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밖으로 나온 소녀, 첫 입체 조각으로
노화랑서 개인전…23일까지
25년 '원더랜드' 세계관의 첫 입체화
극사실화 거장 이석주 화백의 딸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이사라 작가가 1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노화랑에서 열린 개인전 'A Girl From Wonderland'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2026.07.01. hyu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7/01/NISI20260701_0002175435_web.jpg?rnd=20260701154913)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이사라 작가가 1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노화랑에서 열린 개인전 'A Girl From Wonderland'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2026.07.0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원더랜드에서는 시간이 흐르지 않습니다."
1일 서울 인사동 노화랑에서 만난 이사라(46)는 자신의 그림 속 소녀처럼 환하게 웃었다. 40대 중반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천진한 표정이었다.
작가도, 작품도 그 세계 안에서는 나이를 먹지 않는 듯했다.
그러나 그 천진함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수십 번 덧바르고 갈아낸 화면, 칼끝으로 하나하나 긁어낸 스크래치, 수없이 반복한 수행 같은 노동….
순수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25년의 인고 끝에 만들어진 결과다.
서울 인사동 노화랑은 2일부터 23일까지 이사라 개인전 'A Girl From Wonderland'를 개최한다. 프랑스 레지던시를 마치고 귀국 후 처음 선보이는 전시로, 회화 13점과 입체 작품 16점 등 모두 29점을 공개한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1일 서울 인사동 노화랑에서 열린 이사라 개인전 'A Girl From Wonderland' 전시 전경. 작가는 15년간 이어온 '원더랜드' 시리즈의 주인공 소녀를 처음 입체 조각으로 구현한 신작을 선보였다. 2026.07.01.hyu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7/01/NISI20260701_0002174928_web.jpg?rnd=20260701120831)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1일 서울 인사동 노화랑에서 열린 이사라 개인전 'A Girl From Wonderland' 전시 전경. 작가는 15년간 이어온 '원더랜드' 시리즈의 주인공 소녀를 처음 입체 조각으로 구현한 신작을 선보였다.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전시의 가장 큰 변화는 15년간 이어온 '원더랜드' 시리즈의 주인공 소녀가 처음으로 입체 조각으로 탄생했다는 점이다.
작가는 "10여 년 전부터 언젠가는 소녀를 입체로 만들고 싶었다"며 "2년 동안 시행착오를 거쳐 비로소 현실로 꺼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평면 속 표현도 그대로 이어졌다. 조각의 눈에는 회화에서처럼 스크래치가 새겨졌고, 속눈썹 하나까지 칼끝으로 다듬었다. 돋보기를 쓰고 작업할 만큼 섬세한 손길이 이어졌다.
이번 전시에서 또 하나 달라진 점은 배경을 덜어낸 것이다. 그동안 원더랜드를 채우던 풍경 대신 소녀의 눈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소녀의 눈은 관람객을 각자의 원더랜드로 이끄는 통로입니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이사라 작가가 1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노화랑에서 열린 개인전 'A Girl From Wonderland'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2026.07.01. hyu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7/01/NISI20260701_0002175140_web.jpg?rnd=20260701140119)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이사라 작가가 1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노화랑에서 열린 개인전 'A Girl From Wonderland'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2026.07.0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그의 작업에서 스크래치는 단순한 기법이 아니다.
캔버스를 직접 만들고 수차례 바탕을 올린 뒤 마지막에 칼로 긁어낸다. 작품 속 흰색은 칠한 것이 아니라 긁어낸 흔적이다. 눈동자에 새겨진 수많은 빛의 흔적은 수행에 가까운 노동의 결과다.
"스크래치는 계속해서 비는 행위입니다.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한 수행 같은 작업이지요."
이사라의 원더랜드는 오래된 순정만화를 떠올리게 하는 천진함과 순수, 그 경계 어딘가에 있다.
'동심으로도 보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유치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그런 경계를 의식하느냐'고 묻자, 작가는 잠시 생각한 뒤 "나는 한 번도 내 작품을 유치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항상 아름답고 기분 좋은 에너지를 담고 있다고 믿는다. 해석은 보는 사람의 몫"이라고 답했다. 작품 세계에 대한 확신이 담긴 대목이다.
"작가는 흔들리면 안 됩니다. 복잡한 생각보다 단순하게 자기 길을 가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처음으로 흑백 연작도 선보인다.
행복과 동심만 머물던 원더랜드는 이제 죽음과 이별까지 품기 시작했다. 소멸에서 생성으로 나아가는 장면이기도 하다.
작가는 "원더랜드에서도 이제 죽음을 이야기해보고 싶었다"며 "몸은 사라져도 영혼은 빛난다고 믿는다. 슬픔과 고통마저도 결국 아름다움 안에 존재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화랑 이사랑 개인전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극사실주의 거장 이석주 화백의 외동딸인 그는 "아버지와는 미술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는다"며 웃었다. 다만 최근 자신의 입체 작품이 고등학교 미술 교과서에 실렸을 때 아버지에게 처음으로 "잘했다"는 말을 들은 일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았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것은 화풍이 아니라 엉덩이를 떼지 않고 끝까지 작업하는 태도입니다."
원더랜드는 이제 회화를 넘어 하나의 세계관으로 확장되고 있다. 최근 작곡가들이 클래식과 재즈로 원더랜드 음원을 발표한 데 이어 삼성 휴대전화 케이스 등 다양한 아트 굿즈를 선보이며 자신의 작업 세계를 일상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사라는 숙명여자대학교 회화과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고, 홍익대학교에서 미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01년 첫 개인전 이후 국내외에서 46회의 개인전을 열며 'Happy Doll', 'Lucky Bear', 'Wonderland' 시리즈를 통해 자신만의 조형세계를 구축해왔다.

이사라, Wonderland, 99 x 99cm, Acrylic on wood, sky blue Frame, 2026 *재판매 및 DB 금지
오색찬란한 화면 뒤의 순수는 결코 가볍지 않다.
아이처럼 웃는 소녀의 눈동자에는 25년의 수행과 인고가 켜켜이 쌓여 있다.
그 눈동자에 새겨진 작은 빛들은 한 작가가 끝내 포기하지 않은 희망의 흔적이다.
"모든 존재는 빛이다."
25년 동안 원더랜드를 그려온 이사라는 오늘도 그 문장을 그림으로 새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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