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200달러 간다더니…中, 원유 덜 사며 시장 눌렀다

기사등록 2026/06/24 11:12:58

CNN "中, 원유 수입 줄이고 비축유 꺼내 유가 충격 흡수"

하루 300만배럴 덜 샀다…일본 전체 원유 수요 맞먹는 규모

브렌트유 78달러 밑으로…5월 114달러 고점서 하락

[반다르아바스=AP/뉴시스]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로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리면서 중동 산유국들이 원유 생산과 수출 재개에 들어갔다. 해협 통항이 정상화되면 중동산 원유 공급에 대한 불안이 줄고, 국제 유가도 점차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 17일(현지 시간) 이란 반다르아바스 인근 호르무즈 해협에서 소형 모터보트 한 척이 정박 중인 선박들 사이를 지나고 있는 모습. 2026.06.19.
[반다르아바스=AP/뉴시스]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로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리면서 중동 산유국들이 원유 생산과 수출 재개에 들어갔다. 해협 통항이 정상화되면 중동산 원유 공급에 대한 불안이 줄고, 국제 유가도 점차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 17일(현지 시간) 이란 반다르아바스 인근 호르무즈 해협에서 소형 모터보트 한 척이 정박 중인 선박들 사이를 지나고 있는 모습. 2026.06.19.
[서울=뉴시스] 박영환 기자 = 호르무즈 해협 통행 차질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시장 충격은 예상보다 작았다. 중국이 원유 수입을 줄이고 비축유를 꺼내 쓰면서 유가 폭등을 막은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CNN은 22일(현지시간)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논의하고 있지만, 국제 유가의 향방을 좌우할 변수로 협상장 밖의 중국이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해협 정상화 기대 속에 22일 배럴당 78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하루 1100만 배럴이 넘는 중동산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기자, 중국은 수입을 줄이고 비축유를 활용했다. 전쟁 전부터 빠르게 늘어난 전기차 등 친환경차도 석유 수요를 낮췄다.

누적 원유 공급 차질은 10억 배럴을 넘은 것으로 추산됐지만, 유가는 예상만큼 폭등하지 않았다. 브렌트유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전 몇 주간 배럴당 70달러 밑에서 거래됐고, 5월 초에는 배럴당 114달러로 4년 만의 최고치를 찍었다.

분석가들은 유가가 예상보다 덜 오른 배경으로 중국의 역할을 꼽고 있다. 에너지 분석기관 엠버는 중국이 아시아와 세계 경제로 번질 유가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프랑스계 투자은행 소시에테제네랄은 이달 초 보고서에서 1973년 아랍 산유국 금수 조치 때는 세계 원유 공급이 7% 줄자 유가가 134%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번 이란 전쟁은 세계 원유 공급의 14%에 영향을 줬지만, 가격 상승 폭은 그때보다 훨씬 작았다.

[상하이=AP/뉴시스] 중국의 지난 9월 수출입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뚜렷한 반등세를 보이며 글로벌 무역 회복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사진은 10월13일 중국 상하이의 한 컨테이너 항만의 모습. 2025.10.13
[상하이=AP/뉴시스] 중국의 지난 9월 수출입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뚜렷한 반등세를 보이며 글로벌 무역 회복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사진은 10월13일 중국 상하이의 한 컨테이너 항만의 모습. 2025.10.13
소시에테제네랄은 이 차이를 만든 핵심 변수로 중국을 지목했다. 중국의 수입 감소와 비축유 활용이 1970년대식 유가 폭등을 막았다는 분석이다.

중국이 수입을 줄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전쟁 전부터 쌓아둔 비축유가 있었다. 리스타드에너지의 야니브 샤 부사장은 중국이 제재 대상인 러시아·이란산 원유를 싼값에 들여오며 재고를 늘려왔다고 분석했다.

분석가들은 중국의 민간·정부 비축유가 10억 배럴을 넘으며, 중국이 5월부터 이 가운데 일부를 꺼내 쓰기 시작했다고 봤다.

중국 정부는 경유와 휘발유 같은 정제유의 수출도 제한했다. 국내 공급을 우선 확보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해외 판매처가 줄고 수익성도 낮아지면서 중국 정유사들이 국제 시장에서 원유를 더 사들일 이유도 줄었다.

전기차 확산에 따른 석유 수요 감소 효과도 컸다. 중국에서는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가 신차 판매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해 중국의 전기차 보급으로 석유 소비가 하루 약 100만 배럴 줄어든 것으로 추산했다.

[카마사리(브라질)=AP/뉴시스]지난 3월7일 브라질 바히아주 카마사리의 중국 전기차 대기업 BYD 대리점에 BYD 차량이 전시돼 있다. 브라질 검찰이 27일(현지시각) 중국의 전기차 대기업 BYD와 2곳의 협력업체들을 노예와 같은 노동 조건으로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국제 인신매매를 한 혐의로 기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5.05.28.
[카마사리(브라질)=AP/뉴시스]지난 3월7일 브라질 바히아주 카마사리의 중국 전기차 대기업 BYD 대리점에 BYD 차량이 전시돼 있다. 브라질 검찰이 27일(현지시각) 중국의 전기차 대기업 BYD와 2곳의 협력업체들을 노예와 같은 노동 조건으로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국제 인신매매를 한 혐의로 기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5.05.28.
다만 중국이 계속해서 유가 상승을 억누르는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비축유는 무한정 쓸 수 없고, 유가가 낮아지면 중국이 다시 비축분을 채우기 위해 원유 매입을 늘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빠르게 열리면 유가 상승 압력이 공급 부족에서 공급 과잉으로 뒤집힐 수 있다. IEA는 최근 월간 보고서에서 중동 원유 생산이 정상화되면 내년에는 공급이 수요보다 하루 470만 배럴 더 많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상품 정보업체 케이플러의 쉬무위 선임 원유 분석가는 호르무즈 해협 주변에 대기 중인 유조선에 실린 원유 1억 배럴이 한꺼번에 시장으로 풀릴 수 있다고 봤다. 이란도 미국 제재가 풀릴 경우 원유 생산을 빠르게 늘릴 가능성이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정상화되고 이란의 원유 생산까지 늘어날 경우 관건은 중국이 공급 과잉 물량을 얼마나 흡수할지다. 제재가 풀리면 이란산 원유가 더 이상 큰 폭의 할인 가격에 팔리지 않을 수 있고, 여러 국가는 이미 여름철에 필요한 원유 물량을 상당 부분 확보한 상태다. 쉬 분석가는 “지금 공급 과잉을 흡수할 능력이 있는 나라는 중국”이라면서도 “관건은 중국이 어떤 원유를 얼마나 살지”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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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200달러 간다더니…中, 원유 덜 사며 시장 눌렀다

기사등록 2026/06/24 11:12:58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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