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무슨 죄냐"…벼랑 끝 홈플러스 입점 점주[홈플러스 운명의 2주③]

기사등록 2026/07/05 06:00:00

법원, 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 결정

즉시항고 기간있지만…"수습 못할것"

정부, 협력사에 '4400억원+α' 지원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법원이 운영자금을 확보하지 못한 홈플러스의 회생절차를 폐지한 지난 3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의 모습. 2026.07.05.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법원이 운영자금을 확보하지 못한 홈플러스의 회생절차를 폐지한 지난 3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의 모습. 2026.07.0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강은정 기자 = "2024년 9월 1억5000만원을 들여 홈플러스 인천 논현점에 카페를 열었습니다. 6개월 만에 기업회생이 터졌는데 그때 참 많이 울었죠. 이제 울 힘도 남아 있지 않아 가게를 정리하려고 합니다."

박지영(48·여)씨는 5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정상영업을 해야 보상금 받기가 유리하다고 해서 매일 적자를 보면서도 버텼다. 그런데 회생절차 폐지 뉴스를 보고 나니 기대할 것이 없다. 폐업하려고 용달 트럭을 불렀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씨는 홈플러스가 건물주와 2040년까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것을 보고 안정적으로 장사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입점을 결심했다. 하지만 반년도 채 되지 않은 지난해 3월 홈플러스는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회생절차 개시 사실도, 폐업 점포가 됐다는 소식도 모두 뉴스를 통해 알았다.

설상가상으로 서울회생법원이 지난 3일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하면서 작게나마 남아 있던 희망도 사라졌다.

법원은 홈플러스가 지난달 30일 제출한 수정 회생계획안의 수행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홈플러스는 법원의 회생폐지 결정에 대해 14일 이내 즉시 항고할 수 있지만, 이 기간 안에 새 인수자를 찾지 못하거나 2000억원 규모의 운영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사실상 파산 수순을 밟게 된다.

그는 "누가 1년 반만 영업하려고 1억원 넘게 쓰겠냐. 지난해 5월 홈플러스가 하이퍼마켓(대형마트)을 철수하면서 70만~80만원이던 일 매출이 15만원으로 곤두박질쳤다"며 "계속 발주를 넣어야 하니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가게를 접고 보상안을 기다리기로 했다"고 털어놨다.

박씨는 자신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라고 씁쓸해했다.

인천논현점 입점 매장 중 유일하게 5년(60개월)이 넘지 않아 감가상각을 하더라도 받을 인테리어 비용이 있어서다. 박씨 점포를 제외한 매장들은 입점 기간이 8~10년이 넘어 이마저도 받을 수가 없다.

인천 논현점과 마찬가지로 폐업 점포 37곳 중 하나인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점에서 카페를 하는 원모씨도 "금융감독원(금감원)이 MBK파트너스(MBK)에 중징계를 내렸다는 기사를 보고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는데, 막상 법원이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하니 정말 충격적"이라며 울먹였다.

금감원은 지난 2일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에 대한 제재심의를 마쳤는데 직무정지를 포함한 중징계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씨는 "다음 달이면 홈플러스와 임대차 계약이 만료돼 속이 타들어 간다. 원래는 변호사가 이달 3일까지 기다려 보자고 했다"며 "법원 결정 이후에 즉시 항고기간인 2주를 더 기다려야 한다고 하더라. 그런데 회생 가능성이 1%도 안 된다고 했다"며 한숨 쉬었다.

특히 폐점, 회생 같은 중요한 사안은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면서 수수료는 꼬박꼬박 챙겨가는 홈플러스의 모습에 신물이 난다고 원씨는 말했다.

원씨는 "홈플러스가 폐점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뒤에도 직원들을 시켜 입금증을 매달 찍어가고 있다. 아랫사람들이 무슨 죄냐"며 "아무것도 없이 나가야 할 것 같고 다 정리하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했다.

홈플러스와 거래하는 납품·협력사 4603곳 중 47%는 매출의 절반 이상을 홈플러스에 의존하고 있다. 중·소상공인 150개사의 미정산금은 평균 7억7400만원에 달한다. 홈플러스가 파산할 경우 담보권이나 우선변제권이 없는 업체는 대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서울=뉴시스] 지난 3일 서울 마포구 홈플러스 월드컵점에 붙은 화장실 폐쇄 공지. (사진=독자 제공) 2026.07.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지난 3일 서울 마포구 홈플러스 월드컵점에 붙은 화장실 폐쇄 공지. (사진=독자 제공) 2026.07.0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홈플러스가 핵심 점포라며 운영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67곳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 3일 핵심 점포를 포함한 전 매장에서 미화 인력을 철수시키고 화장실 폐쇄를 공지했다.

서울 마포구 월드컵점 푸드코트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김모씨는 "솔직히 너무 많은 사람이 걸려있어서 법원이 연장해 줄 거라 생각했다"며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다. 앞으로 불행한 일이 많이 벌어질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했다.

김씨는 "지난해 회생 절차 초반에 보상받고 나간 점주님들은 로또를 맞은 것"이라며 "끝까지 남아 버틴 우리 같은 가게들은 빚더미에 앉아 있다. 화장실까지 폐쇄된 마당에 누가 오겠냐. 2주가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니고 홈플러스 쪽에서 돈을 내놓는다고 수습을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고 토로했다.

그는 "법적 절차가 완전히 정리될 때까지 홈플러스 마음대로 우리 매출을 쓸 수 없게 법원에서 감독을 할 거라는 점만 믿고 있다"며 "월드컵점이 문을 닫으면 시민이나 축구 팬들한테도 피해가 엄청 클 것 같다. 서울시관리공단이 운영 중인 서울월드컵경기장 안에 들어와 있는 만큼 시 차원의 대책도 세워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 결정에 따른 민생경제 파급 효과를 최소화하고자 중소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4400억원+α' 규모의 긴급 유동성 지원에 나선다. 홈플러스가 주요 거래처인 소상공인·중소기업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긴급경영안정자금 900억원,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특례보증 3500억원을 제공할 계획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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