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종, 9년 만의 연극…양준모와 더블캐스팅
절제된 감정으로 인간의 절망 고스란히 전해

연극 '오이디푸스' 공연 장면. 배우 최수종이 오이디푸스 역을 연기하고 있다. (사진=수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운명을 피하려는 인간의 몸부림은 결국 운명 앞에서 멈춰 섰다.
9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온 최수종은 '오이디푸스'에서 절대 권력을 지닌 군주가 아니라, 운명 앞에서 끝내 무너질 수밖에 없는 한 인간을 묵직하게 그려낸다.
지난 4일 개막한 서재형 연출의 연극 '오이디푸스'는 인간의 운명과 진실, 선택의 아이러니를 파고드는 작품이다. 고대 그리스 비극의 정수로 꼽히는 소포클레스의 원작을 바탕으로,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혼인해 자식을 낳을 것"이라는 신탁을 받은 오이디푸스의 비극을 무대 위에 펼쳐낸다.
이야기는 테베를 덮친 전염병의 원인을 찾기 위해 오이디푸스가 선왕 라이오스의 죽음을 추적하면서 시작된다. 눈먼 예언자 테레시아스는 진실을 찾지 말라고 경고하지만, 오이디푸스는 끝내 진실을 향해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피하려 했던 운명의 한가운데로 스스로 들어가는 그의 모습은 인간 의지의 숭고함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다.
무대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붙드는 것은 테레시아스 곁을 맴도는 까마귀들이다. 불길한 울음과 움직임은 오이디푸스를 둘러싼 비극을 예고하며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연극 '오이디푸스' 공연 장면. 배우 최수종이 오이디푸스 역을 연기하고 있다. (사진=수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작품에서 오이디푸스는 최수종과 양준모가 더블캐스팅됐다.
최수종은 왕의 위엄보다 인간의 취약함에 집중한다. 추앙을 받던 군주가 자신의 과거를 하나씩 마주하며 흔들리고, 결국 모든 것을 잃어가는 과정을 절제된 감정으로 설득력 있게 쌓여간다.
특히 신탁이 모두 현실이 됐음을 깨달은 뒤, 목숨을 끊은 어머니 이오카스테의 시신을 끌어안고 "엄마"라고 절규하는 장면은 극의 감정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왕도, 영웅도 아닌 한 인간의 절망이 객석까지 고스란히 전해진다.
끝내 자신의 눈을 찌르며 죄를 받아들이는 오이디푸스는 더 이상 운명에서 도망치지 않는다. 염원하던 비가 내리는 테베를 뒤로한 채 지팡이를 짚고 무대를 떠나는 그의 마지막 모습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브라운관 속 최수종이 권력의 정점에 선 왕이었다면, 무대에 오른 최수종은 운명 앞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인간이었다.
이오카스테 역은 서영희와 임강희가, 코르스장 역에는 임병근과 이형훈이 출연한다. 테레시아스 역은 박정자와 나자명, 코린토스 사자 역은 남명렬과 오찬우가 맡았다.
'오이디푸스'는 다음 달 23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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