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1심 무죄 뒤집으려면 추가 증거조사해야"…파기환송

기사등록 2026/06/22 06:00:00

최종수정 2026/06/22 06:10:24

피해자 재신문 없이 유죄 인정한 원심 파기

대법 "공판중심주의 원칙에 반해"

[서울=뉴시스]박선정 기자 = 원금 보장과 고정 수익이 보장되는 사모펀드에 투자시켜 주겠다고 속여 대학 동창으로부터 1억3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한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대법원은 1심이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은 피해자 진술을 항소심에서 추가 조사도 없이 뒤집어 인정한 것은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심리주의 원칙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달 8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6년 대학 동창인 피해자에게 "원금과 고정 이율 수익이 보장되는 사모펀드 상품에 가입시켜 주겠다"고 말해 돈을 받은 뒤 이를 개인 채무 변제와 생활비 등에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16년 5월부터 2020년 7월까지 총 8차례에 걸쳐 1억3300만원을 송금받았다. 당시 A씨는 약 2억원의 개인 채무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 만으로는 A씨가 피해자를 기망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 명의로 사모펀드 가입증서나 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고, 피해자가 투자금을 송금할 당시 계약서 작성을 요구하지도 않았으며, 투자금 역시 펀드 운용사 계좌가 아닌 A씨 개인 계좌로 입금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반면 항소심은 같은 증거관계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진술이 일관된다는 점, A씨가 투자금 대부분을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점 등을 들어 A씨가 피해자를 기망해 투자금을 편취한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A씨가 피해자에게 확정 이율에 따른 수익금을 매월 지급한 점과 A씨와 피해자가 해당 자금이 특정 사모펀드에 투자된 것을 전제로 대화를 나눈 정황도 인정됐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약 4년에 걸쳐 1억3300만원을 송금하면서도 자신의 명의로 된 사모펀드 가입증명서나 계약서를 전혀 받지 않았고 이를 요청한 적도 없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또 투자금도 사모펀드 회사가 아닌 A씨 개인 계좌로 송금했고, 과거에는 모친 명의 투자계약서를 받고 투자회사 계좌로 직접 송금한 경험도 있었다는 점을 들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이 들 수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됐다고 볼 사정이 없다"며 "1심이 증인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음에도 항소심이 이 판단을 뒤집으려면,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나타나야 한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원심으로서는 피해자를 증인으로 다시 신문하는 등 추가적인 증거조사를 거친 뒤 진술의 신빙성 유무를 신중히 판단했어야 한다"며 "추가적 증거조사 없이 공판기일 1회 만에 종결하고 1심 판단을 뒤집어 유죄를 인정한 것은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심리주의 원칙, 항소심 심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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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1심 무죄 뒤집으려면 추가 증거조사해야"…파기환송

기사등록 2026/06/22 06:00:00 최초수정 2026/06/22 06: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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