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구려 드론에 후방까지 흔들렸다…전쟁 공식이 바뀐다

기사등록 2026/07/08 10:44:45

최종수정 2026/07/08 11:42:23

구글에서 선호하는 매체로 추가

제공권 장악해도 기지 방어 한계…우크라전·이란전서 드론·미사일 위력 확인

전선 밖 기지도 타격 범위에…값싼 정밀타격 수단 확산에 군사교리 재검토

F-35로 하늘 잡아도 드론·미사일은 못 막았다…후방 안전지대 공식 흔들려

[하르키우=AP/뉴시스] 20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최전방에서 하르티아 여단 소속 병사가 러시아군 진지를 향해 드론을 띄우고 있다. 2026.05.21.
[하르키우=AP/뉴시스] 20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최전방에서 하르티아 여단 소속 병사가 러시아군 진지를 향해 드론을 띄우고 있다. 2026.05.21.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제공권을 장악하면 빠르고 압도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서방의 군사 공식이 우크라이나전과 이란전을 거치며 흔들리고 있다. 값싼 드론과 AI 기반 자율무기 체계가 후방 기지와 대규모 기갑부대까지 위협하면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현지시간) 드론과 AI 기반 자율무기 체계가 전쟁의 양상을 빠르게 바꾸면서 각국 군과 방산업계가 기존 전력 운용 방식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보도했다.

WSJ은 미국과 동맹국, 경쟁국들이 탱크와 전투기, 군함 도입에 쏟아붓는 수천억달러 규모의 투자가 “기관총과 곡사포 시대를 앞두고 말과 화살을 사들이는 것”과 같은 선택이 될 수 있는지 군 당국자들이 따져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의문은 우크라이나전과 이란전을 거치며 커졌다. 우크라이나전은 처음에는 많은 서방 군 지도부로부터 큰 교훈을 얻기 어려운 전쟁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미국과 동맹국이 전쟁을 벌인다면 제공권과 정밀유도무기로 빠르고 압도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었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대량의 정밀유도무기를 사용하고도 전략적 패배를 안기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이 같은 인식은 흔들리고 있다.

제공권 개념도 흔들리고 있다. 미국이 F-35 같은 첨단 전투기로 이란 상공의 제공권을 장악하더라도, 페르시아만의 미군 핵심 기지와 시설을 이란 드론과 미사일로부터 완전히 보호하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WSJ은 이처럼 드론 중심 전쟁과 저비용 정밀타격 수단의 확산은 이미 되돌리기 어려운 흐름이 됐다고 짚었다. 과거 강대국만 보유하거나 대량 운용하기 어려웠던 장거리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도 여러 국가로 확산되고 있다.

[세바스토폴(크름반도)=AP/뉴시스]10일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크름반도 세바스토폴의 '세바스토폴 1854-1855' 파노라마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를 소방관들이 진압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10일 러시아 깊숙한 곳까지 장거리 공격을 가해 타격을 입혔다. 이는 에너지 시설과 군수 산업을 공격, 크렘린궁의 전쟁 비용 조달을 차단하려는 우크라이나 노력의 일환이다. 2026.06.10.
[세바스토폴(크름반도)=AP/뉴시스]10일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크름반도 세바스토폴의 '세바스토폴 1854-1855' 파노라마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를 소방관들이 진압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10일 러시아 깊숙한 곳까지 장거리 공격을 가해 타격을 입혔다. 이는 에너지 시설과 군수 산업을 공격, 크렘린궁의 전쟁 비용 조달을 차단하려는 우크라이나 노력의 일환이다. 2026.06.10.
전선에서 수백㎞ 이상 떨어진 후방도 더 이상 안전지대로 보기 어려워졌다. 페르시아만의 미군 기지나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러시아 군사시설도 드론과 미사일의 타격 범위에 들어갔다.

값싼 감시·탐지 센서가 널리 퍼진 것도 전장 흐름을 바꾸고 있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때처럼 대규모 기갑부대를 한꺼번에 움직이는 작전은 병력과 장비가 집결하는 순간 포착돼 본격 교전에 들어가기 전 공격받을 위험이 커졌다.

감시와 타격 수단이 전장의 공간을 바꿨다면, AI 기반 자율무기는 전쟁의 속도를 바꾸고 있다. WSJ에 따르면 미국은 이란 공습 표적 목록을 만드는 과정에서 AI 기반 자동화 기술을 주요 보조 수단으로 활용했다.

우크라이나가 운용하는 일부 자율 드론은 러시아 점령지인 우크라이나 남부 도로를 순찰하며 연료 트럭 같은 표적을 찾는다. AI 패턴 인식으로 표적을 식별한 뒤 운용자의 승인을 받으면 스스로 추격한다.

러시아도 비슷한 임무에 AI 유도 방식의 몰니야(Molniya) 드론을 쓰기 시작했다. 러시아군은 유도에 필요한 스타링크를 활용할 수 없어, 일부 임무에서는 사람이 마지막 유도 과정에 개입하지 않는 방식으로 운용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AI와 드론 기술이 빠르게 바뀌면서 무기의 수명도 짧아지고 있다. 과거 최첨단으로 여겨졌던 무기와 기술도 적이 빠르게 적응하면 몇 달 만에 구식이 될 수 있다.

[서울=뉴시스]지난 18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의 대규모 드론 공격으로 폭발한 것으로 알려진 모스크바 인근 정유소가 실은 러시아 방공 미사일의 오인 사격에 맞은 것으로 보인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9일 보도했다. (출처=페이스북) 2026.6.20.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지난 18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의 대규모 드론 공격으로 폭발한 것으로 알려진 모스크바 인근 정유소가 실은 러시아 방공 미사일의 오인 사격에 맞은 것으로 보인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9일 보도했다. (출처=페이스북) 2026.6.20. *재판매 및 DB 금지
우크라이나의 드론 조달 방식은 이런 변화에 맞춘 대표 사례다. 우크라이나는 2025년 8월부터 러시아 병력이나 장비를 타격한 전과에 따라 일선 여단에 ‘e포인트’를 배정하는 체계를 도입했다. 각 여단은 이 포인트를 전장 정보를 공유하는 전장관리망 ‘델타’를 통해 자금처럼 전환한 뒤 제조업체로부터 새 드론과 전자전 장비 등을 직접 구매할 수 있다.

제조업체와 일선 부대가 직접 연결되면서 무기도 한 번 납품하면 끝나는 제품이 아니라, 전장 상황에 맞춰 계속 고치고 업데이트되는 서비스처럼 바뀌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드론을 기존 군 조직 안의 또 다른 무기로만 보지 않고 독립된 전력 분야로 다루고 있다.

문제는 이런 속도가 실제 전쟁을 치르는 우크라이나에서나 가능하다는 점이다. 독일 베를린 헤르티스쿨의 마우로 길리 군사전략·기술 교수는 “유럽이 우크라이나식 단거리 드론 수백만 대를 만들기로 했는데 8개월 뒤 모두 구식이 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렇다고 기존 전력이 모두 무의미해진 것은 아니다. 군 지휘관들은 미래전에 적응해야 하지만 동시에 당장 눈앞의 위협에도 대비해야 한다. 특히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군에는 러시아와의 충돌 가능성이 당장 대비해야 할 현안으로 남아 있다.

브로이어 총감도 군 현대화가 당장의 대비태세 공백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억지 태세를 중단하고 적에게 ‘2039년에 다시 오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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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구려 드론에 후방까지 흔들렸다…전쟁 공식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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