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작곡가의 초상 뒤에 숨겨진 한 인간…뮤지컬 '베토벤' [객석에서]

기사등록 2026/06/25 09:00:00

사랑 이야기 덜어내고 인간 베토벤에 집중

베토벤의 명곡 변주한 주요 넘버들 돋보여

박효신·홍광호 출연…8월 11일까지 공연

뮤지컬 '베토벤' 공연 장면.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뮤지컬 '베토벤' 공연 장면.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뭔가 잘못됐어 내 숨이 멈춘 것 같아 답답하고 먹먹한 소음뿐…나의 음악을 내 삶의 이유를 빼앗길 수 없어."(넘버 '뭔가 잘못됐어' 중)

재연으로 돌아온 뮤지컬 '베토벤'은 초연에서 중심축을 이뤘던 사랑 서사를 걷어내고, 청력을 잃어가는 예술가의 고독과 집념에 집중한다.

청력을 잃어가는 루드비히 반 베토벤은 "이 지독한 꿈에서 깨어나게 해달라"며 절규한다. 삶의 이유이자 전부인 음악을 빼앗길 수 없다는 외침은 위대한 작곡가가 아닌 두려움과 불안에 흔들리는 한 인간의 모습이다.

지난 9일 개막한 '베토벤'은 청력을 잃어가면서도 음악을 향한 의지를 꺾지 않았던 거장 베토벤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청력에 이상을 느낀 베토벤은 귀족 사회의 조롱, 동생 카스파 반 베토벤과의 갈등 속에서 점차 고립되어 간다. 유일하게 자신을 이해하는 친구 안토니 브렌타노의 지지를 받고 다시 일어서려 하지만, 청력 상실이 세상에 알려지며 베토벤은 또다시 절망에 빠진다.

2023년 초연 후 3년 만에 재연으로 돌아온 '베토벤'은 스토리를 대대적으로 손봤다.

베토벤이 아버지에게 학대를 당하던 어린 시절의 자신을 마주하거나, 청력을 잃어가는 고통 속에 무릎을 꿇고 신에게 애원하는 모습은 인간 베토벤의 상처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그런 그를 곁에서 끝까지 일으켜 세워주는 이가 초연에서는 사랑의 대상이던 안토니 브렌타노다. 이번 시즌에서 진정한 친구로서의 면모가 부각되는 그는 "별빛이 보이지 않아도 걸어야 할 때가 있다"며 베토벤이 다시 희망을 찾아갈 수 있도록 용기를 건넨다.
뮤지컬 '베토벤' 공연 장면.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뮤지컬 '베토벤' 공연 장면.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청력이 점차 상실되는 과정은 음향 연출을 통해 구현된다. 베토벤 시점에서 들리는 이명과 먹먹한 소리는 청력 상실이 불러온 고통과 고립감을 관객에게도 생생하게 전한다.

다양하게 변주된 베토벤의 대표곡을 듣는 것도 관람 포인트다. 작품에는 '비창', '월광' 등 베토벤의 명곡들이 뮤지컬 넘버로 재해석돼 녹아 있다. 원곡을 미리 듣고 가면 어떻게 편곡이 됐는지 비교하며 감상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다만 극 후반부 베토벤이 청력 상실을 받아들이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초반부터 쌓아 올린 고독과 혼란에 비해 재기의 서사는 비교적 짧게 그려져 감정의 흐름을 온전히 따라가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뮤지컬 '베토벤' 공연 장면.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뮤지컬 '베토벤' 공연 장면.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럼에도 극의 마지막 장면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청력을 상실한 베토벤의 지휘 아래 등장인물들이 한데 모여 '환희의 송가'를 합창하는 순간, 절망을 넘어 환희에 도달한 한 인간의 모습을 보는 듯한 감동이 전해진다.

이번 시즌에는 초연에 출연했던 박효신과 새롭게 합류한 홍광호가 베토벤을 연기한다.

홍광호는 특유의 폭발적인 성량과 섬세한 감정 연기로 청력을 잃어가는 예술가의 고뇌를 입체적으로 표현해낸다. 막이 내려가는 순간 무대 뒤편으로 사라져가는 그의 뒷모습은 치열하게 삶을 살아낸 인간 베토벤을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베토벤'은 8월 1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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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작곡가의 초상 뒤에 숨겨진 한 인간…뮤지컬 '베토벤' [객석에서]

기사등록 2026/06/25 09: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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