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1주년 '케데헌' 이재(EJAE), 12년의 결핍으로 쓴 황금빛 서사

기사등록 2026/06/22 04:00:00

SM 연습생부터 오스카·월드컵 개막식까지

상처를 직시하고 구원이 된 목소리

11월 프로듀서 샘김과 결혼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가수 이재가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아카데미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04.01. jini@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가수 이재가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아카데미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04.0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또 넘어져도 난, 또 다시 일어나."

지난 12일(한국시간) '2026 북중미 월드컵' 개막식이 열린 멕시코 에스타디오 아스테카. 이탈리아의 거장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 곁에서, 단단한 한국어 노랫말을 뱉어내는 한 아티스트의 목소리가 전 세계 축구 팬들의 귓가를 울렸다.

지난 20일로 공개 1주년을 맞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주역이자, OST '골든(Golden)'으로 대중음악사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한국계 미국인 싱어송라이터 이재(EJAE·김은재)다.

이재가 지난 1년간 세계 무대에서 그려낸 궤적은 단순히 운이 좋은 신데렐라의 동화가 아니다. 상처를 직시하고 자신의 결핍을 온전히 긍정하는 자만이 도달할 수 있는, 처절하고도 아름다운 구원의 서사에 가깝다. 그래미 어워즈와 오스카(아카데미 시상식)를 연거푸 석권하고 빌보드 '핫 100'에서 8주간 1위를 차지한 눈부신 영광의 이면에는, 무려 12년(2003~2015년)이라는 기나긴 '거절의 시간'이 응축돼 있다.
[멕시코시티=AP/뉴시스] 가수 이재(EJAE)와 이탈리아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가 11일(현지 시간) 멕시코 멕시코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개막식에서 주제가 'DNA'를 부르고 있다. 이재 파란색 드레스 밑으로 그녀가 신고 있는 운동화의 모습이 보인다. 2026.06.12.
[멕시코시티=AP/뉴시스] 가수 이재(EJAE)와 이탈리아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가 11일(현지 시간) 멕시코 멕시코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개막식에서 주제가 'DNA'를 부르고 있다. 이재 파란색 드레스 밑으로 그녀가 신고 있는 운동화의 모습이 보인다. 2026.06.12.
SM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시절, 이재는 여성스럽지 않은 허스키한 목소리가 콤플렉스였다. 트렌드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데뷔의 문턱에서 숱하게 좌절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그 무수한 거절을 존재에 대한 부정이 아닌, 고유한 질감을 찾아가는 필연적인 곡절(曲折)로 수용했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집에서 마포구 홍대 앞 카페까지 매일 걸어가, 정오부터 밤 11시까지 홀로 비트를 만들던 고독한 시간은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고 치유하는 의식과도 같았다. "거절은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rejection is redirection)"는 그의 굳건한 태도는,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예술가의 윤리를 대변한다.

이러한 삶의 태도는 '케데헌' 속 가상 걸그룹 헌트릭스의 리더 루미의 서사와 완벽하게 포개졌다. 내면의 악마와 마주하며 자신의 진짜 목소리를 찾아가는 루미의 성장통은 이재의 지난한 과거 그 자체였다. '골든' 후반부에 터져 나오는 비현실적인 고음은 단순한 기교가 아니라, 억눌렸던 시간들을 깨부수고 비상하려는 간절함의 폭발이었다. 스스로의 수치심과 아픔을 끌어안을 때 비로소 언어의 장벽을 넘어 타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보편적 미학이 탄생한다는 사실을 그는 음악으로 증명해 냈다.

평단 역시 메인스트림의 저편에서 묵묵히 잠재력을 키워온 이재의 진가에 주목한다. 신샘이 이어스(ears) 에디터(대중음악 평론가(한대음 선정위원))는 '케데헌'의 성과를 짚으며 "이재라는 준비된 아티스트를 발견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명확히 평가했다.
[서울=뉴시스]이재(사진=SNS 캡처) 2026.02.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사진=SNS 캡처) 2026.02.0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흥미로운 점은 그의 예술적 뿌리다. 이재는 한국 영화계의 거목인 원로 배우 신영균의 외손녀다. "노래도 결국 연기이며, 100% 몰입해야 듣는 이가 믿는다"는 할아버지의 오랜 가르침은, 루미의 서사에 완벽히 빙의해 폭발적인 에너지를 뿜어낸 이재의 퍼포먼스에 깊은 자양분이 됐다.

지난해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솔로 데뷔 싱글 '인 어나더 월드(In Another World)'를 발표하며, 무대 뒤 작곡가에서 온전한 자신의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선 이재. 오는 11월 프로듀서 샘 김과의 결혼이라는 개인적인 경사까지 앞둔 그는, 끝없는 좌절 속에서도 타협하지 않고 건져 올린 자신만의 목소리로 세계 음악사의 가장 찬란한 '골든타임'을 열어젖히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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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1주년 '케데헌' 이재(EJAE), 12년의 결핍으로 쓴 황금빛 서사

기사등록 2026/06/22 04: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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