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서 잇단 수십억대 분양사기…은행들 반복해서 속는 이유는

기사등록 2026/06/27 09:00:00

최종수정 2026/06/27 09:14:24

우리·기업은행서 수십억원대 금융사고…허위 계약서로 과다대출

금융권 "사전 적발 한계" vs 전문가 "현장 확인·선제 관리 강화해야"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7일 서울시내 한 은행영업점 기업고객 창구. 2022.11.07. kgb@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7일 서울시내 한 은행영업점 기업고객 창구. 2022.11.0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민수 기자 = 최근 은행권에서 상가 분양 관련 금융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할인분양 사기'가 주목받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중계약 특성상 사전 적발이 어렵다고 설명하는 한편, 심사 과정에서 보다 면밀한 검증이 이뤄졌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16일 외부인의 허위 서류 제출 등 할인 분양 사기 혐의로 40억800만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사고 발생 기간은 2024년 8월 19일부터 30일까지다.

기업은행도 지난 22일 외부인에 의한 상가 분양 사기로 47억8500만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사고 발생 기간은 2024년 5월 3일부터 12월 16일까지다.

불과 일주일새 두 은행에서 상가 분양 사기 피해가 잇따라 공시된 것인데 금융권에서 가장 조직 규모가 큰 은행들조차 할인분양 사기 피해를 입는 구조적 이유가 주목받고 있다.

할인분양 사기는 실제 분양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계약한 것처럼 허위 서류를 제출해 과다 대출을 받는 수법이다. 시행사와 수분양자가 이면계약을 통해 실제 할인된 분양가를 숨기고 정상 분양가 기준 계약서를 별도로 작성하는 이른바 '이중계약' 방식이 대표적이다.

은행은 신축 상가의 경우 분양계약서를 기준으로 담보가치를 산정해 대출을 실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허위 계약서가 제출될 경우 실제 담보가치를 웃도는 대출이 실행될 수 있고, 채무 불이행 시 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금융권에서는 할인분양 사기가 오래전부터 반복돼온 부동산 금융범죄 수법이지만, 현행 제도만으로는 사전 차단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행사와 수분양자가 이면계약을 통해 허위 분양계약서를 제출할 경우 은행 입장에서는 서류만으로 진위를 확인하기 쉽지 않다"며 "대출 규모가 큰 사업장은 현장 실사를 나가지만, 소규모 상가 대출까지 일일이 확인하는 데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가 분양은 일반 주택 거래와 달리 공인중개사가 개입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대출 심사 단계에서 실제 할인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수단도 제한적이어서 사전에 파악하기 어렵다"며 "사기 피해를 사전에 알아차릴 방도는 단언컨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이번 우리은행과 기업은행 사례 역시 모두 수사기관의 자료 제출 요구 과정에서 뒤늦게 확인됐다. 두 사건의 사고 발생 시점이 2024년임을 감안하면 피해 발생 후 2년 가까이 지나서야 사고가 수면 위로 드러난 셈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구조적 한계만을 이유로 들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내놓는다.

영업점의 1차 심사와 여신심사 과정에서 보다 면밀한 검증이 이뤄졌다면 위험 신호를 포착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경기침체기에는 미분양 상가를 내세운 사기성 시행사가 늘어나는 만큼, 소규모 대출이라도 현장 방문이나 주변 시세 확인 등 기본적인 검증 절차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손재성 한국금융연수원 교수는 "단순히 허위 서류 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며 "영업점과 심사역, 여신심의위원회 등 여러 단계의 검토가 이뤄졌음에도 결국 모든 단계에서 걸러내지 못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경기 침체기에는 미분양 물량이 늘고 금융사기 위험이 커지는 만큼 평소보다 보수적인 심사와 현장 확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문제가 한 번 발생한 뒤에야 심사를 강화하기보다는 선제적인 관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은 은행 직원들이 여신심사 규정을 제대로 지켰는지 은행 자체 감사를 통해 들여다볼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위법 행위가 발견될 경우 행정제재 및 수사기관 통보 등 강도 높은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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