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우리 동네에 마약 재활센터가 있는 것도 싫은데 규모를 늘린다구요? 절대 안 됩니다."
최근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가 운영하는 서울 영등포구 마약중독재활센터(중앙함께한걸음센터) 인근에서 만난 한 주민은 센터 확장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이같이 말했다.
마약류 중독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중독자 치료와 재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재활기관 확충은 지역사회의 반대에 가로막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는 마약류 제조, 공급책이 아닌 마약사범, 즉 중독자를 치료해야 할 환자가 아니라 범죄자로 보는 인식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마약사범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서울은 마약류 중독재활센터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가 발간한 '2025년 중독 주요 지표 모음집'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서울 지역 마약류 사범은 5623명으로 경기도 5871명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다. 또 대검찰청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마약사범 재범률은 34.5%이다.
하지만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산하 중독재활센터인 '함께한걸음센터'는 서울에는 영등포구 중앙센터와 서초구 서울센터 두 곳뿐이다. 당초 중앙센터와 서울센터는 당산역 인근 같은 건물에서 운영되다가 서울센터가 지난 5월 서초구 대한약사회관으로 이전한 뒤 재활 상담 등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지역사회의 반발을 우려해 서울센터 이전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의료계의 설명이다.
그간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가 재활센터 확충을 게을리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24년 서울 강동구에 마약류재활센터를 추가 설치하기로 하고 건물 임대 계약까지 마쳤지만, 지역 주민의 반대를 시작으로 지자체, 지역 정치권까지 가세하며 결국 해당 지역에서 철수해야 했다.
이후에도 추가 부지 확보를 검토했지만 여건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지역 여론 때문에 공간 확보가 쉽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결국 물리적 공간 부족은 늘어나는 마약류 중독자 재활 수요를 감당하는 데 한계로 작용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최근 정부가 마약류 재활 시스템의 한계를 인식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법무부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마약 투약자에 대한 재활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언급하며, 관련 대책을 주문하기도 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는 최근 서울특별시은평병원과 이천소망병원을 권역 치료보호기관으로 추가 지정했다.
다만 현장에서는 기존 의료기관을 치료보호기관으로 지정하는 것과 별개로, 신규 재활센터를 지역사회 안에 새롭게 만드는 일은 훨씬 더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한 중독 치료 전문가는 "기존 병원을 활용하는 방식과 새로운 재활시설을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차이가 크다"고 밝혔다.
오는 26일은 세계 마약퇴치의 날이다. 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달 22일부터 26일까지를 '마약퇴치주간'으로 정해 마약류 오남용 예방 메시지 집중 확산에 나섰다.
하지만 정작 서울에서 마약류 중독에서 벗어나려는 이들을 위한 재활센터 추가 설치는 님비(NIMBY·공공시설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해당 시설이 자신의 거주 지역에 들어서는 것에는 반대하는 현상)에 가로막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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