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기사등록 2026/07/13 10: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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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민수 기자 = 새로운 정책은 필요하다. 그러나 시장을 시험대로 삼아서는 안 된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 가장 뜨거운 논란의 중심에 선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이를 보여준다. 출시 한 달 반 만에 상장폐지 필요성까지 제기된 데 이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 증시를 '오징어 게임'에 빗대며 레버리지 상품이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입 취지는 분명했다. 국내와 해외 ETF 시장 간 '비대칭 규제'를 해소해 투자 선택권을 넓히고 해외로 빠져나가는 투자 수요를 국내 시장으로 돌리겠다는 의도였다. 국내 우량주를 기초자산으로 한 레버리지 ETF가 먼저 상장된 홍콩거래소로 투자 수요가 몰리자 아예 국내에서도 같은 상품을 허용하자는 논리다.

그러나 시장은 당초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투자자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만 몰렸다. 나머지 시장은 오히려 소외됐다. 시장 전체의 투자 저변을 넓히기보다는 일부 종목으로 쏠림을 심화시킨 셈이다.

실제 코스닥 지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상장된 지난 5월27일 1133.13에서 이달 8일 장중 778.70까지 밀리며 10개월 만에 800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시장 변동성도 크게 확대됐다. 상품 출시 이후 코스피에서 사이드카가 16차례, 서킷브레이커가 4차례 발동됐다. 서킷브레이커는 국내 증시 개장 이후 총 12차례만 발동된 제도다. 불과 한 달 반 사이에 전체의 3분의 1이 집중된 셈이다.

이쯤이면 실패한 정책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더욱이 충분한 검증보다 속도가 앞섰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30일 단일종목 ETF 도입을 위한 시행령·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고 불과 4개월 만인 5월27일 상품이 시장에 나왔다. 당시 금융위는 사전 심화교육 강화, 기본예탁금 확대, 'ETF' 명칭 사용 제한 등을 투자자 보호 장치로 내세웠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장치들은 시장의 쏠림과 변동성을 막는 데 역부족이었다.

무엇보다 뼈아픈 대목은 정책을 둘러싼 우려가 시장을 넘어 금융당국 내부에서조차 공개적으로 제기됐다는 점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두고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정책을 설계하고 추진한 당국 내부에서조차 우려가 나온다면 시장이 그 정책을 신뢰하기는 어렵다.

지난 10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관련해 "새로 도입된 제도인 만큼 재정경제부, 금융위, 한국은행, 금감원이 참여하는 시장상황점검회의(F4 회의)에서 시장 영향을 면밀히 살펴보겠다"며 "보완이 필요하다면 회의에서 논의해서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새로운 금융상품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발표부터 시행까지 불과 4개월 만에 시장에 내놓은 제도가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정부 차원에서 보완을 논의하는 상황이라면 준비 과정이 충분했는지는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시장은 정책의 효과를 평가하는 곳이지, 정책의 완성도를 시험하는 곳은 아니다. 이번 시행착오를 교훈 삼아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정책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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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기사등록 2026/07/13 10:15: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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