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림자 아이' 유은정 감독 인터뷰
박소이·유나·임수정 완성 상실 판타지
"그림자 동화는 영화를 관통하는 상징"
"판타지 믿게 만드는 배우 필요했다"
배우 임수정도 합류 "믿게 하는 배우"
"두려움으로 시작…그 두려움 옅어져"
![[서울=뉴시스] 영화감독 유은정 (사진= 영화사 달리기) 2026.07.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7/02/NISI20260702_0002176770_web.jpg?rnd=20260702165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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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재민 인턴 기자 = 미스터리·판타지 영화 '그림자 아이'는 현실을 회피하기 위해 판타지를 선택하지 않는다. 오히려 말로 직접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과 관계 균열을 드러내기 위해 동화와 판타지의 구조를 활용한다.
영화 '그림자 아이' 각본·연출을 맡은 유은정(40) 감독은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어떤 이야기도 영화나 소설로 만들어지는 한 그게 픽션이고 상징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부분을 영화로 밀고 나가면 재밌지 않나 싶다. 나는 현실과 아예 다른 세계를 마치 현실인 것처럼 보여주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그림자 아이'는 3년 만에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주인공 '수안'이 죽은 언니 '수련'와 도플갱어인 소녀 '재인'을 만나면서 그림자 세계에 빠져드는 이야기를 담았다. 여기서 그림자 세계가 등장하는 그림자 동화는 사라진 사람을 대신하는 또 다른 존재가 생긴다는 판타지다. 유 감독은 그림자 동화에 대해 "중요한 줄거리를 설명하는 장치이자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상징"이라고 했다. 시나리오 단계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동화 형식으로 확장된 점 역시 현실의 감정을 우회적으로 그리려는 의도를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수안은 수련의 죽음으로 인해 자기 자리를 못 찾는 인물이다. 그는 자기 자리를 찾고 가족이 복구되려면 수련의 존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던 중 수련과 똑같은 얼굴을 한 의문의 소녀 재인이 등장한다. 수안은 오히려 재인의 등장으로 인해 수련 없이도 '나는 나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유 감독은 "수안은 그전까지는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재인이를 만나며 자기 행동을 할 수 있게 된다. 수안이 재인이를 통해서 얻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한 긍정"이라고 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재인의 등장은 결국 영화가 도플갱어라는 판타지를 통해 도달하고자 하는 가장 현실적인 지점이기도 하다.
영화 속에서 수안이 재인을 처음 만나는 식물원은 단순히 재인을 만나는 공간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닌 기억과 상상이 교차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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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감독은 "자연은 어린 시절 상상의 세계가 시작되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가족의 영역 안에 정원이 있을 때 그곳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그 공간이 정글이 됐다가 사막이 되는 상상을 하며 자랄 수 있겠구나 싶었다. 수안이 도시에서 다시 재인이를 만나는 장소를 고민했을 때, 상상을 돕고 도시와 분리된 판타지적 공간으로 식물원과 온실이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유은정 감독은 이 영화가 상실 후 남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고도 설명했다. 그는 "누군가 사라지면 그리움이나 안타까움도 있을 수 있고 '그 사람이 없으면 안 돼' 라는 생각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어쩌면 그 사람은 많은 것을 남기고 갔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이 떠나도 내 주변에 무언가 남아 있다는 것을 느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영화가 판타지를 통해 현실적인 감정을 표현하려고 한 만큼 서사와 캐릭터에는 강력한 설득력이 필요했다. 유 감독은 수안 역에 박소이 배우를 캐스팅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박소이에 대해 "비현실적인 것들을 관객이 믿게 만드는 힘이 있는 배우"라고 설명했다.
이어 "언니를 잃은 수안은 3년 만에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뒤 어리둥절하고 적응을 못 한다. 그 이후에도 수안은 가라앉은 캐릭터가 되는데 소이배우는 그런 모습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재인은 영화 속에서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이지만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역할을 맡았다. 그만큼 미묘한 균형을 표현해야 하는 캐릭터였다. 유 감독은 재인을 연기한 유나 배우가 가진 연기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유나 배우는 드라마 '파친코'서부터 연기를 정말 잘한다고 생각했다. 재인 역은 수련, 재인, 여기에 중학생 윤서까지 모두 연기해야 했다. 어른 배우에게도 어렵다고 생각하고 일종의 연기 기술이 필요한 캐릭터다. 아무리 메소드를 잘하는 배우여도 A라는 인물을 연기하다가 곧바로 B라는 인물로 넘어가는 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첫 미팅 때부터 이해력이 정말 좋고 분석을 참 많이 하는 배우라고 생각했다. 재능이라고 표현하면 너무 거저 얻은 표현 같아서 능력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수련을 잃은 뒤 수안이 3년 동안 혼수상태에 빠진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엄마 금옥은 말 그대로 생지옥 같은 시간을 견딘 인물이다. 영화가 말하는 '상실'이라는 감정을 가장 처절하게 보여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금옥을 연기한 임수정은 이 복합적인 감정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유 감독은 "임수정 선배님을 캐스팅하면서 '선배님은 이 인물에게도 이런 어린 시절이 있었겠다고 자연스럽게 상상하게 만드는 배우'라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금옥 역시 과거 그림자 동화 저주와 관련된 역사를 가진 인물이다. 이런 설정이 관객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가야 했는데 임수정 선배의 얼굴에는 그런 이야기를 믿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금옥이 죽은 첫째 딸과 똑같이 생긴 재인을 처음 마주하는 순간이다.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잃어버린 사람을 다시 만났다는 착각과 상실이 잠시 옅어지는 감정이 교차하는 장면이다. 어쩌면 영화에서 가장 강한 판타지가 현실적인 감정으로 이어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유 감독 역시 현장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장면으로 이 장면을 꼽았다.
그는 "만족스러운 장면은 현장에서도 바로 안다. 중요한 장면이었던 만큼 유나 배우 쪽 커트도 실제 영화에 넣은 커트보다 훨씬 더 많이 찍어두었다. 임수정 선배가 감정을 크게 잘 전달하셔서 재인도 그걸 받아서 연기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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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 외로움, '이 사람이 없으면 안 된다'는 잘못된 믿음. 유은정 감독은 판타지를 통해 결국 가장 현실적인 감정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그는 영화를 완성한 뒤 자신의 변화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이 이야기는 두려움에서 시작한 이야기였다. 이것이 관객에게 어떻게 전달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안의 두려움은 많이 옅어졌다. 지금 그 감정만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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