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화면' 지킬까 뺏길까…애플·오픈AI 소송전 진짜 속내는

기사등록 2026/07/13 18:00:00

최종수정 2026/07/13 19:10:24

구글에서 선호하는 매체로 추가

애플, 영업비밀 침해 주장하며 오픈AI·io·전직원 2명 제소

챗GPT 제휴로 손잡았지만 오픈AI 하드웨어 진출에 관계 급변

기기·인터페이스·이용자 접점 둘러싼 '포스트 스마트폰' 주도권 경쟁

[뉴욕=AP/뉴시스]지난 2014년 9월 5일 뉴욕 5번가의 애플스토어 입구에 애플 로고가 걸려 있다. 2018.1.31.
[뉴욕=AP/뉴시스]지난 2014년 9월 5일 뉴욕 5번가의 애플스토어 입구에 애플 로고가 걸려 있다. 2018.1.31.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애플이 인공지능(AI) 협력사인 오픈AI를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아이폰에 챗GPT를 탑재하며 협력관계를 유지해온 양사가 AI 전용 하드웨어·플랫폼 주도권을 둘러싼 기선 싸움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연방법원에 오픈AI 재단과 오픈AI 그룹 PBC, 하드웨어 업체 io 프로덕츠, 애플 출신인 탕 유 탄 오픈AI 최고하드웨어책임자와 창 리우 기술직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애플은 영업비밀 침해와 계약 위반 등을 주장하며 법원에 관련 정보의 사용·공개를 막는 금지명령과 자료 반환, 손해배상 등을 청구했다.

애플 "채용·공급망 통해 기밀 확보"…오픈AI는 "타사 영업비밀 관심 없어"

애플은 소장에서 오픈AI가 소비자용 AI 하드웨어 사업을 앞당기기 위해 전·현직 애플 직원 채용과 공급망 관계를 활용해 비공개 제품 정보와 제조 공정 등 영업비밀을 확보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애플에서 24년간 근무하며 아이폰과 애플워치 개발에 참여했던 탕 유 탄은 퇴사 전 공급업체 정보와 내부 산업 분석 자료를 개인 이메일로 전송했으며, 오픈AI 입사를 희망하는 애플 직원들에게 면접 과정에서 실제 부품을 가져오도록 요구했다고 애플은 주장했다.

전직 선임 전기 엔지니어인 리우에 대해서는 퇴사 후에도 애플이 지급한 업무용 노트북을 반납하지 않았고, 전 동료의 업무용 컴퓨터와 인증 버그를 이용해 애플 내부망에 무단 접속한 뒤 하드웨어 관련 기밀 파일 수십건을 내려받았다고 주장했다.

애플은 오픈AI가 공급업체에도 접근해 자사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금속 가공 공정을 수행하도록 했으며, 공급업체가 이를 애플의 승인으로 오인하도록 했다고도 주장했다.

다만 이는 모두 애플 측 주장으로 법원에서 사실로 확정된 내용은 아니다. 애플의 소송 제기 이후 오픈AI 또한 "다른 회사의 영업비밀에는 관심이 없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경쟁사로의 이직이나 인재 영입 자체가 폭넓게 허용되는 만큼, 향후 재판의 핵심 쟁점은 전직자들이 실제 기밀 자료를 반출했고 오픈AI가 이를 인지한 채 사업에 활용했는지 여부가 될 전망이다.
[뉴욕=AP/뉴시스]오픈AI의 챗GPT 앱이 아이폰에 표시된 모습. 2024.05.02.
[뉴욕=AP/뉴시스]오픈AI의 챗GPT 앱이 아이폰에 표시된 모습. 2024.05.02.

아이폰 속 동맹이 경쟁자로…오픈AI의 독자 하드웨어 출사표

양사는 2024년 애플 기기에 챗GPT를 연동하며 AI 협력 관계를 맺었다. 애플은 자체 AI 기능인 '애플 인텔리전스'를 발표하면서 시리와 글쓰기 도구 등에 챗GPT를 연동한 바 있다. 자체 모델이 처리하기 어려운 질문을 오픈AI에 넘겨 답변하도록 한 것으로, 애플은 생성형 AI 경쟁력의 공백을 메우고 오픈AI는 전 세계 아이폰 이용자와 만나는 통로를 확보했다.

균열은 오픈AI가 소프트웨어를 넘어 소비자용 기기로 영역을 넓히면서 커졌다. 오픈AI는 지난해 아이폰 디자인을 이끈 조니 아이브가 공동 설립한 io 프로덕츠를 65억 달러 규모로 인수했다.

이후 아이브와 탄을 비롯한 다수의 애플 출신 인력이 AI 전용 기기 개발에 합류했고, 오픈AI는 전통적인 제품과 인터페이스를 넘어선 새로운 AI 사용 방식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오픈AI는 올해 말 소비자용 하드웨어 출시도 예고한 상태다.

문제는 이 기기가 성공할 경우 오픈AI가 아이폰과 앱스토어를 거치지 않고 이용자와 직접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점이다.

AI 비서가 앱을 열고 검색어를 입력하는 기존 방식을 대체하면, 경쟁의 중심은 스마트폰 판매량을 넘어 이용자의 질문과 구매, 콘텐츠 소비를 중개하는 첫 관문으로 이동한다. 애플에는 하드웨어·운영체제·서비스를 묶어온 기존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는 위협이다.

오픈AI 역시 아이폰 안의 외부 서비스에 머물 경우 애플의 정책과 유통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독자 기기는 챗GPT를 생활 속 상시 인터페이스로 확장하고 이용자 데이터와 유료 서비스의 접점을 직접 확보할 수단이다.

이번 소송을 두고 전통적 앱이나 운영체제를 사용하지 않을 미래 AI 기기의 통제권을 둘러싼 다툼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AI 시대의 아이폰' 누가 만드나…협력 지속 여부도 시험대

애플은 소장에서 현재 오픈AI에 400명이 넘는 애플 출신 직원이 근무한다고 밝혔다. 인력 이동 자체보다 애플의 제품 설계·공급망 노하우가 경쟁자의 하드웨어 사업을 단축하는 지름길로 쓰였다는 것이 애플의 문제의식이다. 지난 2월 우려를 전달했지만 오픈AI가 응답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소장에 담겼다.

다만 애플은 소장에서 챗GPT의 애플 인텔리전스 통합에 관한 양사 계약은 이번 소송의 쟁점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소송이 당장 양사의 챗GPT 제휴 종료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쪽은 아이폰 생태계를 지켜야 하고 다른 한쪽은 아이폰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만큼, 서비스 협력과 하드웨어 경쟁이 오래 공존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소송 과정에서 금지명령이나 자료 사용 제한이 인정될 경우 오픈AI의 기기 개발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결국 이번 충돌의 본질은 단순히 누가 더 뛰어난 AI 모델을 보유했느냐가 아니라, AI가 사용자의 일상과 연결되는 기기·인터페이스·유통망을 누가 장악하느냐의 문제로 읽힌다. 아이폰 시대의 지배자인 애플과 챗GPT로 AI 시대의 문을 연 오픈AI가 '다음 아이폰'의 자리를 놓고 동맹에서 적수로 돌아선 셈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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