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 'X', 규정되지 않음으로써 마침내 확장하는 궤적

기사등록 2026/06/26 12:21:56

5년 만의 정규 10집…"계속 음악적 리프레시 하고 싶다"

결성 27주년에도 진화하고 확장하는 록 밴드

[서울=뉴시스] 넬. (사진 = 스페이스 보헤미안 제공) 2026.06.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넬. (사진 = 스페이스 보헤미안 제공) 2026.06.1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정답을 강요하는 세계에서 기꺼이 미지수로 남기를 택한 이들이 있다. 올해 결성 27년, 데뷔 25주년을 맞은 모던 록 밴드 '넬(NELL)'이 약 5년 만에 내놓은 정규 10집 '엑스(X)'는 그 지난한 궤적에 대한 가장 솔직하고도 정확한 기록이다.

앨범명 'X'는 숫자 10이라는 관록을 증명하는 동시에, 함부로 규정할 수 없는 여백을 품은 명명이다.

넬 멤버 김종완(보컬), 이재경(기타), 이정훈(베이스)은 26일 소속사 스페이스 보헤미안을 통해 "예전에는 앨범 제목이 음악을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서로 다른 시기에 만들어진 곡들을 하나의 단어로 정의하는 대신, 각자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미지수의 여백을 두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번 음반에는 최근 작업한 곡부터 20년 전 처음 구상한 곡까지 다양한 시간대의 파편이 모였다. 얼터너티브 록과 모던 록, 슈게이징, 오케스트레이션 등 다양한 음악적 시도도 녹여냈다. 시기가 이질적이고 장르가 다양할지언정, 이들을 묶어내는 기준은 명료했다. '2026년 현재 넬의 색깔을 들려줄 수 있는가'였다. 흩어진 시간들을 현재의 주파수로 정교하게 세공해 낸 결과물인 셈이다.

수록된 11곡은 밴드가 거쳐온 진화와 확장의 증명이다. 거칠고 공격적인 트랙과 서정적인 멜로디가 앨범 안에서 다채롭게 공존한다. 타이틀곡 '스위트 딜루전(Sweet Delusion)'은 밴드 사상 처음으로 브라스 세션을 적극 도입해 맹렬한 에너지를 분출한다. 수록곡 '루저스 레시피(Loser's Recipe)'에서는 냉소와 자기반성의 정서를 직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에픽하이 타블로의 피처링을 더했다. 넬 앨범 최초의 피처링이다. 이들은 "이 곡이 담고 있는 정서를 표현하는 데 타블로 특유의 시니컬한 랩이 가장 적합했다"고 설명했다.

매체 형식의 변화 역시 이들의 미학적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상징성만 남은 CD 대신, 고음질 마스터 파일을 온전하게 담아낸 USB 형태로 앨범을 발매했다. 매체 자체보다 음악의 본질을 훼손 없이 보존하려는 윤리적 선택에 가깝다.
[서울=뉴시스] 넬 정규 10집 'X' 커버. (사진 = 스페이스 보헤미안 제공) 2026.06.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넬 정규 10집 'X' 커버. (사진 = 스페이스 보헤미안 제공) 2026.06.1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들의 음악은 단발적인 소비재를 넘어 입체적인 아카이브로 확장된다. 치열한 사유의 과정을 활자로 옮긴 에세이북 '다이어리 오브 엑스(Diary of X)'와 서보 아트스페이스(28일까지)에서 열리는 동명의 전시가 그 일환이다. 멤버들조차 서로의 원고를 공유하지 않은 채 각자의 단상을 써 내려갔다. 하나의 음악을 둘러싼 세 개의 전혀 다른 기억과 시선이 모여 비로소 온전한 입체가 된다.

앨범 작업 차 머물렀던 타국에서의 경험은 이들에게 새로운 시야를 열어줬다. "고층 빌딩이 없어 모든 것이 멀리 보이는 곳에서, 문득 서울에서 늘 가까운 화면만 들여다보며 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고백은 뼈아프다. 음반이나 책 같은 물리적 기록물에 유독 애착을 갖는 이유 역시 "조금 더 천천히 바라보고, 손에 쥐고, 기억하기 위해서"다. 속도의 시대에 휩쓸리지 않고, 잊히지 않아야 할 것들을 기어코 붙잡아두려는 다짐이다.

1999년 결성 이후 한국 청춘의 어두운 이면을 묵묵히 대변해 온 넬. 27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이들이 정의하는 가장 넬다운 음악은 결국 '우리가 함께 만든 음악' 그 자체다.

넬은 "장르는 달라질 수 있을지언정, 그 안의 정체성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계속해서 진화하고 확장하며 넬을 리프레시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는 곧 자신들을 향해 쓴 가장 엄격한 맹세다. 'X'는 그렇게 끝없는 미지수의 세계로 나아가는 넬의 현재 진행형 증명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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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 'X', 규정되지 않음으로써 마침내 확장하는 궤적

기사등록 2026/06/26 12:21:56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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