 이후 인권위가 정상화되지 않는 것에 대해 절박한 외침"이라며 "직원들의 요구에 책임 있게 답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결국 이숙진 상임위원을 시작으로 오영근 상임위원과 소라미·오완호·조숙현·김민문정 위원 등 6명은 회의장을 나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숙진 상임위원은 회견문을 대표로 낭독하며 "국민의 인권을 외면하고 내란 수괴를 비호한 '치욕적 의결'의 폐기와 대국민 사과를 거부한 안창호 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위원들은 "유례없는 정체성 위기와 존폐 기로에 직면한 인권위의 부끄러운 과거를 바로잡고, 무너진 독립성을 회복하기 위해 안건을 발의했지만, 안 위원장은 정당한 안건의 상정조차 거부하며 인권기구 수장으로서의 책무를 또다시 저버렸다"며 "안 위원장은 독단적인 운영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해 인권위의 윤 전 대통령 방어권 보장 권고 이후 국제사회와 시민사회의 비판이 이어졌고, 지난달엔 간부 6명이 안 위원장의 책임 있는 결단을 요구하며 보직을 반납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안 위원장의 자진 사퇴는 무너진 인권위의 독립성과 국민 신뢰를 되찾기 위한 최소한의 책임 있는 조치"라며 "끝까지 직을 유지하며 인권위 정상화를 가로막는다면 앞으로 초래될 운영 파행의 책임은 전적으로 안 위원장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서 위원들은 회의 중 제기된 '일사부재리 원칙' 적용 주장도 반박했다.
오영근 상임위원은 "기존 의결을 반성하는 것은 일사부재리와 상관이 없다"며 "대법원 판례에서도 종래 결정을 폐기한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이는 소급효가 아니라 앞으로는 그런 결정을 하지 않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숙진 상임위원은 "안창호 위원장 체제에서 발의된 안건 9건 가운데 상정되지 않은 것은 퀴어축제 관련 안건과 이번 안건뿐"이라며 "이미 안은 올라간 상태인데 단지 이제까지의 운영 방식과 다르기 때문에 상정이 되지 않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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