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만으론 안 됐다"…맘다니 좌파 돌풍에 월가도 전략 다시 짠다

기사등록 2026/06/26 15:46:16

최종수정 2026/06/26 16:34:23

임대료 동결·공공보육 앞세운 좌파, 뉴욕 생활비 불만 파고들어

월가·친이스라엘 기류 밀려나며 뉴욕 정치 권력축 재편

[뉴욕=AP/뉴시스]조란 맘다니 뉴욕 시장이 지난 23일(현지시각) 뉴욕에서 열린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 예비선거에서 승리한 다리아리자 아빌라 슈발리에 후보의 손을 잡고 축하하고 있다. 맘다니가 지지한 민주사회주의 후보들이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모두 승리하면서 미국 정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2026.6.25.
[뉴욕=AP/뉴시스]조란 맘다니 뉴욕 시장이 지난 23일(현지시각) 뉴욕에서 열린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 예비선거에서 승리한 다리아리자 아빌라 슈발리에 후보의 손을 잡고 축하하고 있다. 맘다니가 지지한 민주사회주의 후보들이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모두 승리하면서 미국 정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2026.6.25.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미국 뉴욕에서 조란 맘다니 시장의 좌파 진영이 민주당 예비선거를 휩쓸며 월가와 뉴욕 재계를 흔들고 있다. 맘다니 시장은 민주사회주의 성향 정치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맘다니 시장의 측근과 우군들이 월가와 기존 민주당 조직이 지원한 현역 의원들을 잇달아 꺾었다고 보도했다.

이번 결과는 뉴욕 정치에서 월가의 돈과 기존 민주당 조직만으로는 선거를 좌우하기 어려워졌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재계 내부에서는 “돈만으로는 후보를 살릴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맘다니 시장이 당선됐을 때만 해도 월가와 기업인 다수는 맘다니 시정을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였다. 민주사회주의자를 자처한 시장이 실제로 어떻게 시정을 운영할지 확인해 보자는 쪽에 가까웠다.

하지만 23일 밤 예비선거 결과는 월가의 침묵을 깼다. 맘다니 시장이 지지한 좌파 후보들은 본선 후보를 가리는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재계와 정치권 주류가 밀었던 현역 의원들을 꺾었고, 민주당 후보들을 지원해 온 좌파 정치조직 미국민주사회주의자들(DSA)과 가까운 후보들도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승리했다.

WSJ은 이들의 급진적 경제 공약과 이스라엘 비판 노선이 뉴욕 일부 지역 유권자들에게 통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화이자, JP모건체이스 등 주요 기업을 대변하는 뉴욕 경제단체의 스티븐 풀롭 최고경영자(CEO)는 “매우 두려운 결과”라며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월가와 부유층의 정치자금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뉴욕 유권자들은 민주당 내 급진 좌파 노선에 다시 힘을 실었다.

[뉴욕=AP/뉴시스]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세계 장기금리 상승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떠올랐다. 특히 월가에서는 일본 장기금리 급등이 미국 국채 등 해외 채권 매도로 이어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진은 2022년 9월23일 미국 뉴욕 뉴욕증권거래소(NYSE) 앞에 성조기가 걸려 있는 모습. 2026.05.21.
[뉴욕=AP/뉴시스]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세계 장기금리 상승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떠올랐다. 특히 월가에서는 일본 장기금리 급등이 미국 국채 등 해외 채권 매도로 이어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진은 2022년 9월23일 미국 뉴욕 뉴욕증권거래소(NYSE) 앞에 성조기가 걸려 있는 모습. 2026.05.21.
후원자들과 정치 전략가들은 선거 뒤 “돈만으로는 후보를 살릴 수 없다”고 자성했다. 현장에서 표를 모으는 조직이 약하고, 유권자에게 분명하게 전달되는 메시지를 내지 못한 후보는 막대한 후원금을 받고도 이기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계 내부에서는 중도 성향 후보를 장기적으로 키우고 지원할 별도 후원 조직을 만들자는 의견도 나온다. 지역 유권자를 만나고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조직 활동에 더 많은 돈을 써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좌파 진영은 높은 주거비와 생활비 불만을 파고들었다. 뉴욕의 젊은 고학력 유권자층은 생활비 부담에 시달려 왔고, DSA는 임대료 동결과 시가 운영하는 보육서비스 확대 같은 공약을 앞세웠다.

반면 금융권의 강한 이스라엘 지지 입장은 금융권 밖 유권자들에게 설득력을 잃거나 반감을 샀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 맨해튼 남부와 브루클린 일부를 대표해 온 댄 골드먼 연방 하원의원은 맘다니 시장의 우군인 브래드 랜더에게 패했다.

랜더는 골드먼 의원이 미국 내 대표적 친이스라엘 로비단체인 미국이스라엘공공정책위원회(AIPAC)가 운영하거나 연계한 정치후원 플랫폼을 통해 기부금을 받은 점을 비판해 왔다.

중도 성향 민주당 후보들의 선거 전략을 맡아 온 크리스 코피 터스크스트래티지스 CEO는 DSA의 메시지가 단순했다고 평가했다. 친이스라엘 로비와 이스라엘의 가자전쟁 수행을 비판하고, 기득권 정치인을 교체하자는 구호가 쉽게 전달됐다는 것이다.

반면 기존 민주당 주류는 반트럼프 정서에 기대는 데 그쳤고, 생활비 문제에 대한 선명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민주당 중도파가 일자리와 기회 확대 같은 낙관적 메시지를 더 분명히 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뉴욕=AP/뉴시스]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4일(현지시간) 뉴욕에서 민주당 대선 경선 포기를 선언한 후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를 무찌르기 위해 선두 주자이며 친구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지지한다고도 밝혔다. 2020.03.05.
[뉴욕=AP/뉴시스]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4일(현지시간) 뉴욕에서 민주당 대선 경선 포기를 선언한 후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를 무찌르기 위해 선두 주자이며 친구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지지한다고도 밝혔다. 2020.03.05.
월가가 이번 결과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경에는 과거 뉴욕 정치에서 금융권이 누렸던 영향력이 있다. 2013년까지 10여 년 동안 뉴욕은 억만장자 출신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 체제 아래 금융권과 시 정부가 정책 방향을 공유하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 월가와 기업인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불안을 느끼고 있다. 재계 인사들이 맘다니 시장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이런 권력 이동이 드러났다. 사회주의 노선에 비판적인 억만장자 사업가 존 캣시마티디스조차 맘다니 시장 연설 뒤 “시장은 지금 뉴욕시의 중요한 구성 요소”라며 “그는 매우 인기 있는 인물이 됐다”고 말했다.

맘다니 시장은 젊은 유권자층과의 접점도 넓히고 있다. 그는 월드컵 경기와 뉴욕 닉스 우승 퍼레이드에 참석하며 대중적 인지도를 키웠다. 다만 기존 민주당 주류가 완전히 밀려난 것은 아니다.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하킴 제프리스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여전히 부유한 중도 성향 후원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일부 기업은 주거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금융 지원도 내놓고 있다. 씨티그룹은 올해 초 5년간 저렴한 주택 공급에 600억 달러, 약 84조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전 시장 시절 부시장을 지냈고 현재 씨티그룹 임원인 에드워드 스카일러는 “세계 금융 중심지인 뉴욕에서 사회주의 의제가 영향력을 넓히는 것은 다소 역설적”이라면서도 “그만큼 뉴욕의 주거비 문제가 정치의 핵심 쟁점이 됐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 결과는 뉴욕 정치가 더 이상 월가의 후원금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줬다. 재계가 영향력을 되찾으려면 생활비와 주거비 불만을 파고든 좌파 진영에 맞서, 더 선명한 메시지와 지역 조직을 갖춰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신문은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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