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로탕서울서 'In Bloom' 8월 19일까지
신화·조각·디지털 이미지 넘는 신작 소개

Vivian Greven, Daphne’s Hand I, 2026, Oil on canvas, Installed: 65 × 150 cm | 25 9/16 × 59 1/16 in Each canvas (×3) : 65 × 50 cm | 25 9/16 × 19 11/16 in.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꽃으로 피어난 마릴린 먼로, 푸른 물의 정령 운디네.
독일 작가 비비안 그레벤(41)의 화면에서 여성의 몸은 꽃이 되고, 물이 되고, 조각이 된다. 신화 속 다프네와 운디네, 대중문화의 아이콘 마릴린 먼로는 꽃과 손, 천과 물방울 속으로 스며들며 인간과 자연,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허문다.
페로탕 서울은 2일부터 8월 19일까지 그레벤의 국내 첫 개인전 'In Bloom'을 개최한다. 고전 그리스·로마 조각과 신화, 소셜미디어가 만들어낸 이상화된 신체 이미지를 결합한 그레벤은 인간의 몸과 감각을 자신만의 회화 언어로 풀어낸다.
이번 전시의 화두는 '변신'이다. 그레벤은 몸이 꽃으로 피어나고, 신화가 현실과 만나는 순간을 통해 인간이 평생 끊임없이 변하며 살아가는 존재임을 이야기한다.

Vivian Greven, Bond IV, 2026, Oil on canvas, 150 × 200 cm | 59 1/16 × 78 3/4 in.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재판매 및 DB 금지
대표작 'Daphne's Hand I'에서는 베르니니의 '아폴론과 다프네'를 현대적으로 변주한다. 작가는 손을 변화를 감지하고 서로 다른 상태를 연결하는 감각의 매개이자, 눈에 보이지 않는 사유를 형상화하는 기관으로 제시한다.
전시에는 물의 정령을 모티프로 한 'Undine I', 여러 손의 이미지를 중첩한 'Bond IV', 마릴린 먼로를 꽃의 형상으로 치환한 'Marilyn' 연작도 함께 선보인다. 소비와 대상화의 상징이었던 마릴린 먼로의 드레스를 꽃처럼 변형시켜 관람자의 시선을 욕망에서 사유로 이동시킨다.

Left: Vivian Greven, Undine I, 2026, Oil and acrylic on canvas, 160 × 130 cm | 63 ×51 3/16 in.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Right: Vivian Greven, Marilyn II, 2026, Oil on canvas, 160 × 120 cm | 63 × 47 1/4 in.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재판매 및 DB 금지
물의 정령을 모티프로 한 'Undine I'는 천시 아이브스(Chauncey Ives)의 조각 '운디네'(1880)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몸의 일부가 푸른빛에 감싸인 운디네는 생명의 시작과 소멸, 그리고 영원을 동시에 머금은 존재로 제시된다.
그레벤에게 여성은 변화의 과정을 겪는 주체이고, 꽃과 식물은 그 변화를 가시화하는 상징이다. 꽃은 생명의 시작을 알리지만 동시에 피할 수 없는 소멸을 떠올리게 하는 바니타스(Vanitas)이기도 하다.
찬란과 허무, 축하와 애도, 절정과 쇠락이 한 화면 안에서 서로를 붙든다. 나무로 변하는 다프네의 몸과 물의 정령 운디네는 모두 생성과 소멸 사이에 놓인 존재들이다.

비비안 그레벤 *재판매 및 DB 금지
독일 출신인 그레벤은 인간관계와 친밀성, 변화의 취약성을 꾸준히 탐구해온 작가다. 고전 조각의 이상미와 디지털 시대의 신체 이미지를 결합해 구상과 추상, 회화와 이미지 사이를 넘나드는 독자적인 회화 언어를 구축해왔다.
이번 전시는 최근 국제 미술계에서 여성 초현실주의와 신화적 서사에 대한 재조명이 이어지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다만 그레벤은 초현실적 환상을 그리기보다 인간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라는 사실 자체를 응시한다.
페로탕 서울은 "그레벤의 회화는 절제된 구성과 섬세한 색채를 통해 이미지가 지닌 아름다움과 모호함을 동시에 드러내며, 존재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과정을 시적으로 제시한다"며 "디지털 시대의 단절감을 넘어 타인과 연결되고자 하는 인간의 근원적 욕망을 품은 하나의 소우주"라고 소개했다. 전시 관람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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